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나정숙 기자

▲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현재 버마(미얀마)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운동은 버마 국내를 비롯해 태국, 한국 등 세계 각국으로 퍼져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는 버마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과 세 번 만났다.

첫 번째 방문은 태국 메솟시에 잇는 ‘버마 정치범을 위한 지원연합(AAPP:Assist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Burma))’이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와 같은 역할과 활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창립배경도 비슷했다. 정식 발족한 것은 2000년 3월 23일이고, 현재 89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정식단체로 발족한 뒤부터 민주화투쟁을 하다 붙잡힌 정치범들의 명단이나 사진, 개인 자료 등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주로 양심수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상황을 외부에 알려 버마 군부독재를 고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에 버마의 실상을 알려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며 지원금을 후원받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80여평 정도의 마당이 딸린 협회 건물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제5회 광주인권상 시상 포스터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색깔이 바랜 포스터는 2004년 5월 18일 (재)5·18기념재단에서 아웅산 수지(Aung San Suu Kyi) 여사에게 수여한 광주인권상 수상을 기념해 붙여 놓은 것 같았다. 

▲ 버마 민주화 운동을 위해 군부독재정권과 싸우다 감옥에 간  민주인사들 사진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건물 가운데 위치한 3평 정도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니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투옥돼 사망한 사람과 1988년 당시 투쟁, 수감생활과 가혹한 고문 등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갖가지 사진자료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쪽에는 추모의 춧불이 켜진 채 감옥 안에서 입었던 투사들의 옷 등이 전시돼 있었다.

천안 독립기념관이나 서대문 형무소, 광주 민주항쟁 사진들에서 익힌 보아왔던 사진을 그곳에서 만나다니…,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그곳에서도 기념 전시 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 지난 2005년 6월 부천중앙공원에서 열린 아웅산 수지여사 석방 촉구 집회 ⓒ부천타임즈

버마의 민주화운동은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군부의 독재권력에 의한 탄압이나 1988년에 일어났던 민주화 항쟁은 광주항쟁과 너무나 비슷하다. 대학생들이 도화선이 된 이 항쟁은 전경의 가혹한 진압과 맞서 싸웠지만 학생들은 모든 것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전국의 대학은 모두 문을 닫았고 많은 학생들과 운동가들은 투옥돼 모진 고문을 당하다 사망하거나 오랫동안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야 했다.

아직도 빛이 보이지 않는 버마의 상황을 보며 ‘언제쯤 자유를 외치다 사망한 이들의 한맺힌 절규가 소리없는 승리의 함성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는 확신없는 기대를 가져 보았다.

사무실에서는 마침 체코에서 온 AAPP 지원 단체 관계자와의 면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국의 인권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었다.

이 단체에서는 그동안의 투쟁과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기록, 고문, 여성운동가들의 투쟁  등을 글로 쓴 4권의 책과 운동가(歌)와 사진자료 등을 담은 2개의 CD를 발행했다. 책 제목은 「SPIRIT FOR SURVIVAL(2001)」, 「Women Political Prisoners in Burma(2004)」, 「The Darkness We See: Torture in Burma's Interrogation Centers and Prisons(2005)」, 「Eight Seconds of Silence: The Death of Democracy Activists Behind Bars(2006)」이다.

▲ 2005년 6월19일 아웅산 수지 여사의 60회 생일을 맞이하여부천 중앙공원서 열린 수지 여사 석방촉구 대회에는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범용 소장을 비롯 김광회 도의원, 강호정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인 에에무(35) 씨는 1988년 항쟁으로 2년여 간을 복역하고 나와 또 다시 이곳에 합류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러 들어간 대학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6년간을 복역하고 1994년 석방됐다는 AAPP 민코나잉(Minko Naing) 총무는 단체 현황과 활동을 소개하고 끝으로 버마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세계 각국 인권단체들의 항의와 서명운동에 대해 언급하고 한국에서의 지원활동에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않았다.

역시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적이 있는 방문단의 서헌성 원혜영 국회의원 보좌관은 “버마 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화의 길을 걸어가기에 더욱 존경을 보낸다”고 전제하고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면회를 오던 2명의 친구는 ‘죽어라’고 울고만 갔지만 (감옥)안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 몫이라 생각하고 마음이 편안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덧붙여 서 비서관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세 번째 방문은 버마로 찾아가길 바란다”면서 “민주화된 버마에서 소주 한잔하자”고 만남을 약속했다.      

▲ 자료사진: 2005년 6월19일 아웅산 수지 여사의 60회 생일을 맞이하여부천 중앙공원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민주화운동 단체 및 관계자들과의 두 번째 만남은 이날 저녁 이들과의 간담회를 겸한 만찬장에서였다. 이날 만찬에는 메솟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련 단체 및 운동가, 태국 치앙마이의 케이블 방송 기자,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외국인 등 50여명이 모였다. 만찬요리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버마에서는 닭고기가 빠지지 않는 기본요리), 야채, 과일 등 극진히 준비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문한 김범용 단장의 “다시 만나 반갑다”는 짧은 인사에 대해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얀 나웅 민트(Yan Naung Myint, The member of Central Executive Council of NLD(LA)HQ)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버마 민주화운동을 도와주는데 대해 감사와 더불어 지속적인 도움을 기대하며, 버마에 민주화가 정착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버마 민주화운동과 한국의 경우를 화제로 화기애애한 환담을 나누었고, 한국식 음주관습인 ‘돌려마시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김은혜 운영위원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과거에 대한 돌발(?)적인 연설로 만찬장은 어느새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방문단은 모두 일어서 ‘님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등 한국의 유명한 운동가(歌)를 불러 주는 것으로 버마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을 격려해 주었고 이들은 힘찬 박수로 환영해주었다.

▲ 전시실 내부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세 번째 만남은 16일 오전 NLD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사무실 곳곳에는 민족의 영웅 아웅산 장군과 그의 딸 아웅산 수키 여사의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었다.

어젯밤 환영만찬을 열어준 데 대한 감사와 버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얘기를 소재로 짧은 환담을 나눈 방문단은 기념품으로 마련한 한국의 탈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것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방문단 모두를 민주화된 버마로 초청하겠다던 NLD 아예 딴(Aye Than, The member of Central Executive Council of NLD(LA)HQ) 대표의 약속이 빨리 실현되기를, 그리고 꼭 자유를 찾은 이들과 버마에서 해후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기사 밖 이야기] 메솟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조국을 떠나 낯선 땅 한국에서 자신의 나라,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1994년 한국에 입국, 2003년 한국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고 “반드시 오고야 말 버마의 봄을 기다리며” 버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버마민족민주동맹(자유지역, NLD) 한국지부의  내툰나잉(35) 씨였다.   그의 연인은 버마에서 13년째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잉 씨가 조국을 떠나온 이후 그들은 13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연인의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생사의 갈림길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잉 씨는 버마로 갈 수 없고, 아버지를 지켜야 하는 그녀 역시 한국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다. ‘꼭 한번 만나야 한다’며 나잉 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그녀의 아버지는, 그러나 버마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곳 메솟까지 왔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한 채 돌아서야 하는 나잉 씨의 마음은 어떨까? 안타까운 사연이 버마의 현주소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현지 방문 3일째인 16일 오전 여성단체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SAW(Social Action for Women)를 찾았다.

2000년 6월 25일 창립된 이 기관은 Safe House Program, Health Education Program, Income Generation Program, Education Program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직한 여성들과 고아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 SAW 여성들이 만든 손지갑과 가방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주요활동은 ▲소우학교(Saw school: pre school, middle school) ▲Health care House ▲Safe house ▲어린이 위기센터(Children’s crisis Center) ▲여성 위기센터(Women’s Crisis Center)로 나누어진다.

특히 Health care house 와 Safe house에서는 주로 장애아동들과 HIV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곳은 주로 에이즈균 보균자인 여성과 날 때부터 균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택 하나에 방이 3~4개 딸린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데 재활자립기금 마련을 위해 버마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작은 손지갑과 가방을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여성단체 활동이나 또 여성운동을 하는 대부분은 여성인데 이곳에서는 밍밍이라는 남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점이 매우 특이해 보였다.<계속>

▲ 2005년 버마민주화와 난민 교육지원을 위한 시민모임이 메솟을 방문했을때 민주인사들과 함께한 기념사진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