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국정브리핑

호주 시드니 항을 뒤로한 지 5일째 되던 지난해 12월17일 오전 해군순항훈련함대는 뉴질랜드 웰링턴 시의 퀸스 워프(Queens Wharf) 항에 입항했다.

이곳은 50여 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뉴질랜드 해군이 출항한 곳이기도 해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양만춘함 함상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에서 정우성(丁宇聲·55)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을 처음 방문한 우리 순항훈련함대가 이곳 시민들에게 한국을 다시 한 번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하며, 양국 관계 증진과 더불어 군사교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휘부는 뉴질랜드 해군참모총장 등 주요 인사를 예방하고 국립전쟁기념관(National War Memorial)을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하고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튿날 함정 공개행사 때는 미리 준비해간 한국과 우리 해군의 홍보물들이 일찌감치 동날 정도로 현지 교민과 시민들이 끊임없이 함정을 방문했다.

특히 뉴질랜드 대사관 측과 협조, 소아암 어린이 환자 20여 명과 자원봉사자들을 별도로 초대해 함정 그림과 기념품을 나눠 주고 점심을 같이하며 2000여 명 교민과 웰링턴 시민에게 한국인의 훈훈한 정을 전했다.

이날 저녁에 열린 함상 리셉션에는 차량으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오클랜드의 해사 동문 선배들이 많이 참석해 후배 사관생도들을 격려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언 매클리(Ian Mackley)웰링턴 참전지회장은 참전 당시 무용담을 들려주고 생도들을 집으로 초대해 당시 기록 앨범을 보여 주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3일째인 19일 오후, 한국전 참전병력의 출항 기념물이 있는 퀸스 워프 부두 옆 프랭크 키츠 공원에서는 교민과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군악연주, 성악, 사물놀이, 태권도·의장대 시범으로 이어지는 우리 해군 홍보단의 친선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통역을 맡은 정원영(여·22)씨는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고 웰링턴 시민들은 “원더풀 코리아, 코리아 네이비”를 연발하며 환호를 보냈다.

1962년 3월 한국과 수교한 뉴질랜드는 한국전쟁 때 참전국 중 가장 먼저 해군 파병을 결정, 프리깃함 2척(Pukaki함·Tutira함)과 당시 뉴질랜드 해군 절반에 해당하는 1350명을 이곳 웰링턴에서 급파해 보급선단 호위, 주요 도서 방어, 함포사격, 소해함정 엄호 등 유엔군 해상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지상군은 50년 12월 부산에 도착, 51년 중공전 춘계 공세시 경기도 가평지구 및 재반격 작전을 지원했으며 103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현재에도 한국과 뉴질랜드 해군은 해상초계기 연합훈련과 함께 상호 군수지원 협정을 체결, 다방면에 걸친 군사 우호·협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88년 국내에서 건조해 수출한 군수지원함 엔디뷰어 함(1만2390t)은 뉴질랜드 해군의 주력 수송함으로 98년 우리 해군이 주관한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 위용을 자랑한 바 있다.

뉴질랜드(New Zealand)라는 이름은 1642년 네덜란드 탐험가인 아벨타스만이 최초로 이 땅을 발견한 이후 모국의 해안지방 질랜드(Zealand)의 이름을 따 ‘새로운 질랜드’라는 뜻인 ‘뉴질랜드’라 명명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고 원주민인 마오리(Maori)족과 공존하며 그들의 문화와 영역을 보호해 주는 모습, 어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차량 주차비를 지정된 모금함에 스스로 지불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택시에 놓고 내린 지갑을 부두까지 달려와 찾아주는 택시기사의 친절한 웃음 등.

웰링턴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사관생도들은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을 것이다.

〈공보참모 김희연 해군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