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부천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지난 8월 30일 나는 성림재단 비리 척결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실현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정부청사를 찾았다.

지하철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정부청사로 찾아가니 벌써 많은 전경들은 방패로 무장한 채 서있었다. 나는 본래 전경들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사 입구에 서있던 앳된 전경에게 더운데 수고한다는 말 대신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집회 참가자들과 합류했다.

잠시 후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행사가 시작되고, 농성을 위한 천막이 쳐졌다. 10~20분 동안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것은 예전과 달리 갑자기 전경들이 대거 투입돼왔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전경들이 천막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장애인들의 전동휠체어를 비롯해 집회 참가자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3시 40분, 전경들의 무지막지한 천막 침탈행위는 시작되었다.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사람 따로, 휠체어 따로 끌려가고, 행사장은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경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이리저리 분산시켜 놓고, 가는 곳마다 에워싸고 끌고 갔다. 오후 8시 30분. 전경들은 연행된 동지들을 걱정하며 남아있던 우리들마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를 연행하러 온 전경은 가눌 수도 없는 몸을 그나마 휠체어 등받이에 묶고 다니는 내 어깨와 허리의 끈을 풀어버리고 차에 태우려다 앉을 수도 없는 것을 알고는  그대로 거리에 놓고 가버렸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했지만 뇌성마비 1급 장애로 언어기능마저 온전치를 못해 그들에게 의사표현조차 할 수가 없는 나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와 나를 다시 휠체어에 앉히고 전경들이 풀어놓고 간 안전띠로 묶으려 했지만 워낙에 안전띠를 마구 풀어놓은 상태라 한참을 애써봤지만 허사였다. 봉사자들은 할 수 없이 긴급구조대인 119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안전띠를 묶어 줄 생각은커녕 응급 환자도 아니면서 불렀다고 볼멘소리를 하더니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혼자서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내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런데 응급환자가 아니라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채 가버린 119····!, 길거리에 방치돼 있는 것이 중증 장애인의 경우는 응급상태이기도 하다.

나의 장애를 감당하지 못해 연행을 포기하고 길에 버리고 간 전경, 그들이 과연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또 국민이 위험할 때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해낸다는 것이 119대원들인가? 장애인에게는 인권도, 국가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도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