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부천외국인 노동자의집 파견, 현지 코디네이터 전필교 씨

이번 방문에서 가장 큰 수확은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쓰는 한국 시민단체들의 활동과 더불어 역시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한국 청년의 재발견이었다.

“늘 인생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꿈꾼다. 활동영역을 한국으로 국한하고 싶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주저없이 버마행을 선택했다. 물론 독자적인 결정이었고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나 버마행을 선택하는 데 몇분 걸리지 않았다. 버마에서의 일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당시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 메타오 고등학교 교실 앞에 선 전필교 현지 코디네이터 ⓒ부천타임즈

버마 현지에 파견돼 한국에서의 지원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하고 특히 집중 지원 학교인 메타오 고등학교의 교육환경 개선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등 한국과 버마 난민촌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전필교(28) 씨는 지난 4월말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소장 김범용)에 채용돼 5월 초 부임했다.

이제 만 3개월의 근무기간을 채우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현지 실정파악, 메타오 고등학교의 교사(校舍) 마련 등 장기 지원계획 수립을 비롯해 난민단체들과의 교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특별해 보인 것은 불과 2개월(당시 계획, 방문 이후 진행 중인 업무로 인해 기간 연장) 밖에 안되는 해외 근무, 그것도 생활환경은 물론 급여나 근무여건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우고(?) 근무를 자원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혜 대상이긴 하지만 때로는 간섭 받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는 버마 난민들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결정해서 실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국내에서도 국민들의 귀한 성금을 ‘보내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메솟 들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이름으로 버마 민주화와 난민촌 어린이 교육지원에 앞장서온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는 올해 한국공동모금회로부터 해외 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됨과 동시에 현지 코디네이터 파견을 검토하게 되었다.

그러나 적합한 인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소한 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구사해야 하는데다 후원국을 대리해서 외국인들과 논의를 통해 일을 진행해야 하는 성격 상 전문가에 가까운 업무 능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근무기간은 단 2개월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전필교 씨는 요리사의 꿈을 키우다 부친의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하자 직업군인으로 입대, 5년 7개월을 복무하고 전역했다. 꿈을 키워보라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14년 3개월만 버티면 연금을 받으며 걱정 없는 노후가 보장되지만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일하면서 요리사의 꿈을 키웠고,  영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며 국제단체에서 세계인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미군부대에 근무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보고서 >를 보는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고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한쪽에는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만큼 세계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금전적·물질적 후원과 더불어 자원활동가를 길러내는 것 또한 우리의 임무이다.

전필교 씨, 그를 보면서 정말 건강하고 열정적인 자원활동가, 한국 청년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인도로 가 본격적인 NGO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돈을 벌어야 겠다는 전씨로부터 이번 활동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 한국민이 후원한다는 내용과 사랑의 열매가 새겨진 현판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전필교 코디 ⓒ부천타임즈

▶현지 코디로서 가장 어려운 때는 언제 였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지난 5월, 메솟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이들에게 나는 그다지 환영 받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저 한국에서 온 감시자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들과 하나가 되어 숨쉬며 서로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곳의 슬픈 현실들을 보고 함께 느끼면서 서로의 진심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을 얻었다. 이 일을 계속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로 어디에 있든지 서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앞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 단 몇개월 근무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는데 후회하거나 미련은 없는지?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했고, 무엇보다 내가 포기한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친구들을 얻었다.

▶한국의 지원활동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지? 그리고 메솟에서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인가? 혹시 공동모금회나 부천외노의 지원 방향에 있어서 변경된 내용은 없는지?

-교회나 개인들에 의한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지만, 한국의 본격적인 버마 난민 지원은 사실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유럽과 미주 국가들이 NGO들을 파견해 교육, 인권,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국제 사회 지원은 대단히 미약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11대 국가이면서도 주는 것에 인색한 데 1990년대 초반까지 UN의 지원을 받았던 경험으로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버마 난민들에게 있어 가장 시급한 지원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의료혜택이고 다음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지원이다. 한국공동모금회와 부천외노에서는 두가지 중요한 방향을 설정했다.

첫번째, 메타오 고등학교의 자립과 둘째는, 학생들의 정보화 교육이다. 이번 지원은 1년 계획으로 지원금도 제한돼 있어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찾지 못하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학교부지 구입과 건물을 신축, 적은 비용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고. 정보화 시대를 맞아 학생들이 컴퓨터 및 인터넷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이 할애되어야 한다.

▶현지(국외)에서 보는 한국의 해외 지원활동에 대한 의견은? 또 국가 차원에서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없는지?

-한국의 지원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 현지에서는 학교 이름은 몰라도 ‘Korean School’이라고 하면 대부분 알아들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NGO 단체들이 와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알려질 것이라 생각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참고로, 내가 아는 곳만 해도 미국, 캐나다, 덴마크로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이곳의 의료와 교육, 지뢰 관련 교육 및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았던 나라인 만큼 세계 평화를 위해,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세계인을 위해 이제 그 혜택을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올해 후반까지 이곳 현지에 머물 것이며, 메타오 고등학교 뿐 아니라 이 곳에서조차도 최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쓰레기 학교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을 위한 한국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인도로 가 본격적인 NGO 활동을 위한 ‘돈’을 벌 계획이다.

▶이런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현지에 와서 발로 뛸 수는 없겠지만, 과거 우리에게도 그런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훨씬 강하고 잔혹한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피 흘리고 있는 민주인사들에게 마음의 지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심으로 강한 국제 여론이 형성되길 바란다. 국제 여론이 힘을 얻어 미얀마 독재정권에 강한 압력을 가한다면, 그들은 정치적인 탄압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하나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중의 하나인 D그룹의 미얀마에대한 투자를 중단시켜야 한다. 미얀마 군사정권에게 가장 큰 자금 공급원이 되고 있는게 바로 우리나라 기업이라는사실을 듣고 무척 놀랬다. 우리는 이를 위해서도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버마가 민주화 된 후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위해 존재하고 D그룹은 알맞는 시기와 나라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의식있는 국제 기업들은 군사정권에 대한 지원을 꺼려 사업에 대한 수주를 거부하거나 멈추었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돈이 총알로 바뀌어 10살 어린 소녀까지도 목숨을 잃게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메타오 고등학교 루퍼트 교장에게 사랑의 열매를 달아주는 황후영 팀장.ⓒ부천타임즈

 ◆황후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팀장

"버마 난민 학생들에게 한국민의 사랑의 열매 전달 보람 느껴"

빨간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져 있는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통합적인 복지기금을 모금·집행하는 기관이다.

줄곧 국내 단체 및 재단에 대해서만 지원을 한정하다가 2005년 처음으로 해외지원사업을 공모,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지원사업(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 등 7개 사업에 총 8억9천4백65만원을 배정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주관하고 있는 버마-태국 국격지대 난민 어린이 교육지원사업에는 2억원을 지원한다.

방콕에서 만나 방문단에 합류한 공동모금회 황후영 사업본부 배분팀장으로부터 버마 난민 교육지원에 대한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메타오 고등학교 관계자들과(오른쪽 첫번째가 황후영 팀장) ⓒ부천타임즈

▶공동모금회의 해외지원 규모는?

-그동안 공동모금회는 국내 지원활동에 국한했었고 해외지원은 하지 않았다. 2005년도 사업지원 공모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지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원액수를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사정과 북한 지원사업 등이 있어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메타오 고등학교에 대한 지원활동 평가는?

-한국 국민들의 귀중한 성금으로 조국을 등지고 척박한 삶의 고통 속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이라고 본다. 단 일정한 교육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거나 취업 등 재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재학 중인 학생이 모두 난민 지위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아도 취업이나 대학 진학 등이 모두 수월하지 않은 실정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버마 난민 교육 지원은 양적 팽창 보다는 컨텐츠와 퀄리티(품질)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마 난민 지원활동의 방향성이라면?

-우리의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직업교육이나 일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솟에 머물고 있는 20~30만의 버마 난민들이 현실적으로는 직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가난과 질병, 그리고 무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이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지원활동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다.

▶방문 소감은?

-공동모금회도 해외지원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올해 첫 지원사업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직접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관계자들의 전문성이다. 결국은 현장가들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되는 만큼 구체적이고, 소모적인 것보다는 유용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메타오 고등학교의 경우 양적으로 학교를 키우는 것 보다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된다. 현재 보다는 미래적인 것, 그리고 현실적인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보다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민들의 따뜻한 성금으로 버마 난민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모금회 직원의 한사람으로 보람을 느낀다. 특히 학생들의 책상과 물건에 사랑의 열매가 새겨지고, 태극기가 달린 스쿨버스를 보니 새삼 지원사업의 소중함을 느낀다.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의 가슴에는 늘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민의 체온이 깊이 각인될 것이다.

▶메타오 고등학교에 대한 앞으로의 지원계획은?

-공동모금회의 지원은 거의 1회로 한정하기 때문에 계속 지원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학교 부지와 건물 신축 등 심화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조금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업 지원에 대한 결정은 배분분과실행위원회의 면밀한 심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상으로 <버마 난민촌 방문기> 연재를 마칩니다. 부천타임즈는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현지 동행 취재를 통해 메솟 난민촌 인권과 교육현장을 집중  보도해 왔습니다.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메솟 들꽃들에게 희망을’ 나눠주실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이번 메솟 방문길에 메솟 난민촌 어린이들에게 학용품 및 의류, 후원금을 지원해 주신 (주)알프스식품 이길향 이사,한국걸스카우트 경기남부연맹 부천지구 김희자 회장,오정구청 김범호 공보팀장, 소사구청 안윤경 공보팀장,대한적십자사봉사회부천지구협의회 김창임 회장,부천사립유치원연합회(회장·이음재),부천YMCA녹색가게,반딧불지역아동센터,상일고등학교 지역봉사 운영단,지평교회,.손인한 한의원,송봉길 한의원,부천시민연합 여성회,드림시티방송,사회복지협의회 이사회,고리울청소년회관 등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버마 민주화와 버마-태국 국경지대‘메솟’난민촌 어린이 교육지원을 위한 부천시민모임>에 후원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부천외국인 노동자의집 ▒ 전화 : 032-654-0664 ▒E-mail:bmwh@hotmail.com   ▒ 계좌번호:외환은행 128-22-03397(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