신종철(前 경기도의원)

장민호···, 요즈음 정국의 뇌관처럼 바람을 몰고 나타난 소위 386 간첩이다. 언론에 의하면 장민호라는 간첩이 학연 등을 통해 일심회라는 비밀조직을 결성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보도이다.

장민호는 성균관대학 국문학과 81학번 출신이며 대학교 때 데모로 연행된 바 있고, 부모님들에 강권에 의해 대학 2학년 때 중퇴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이후에는 소위 IT 전문가로 IT관련기관 및 기업에서 근무를 하면서 동시에 간첩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간첩으로 체포된 장민호는 불행히도 나의 대학동기이다. 하지만 신문에 난 사진을 아무리 들여 보아도 얼굴이 익지를 않았다. 또 장민호와 나는 같은 어문계열 출신이지만 내가 아는 운동권 친구들 중에는 그러한 이름이 전혀 기억되지 않았다. 사실 80년대초, 대학 1~2학년 때 데모하고 경찰서에 연행되는 일이야 상당수의 학생들이 경험한 일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정도를 가지고 운동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운동권이라고 하면 소위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또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다던 것이 당시의 운동권의 가치기준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였던 소위 386세대는 한때는 민주화를 이룬 선봉으로서 존중을 받았었다.

하지만 3당 합당의 YS정권과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386세대는 더 이상 존중되기보다는 오히려 비난 받는 세대로 변하였다.  소위 총학생장 출신들의 일부 인사들이 YS, DJ 등의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정치를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386세대는 정치적이라고 비난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일부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면 386세대는 전반이 몰지각한 놈들이라고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반면에는 386세대가 지닌 높은 헌신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인 애정의 잔재이기도 하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비난을 하는 사람들보다 민주화에 대한 헌신에 대해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386세대는 무능함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소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권력의 핵심을 장악한 386은 그 무능함과 오만불손함으로 나라를 망쳤다는 비난들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그러했는지야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이제는 무능함을 넘어서 간첩까지 나아갔으니 갈 때까지 간 것 같기만 하다.

하지만 386세대가 모두가 무능하고 모두가 간첩이겠는가?
이제 더 이상 언론에서는 싸잡아서 욕해대는 못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 잘못된 정치와 잘못된 이념,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엄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기 보다는 새로운 매카시즘(McCarthyism)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념의 헛된 굴레에서 깨어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때 풍미하였던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동경도 이미 낡은 관에 들어간 지 오래이다.
사회주의적 실험의 실패는 이미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을 통해 입증되었으며 소위 자주적이라는 북한의 경우도 수백만이 기아로 굶어죽는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21세기 정보시대로 접어들어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시대에 더 이상의 낡은 정치, 낡은 이념은 물러가야만 한다. 물어뜯기 정치, 낡은 대결구도, 낡은 이념은 모두 쓰레기통에 쳐 넣어 버려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새 패러다임,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데 앞장선 세대가 바로 386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받도록 386세대는 정말 각성해야만 한다.

▲ 신종철 前도의원

신종철 님은...
제6대 경기도의회 문화공보위원회 위원.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제6대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위원. 저서로는 '피자집 아저씨와 선생님'이 있다.홈페이지( http://www.sinjc.net).이메일 ( sinjc@sinj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