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의 2006 중앙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가운데 신뢰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정작 영향력 면에서는 등수에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미디어오늘‘김창룡의 미디어창’칼럼에 의하면  “신뢰도에서 한겨레와 경향에 한참뒤지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영향력 높은 매체 상위권에 랭크돼 왜곡된 신문시장의 현주소와 불법과 탈법으로 기형화된 신문마케팅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미디어오늘 김창룡의 미디어창’칼럼 전문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2주년을 맞아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2006년 8월 전국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읽는 데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취재현장을 뛰는 기자들 스스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와 매체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인들보다 언론에 관한 한 속속들이 내용을 알고 있으며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신뢰하는 언론사 ‘없다’ 답변이 45%로 1위
신뢰도 1위로 나타난  한겨레 15%의  3배에 달해

필자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은 기자들 스스로 한국 신문, 방송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묻는 설문에 대해 기자들은 1위로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 퍼센트가 무려 45.0%이다. 신뢰도 1위로 나타난 한겨레(15.0%)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자들이 이처럼 한국 언론에 대해 집단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할 때 이를 구독하고 시청하는 미디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조선·중앙·동아 3개신문 신뢰도 모두 합친 수치가 한겨레에 못미쳐

더욱 아이러니한 현상은 한국신문시장을 지배하며 높은 영향력을 누리고 있는 소위 조선(4.0%), 중앙(3.7%), 동아(2.0%)의 신뢰도를 모두 합친 수치가 한겨레(15.0%)에 못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 동아의 신뢰도를 합친 수치가 경향신문(5.0%)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라면 한국 언론시장에서 신뢰도는 매체선택의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문이 특정 이데올로기 전파의 수단에 불과하고 신뢰도는 기자들조차 믿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도 불법 경품과 무가지 살포로 억지구독을 유지하는 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현실은 한국 언론의 발전가능성을 좀먹고 있다.

기자들 절대 다수가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45.0%)고 대답한 수치가 신뢰한다는 언론사 상위 5개를 합친 것(41.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한국 언론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언론종사자들이 이에 대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국 언론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자본을 바탕으로 물량공세 쏟아 붓는 불법과 탈법 마케팅

신뢰성이 생명인 언론시장에서 신뢰성 높은 신문이 외면받고 신뢰성이 한참 뒤처지는 신문이 선택받는 것은 독자가 현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자본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쏟아붓고 불법과 탈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도 이를 단속, 시장질서를 회복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능과 미온적 조치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조중동의 경우 이 정도의 신뢰성을 가지고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 향상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 정파적으로 기우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신문시장의 기형성 속에서 사회 주요이슈에 대해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중동이 마치 한 신문처럼 같은 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신뢰도가 높은 한겨레와 경향의 목소리는 너무나 미미하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한 목소리가 과도할 때 여론의 횡포는 막을 길이 없다. 더구나 그런 격한 목소리를 내는 매체들의 신뢰성이 낮은 경우 사회는 특정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

신문시장 질서 바로잡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능 발휘해야

신뢰성 높은 언론사가 독자,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정상적인 언론시장이 조성돼야 한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선택권이 행사돼야 하며 동시에 탈법이 관행화된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 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 신뢰성을 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신뢰성 낮은 언론사는 퇴출대상일 뿐이다. 퇴출대상이 큰 목소리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행태를 용납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며 미디어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 신뢰도 높은 언론사에 대해서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야 할 것이고 신뢰도 낮은 언론사에 대해서는 분발을 촉구한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