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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신드롬을 생각한다
성적 이미지 과잉 극복해야
2003년 12월 11일 (목)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 이효리  
 

남성 지배 대중음악 거부, 성적 이미지 과잉 극복해야

끝 간 데를 모르고 이어지는 불황의 그늘은 대중음악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GOD, HOT 등과 같은 스타 그룹의 등장으로 그나마 연명할 수 있었던 2000년대의 대중음악계는 지금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형편없다. 그런 까닭에 올 여름 세븐의 10만 장 돌파라는 결과는 지금의 대중 음악계에서는 그나마 괜찮다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가을 우리 대중음악계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만났다. 여성 그룹 “핑클”의 전 멤버로,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이효리”가 바로 그 새로운 변수이다. 하나의 신드롬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이효리 열풍은 지금 우리나라 대중음악계 그리고 대중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다.

‘10minutes’를 비롯한 신곡 2곡을 부르는데 그녀가 받는 개런티는 2,000만 원, 로레알 화장품의 인터내셔널 모델로 채택되어 계약한 금액은 6억 원, 그녀의 이름을 가진 웹사이트 도메인 www.leehyolee. com의 즉시 판매가는 1억 원, 다음에 개설된 까페 “효리만큼 이뻐지자”의 가입자 수는 26만 명, 그리고 9월 현재 그녀의 솔로 앨범은 10만 장 판매를 넘어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그녀가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00억 원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물론 인기 여성 그룹의 멤버로서 충분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그녀이지만, 솔로 독립 후에 폭발한 이러한 반응과 인기는 그녀에게도 놀라운 일이리라.

“섹시” 코드의 힘?

이효리의 성공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채연, 채소연 등의 등장과 연결지어 소위 “섹시”라는 코드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효리의 히트곡인 ‘10Minutes’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채연의 ‘위험한 연출’이나, 채소연의 ‘반전’은 노랫말이나 리듬과 멜로디에 관계없이 파격적인 안무를 담고 있는 뮤직 비디오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이들의 노래는 음악적 가치나 성과에 대한 논의들보다는 채소연의 앨범 제목 “Return to Sexy”에서 보여지듯 선정적인 안무와 무대 매너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결국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난과 우려에 부딪혀, 이들의 공연과 뮤직 비디오는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일부 금지됐다.

아무튼 이효리를 중심으로 갑작스레 등장한 이러한 섹시한 여가수들의 열풍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고, 그 우려는 대체로 선정적인 장면들에 대한 규범적 평가, 그리고 이들의 음악적 자질에 집중되고 있다. 음악보다는 가수의 외모나 몸짓에 의존하는 우리 음반 시장에 대한 걱정이나, 최근 여가수들의 선정적인 뮤직 비디오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한 시민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요즘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효리 신드롬을 보고 있자면 좀 우울하다. 우리 나라 음반시장을 생각하면 좀 그렇다. 춤, 외모 지상적인 우리 음반시장…. 정말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지 섹시하게 노출하고 잘 흔들어대니까 신드롬이고 훌륭한 가수라니…. 이효리가 대세라는 우리 음반시장이 일본 문화 개방돼서 맞짱을 뜨면 어떻게 될지 꼴이 훤하다. 기자들이여, 제발 효리 신드롬이니 어쩌니 하는 기사 좀 때려치워라. 니들이 맨날 그런 거나 써대니 어린 학생들이 음악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게 되고 진정한 가수가 어떤 건지 감을 못 잡게 되는 거 아이가…. 쯧쯧쯧… (www.khan.co.kr, 독자투고 ID:요리조리).

여자들이 보는 이효리의 매력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거품론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렇다면 왜? 과연 이효리 신드롬은 그녀의 외모 그리고 섹시한 안무와 무대 매너 때문이었겠는가? 이에 대하여 위에서 예로 든 글과 같은 사이트에 다른 한 시민은 이효리 신드롬이 한국사회의 보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여자들이 보는 이효리는 남자들의 시선에서 본 이효리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여자들에게 이효리는 “거침없는 솔직함과 당당함”이 어필하고 있고, 그녀의 매력은 그로부터 나오는 카리스마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보는 이효리는 남자들의 시선과는 크게 다른 것 같다. 여자들이 이효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거침없는 솔직함과 당당함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과 카리스마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 중략 …) 사실 나도 이효리가 좋다. 자기 의견은 절대 에둘러서 말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신세대 연예인답다. 이 답답한 나라, 여자들이 살기 힘든 나라에서 이효리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시켜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은 모습을 이해할 만도 하다(www.khan.co.kr, 독자투고 ID:하이룽).

어쩌면 이효리 신드롬에 대한 우려는 지극히 남성적 시각과 잣대에서 이루어진 규범적 판단의 결과인지 모른다. 물론 이효리 신드롬 자체에도 남성적 시각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효리와 더불어 채연이나 채소연이 보여주는 섹시함과 그것에 열광하는 대중이란 우리 문화의 남성 지배를 드러내주고 있다. 물론 이들 가수들의 섹시함에 열광하는 건, 실제의 남성들 뿐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남성적 시선이란 단지 실제의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여성들 또한 이 땅의 문화 속에서 남성적 시선으로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 이효리의 의미는 분명 그 섹시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부분들이 있다.

여성주의적 가능성

대중가요계에 있어, 카리스마적 위치에서 대중들의 숭배를 받아 온 이들은 대개는 남성들이었다.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HOT, 신화, GOD 등등. 최근 10년 사이에 하나의 문화적 신드롬으로까지 일컬어질 만한 현상들을 주도해온 이들은 하나같이 남성들이었다. 그 거칠고 억센 남성 지배의 대중문화계에서 여성들은 항상 얌전하고 귀여운 아이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핑클, SES, 베이비복스, 슈가 등등. 물론 그러한 와중에도 나름의 강한 개성으로 성과를 거둔 여성 가수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도발은 대개는 한정적이고 타협적이었다. 이를테면 김현정, 왁스 그리고 이수영으로 이어지는 여가수들의 또 다른 축은 이전의 귀여운 공주들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로부터 확연히 탈주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새로운 기호와 의미를 획득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효리 신드롬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남성 지배의 대중음악판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남성적 시선을 거부하며, 음악적 소양과 가치를 무기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빅 마마나 버블 시스터즈의 등장으로 우리는 새로운 여성 대중음악의 가능성을 느낀 바 있다. 게다가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10대 소녀 보아의 힘을 보고 거기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효리는 단순히 섹시한 춤을 추는 그저 얼굴 예쁜 여가수 이상의 의미를 획득한다. 어떠한 면에서 그녀는 남성 지배의 대중음악판이 지닌 균열 혹은 그것의 결과일지 모른다.

오래 전 피스크(Fisk)는 마돈나의 춤과 음악이 지닌 의미를 논의하는 가운데, 미국의 소녀 팬들에게 그것은 단지 섹시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마돈나의 음악은 적어도 미국의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소녀들에게 새로운 힘과 에너지의 분출로 보였다. 소녀들은 마돈나를 자신들의 힘과 희망을 표현하는 아이콘으로 삼아 그녀를 흉내내기 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이효리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 문화의 한 아이콘이며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게 그을린 건강한 얼굴에, 밝은 웃음 그리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 이효리는 “공주” 풍의 다른 여가수들과는 분명 차별되는 어떤 의미를 보여준다. 어떠한 면에서, 이효리의 코드를 “섹시”라는 말로 집약하고, 그녀를 채연이나 채소연과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짓는 일은, 이러한 여성적 시선과 관점에 대한 또 다른 억압인 것이다.

자의식의 문제

이효리가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효리라는 아이콘은 또한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이효리 혹은 이효리 신드롬이 지닌 자의식의 문제이다. 현재로서 이효리 신드롬이 지닌 여성적 관점의 문화적 의미는 단지 잠재된 혹은 가능성으로 주변화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백히 새로운 아이콘으로서 그리고 그 아이콘을 통해 여성적 가치를 일깨우고 그것에 힘을 불어넣는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대개의 담론들은 스포츠 신문들이 매일 채워 넣고 있듯이 그녀의 외모, 말, 행동을 전혀 새롭지 않은 의미들로 덮어씌운다. 그리고 이효리와 그녀를 지탱하는 자본은, 과잉된 그녀의 성적 이미지로부터 다만 경제적 이득을 추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뚜렷한 자의식이 없는 이효리 그리고 이효리 신드롬은 결국 문화적으로 봉쇄되어 버린다.

흔히 동시대의 문화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정신에 대한 몸의 승리 혹은 정신에 억압되어 온 몸의 복권을 이야기한다. 정신적 가치로 문화의 높고 낮음이 판단되던 시대가 지나고 몸의 의미와 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새로운 풍토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해서, 그것을 육체의 외면적 아름다움이 정신의 고귀함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규범적으로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몸의 가치란,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전제한다. 몸은 단지 육체가 아니라, 그것과 정신이 조화를 이룬 통일체이다. 하지만, 동시대의 문화는 몸으로부터 육체를 분리해낸다. 그리고 육체에 자본과 힘을 투여한다. 육체의 가치는 과잉된 성적 이미지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다. 이효리 신드롬이 지금과 같이 과잉된 성적 이미지와 왜곡된 성 담론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새로움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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