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기자(인천일보 사회부 차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5·31지방선거가 끝났다. 중앙정치에 압도되고, 헛구호와 이미지에 휩쓸려 정책과 인물의 경쟁은 실종된 선거였다. 그래도 민의를 통한 심판은 준엄했던 만큼 정치권은 이제 진실로 반성하는 자세로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 모두가 승패를 떠나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말로 냉정하게 반성하라는 얘기다.

이제는 반목과 갈등의 골에서 벗어나 승자에겐 축하를 그리고 패자에겐 위로를 건네는 모습들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질 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지역 내 갈등의 골을 메워야할 시점이기도 하다.

사실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폐해 가운데 하나가 지역 내 분열이었다. 아무래도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각 후보들과 유권자들이 이런 저런 연(緣)들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게 지방선거다.

그러나 선거는 승패가 엄연한 경쟁의 장(場)이다. 모두가 이기는 상생의 게임이 아니다. 따라서 선거에 돌입한 후보들은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내편 네편이 갈리기 일쑤다. 선거운동을 벌이다보면 피아(彼我)간에 도를 넘는 언행이 오가고 그게 앙금이 돼 선거후까지 감정대립을 낳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다보면 지역은 아예 각 파벌이 할거하는 전국시대를 방불케 되고 만다.

그러나 엄연히 지방자치와 지방선거는 그 지역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자고 도입한 제도다. 선거과정에서 생긴 지역 내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한 지역 내 컨센서스가 도출될 리가 만무하다. 지역내 화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누가 지역일꾼이 되더라도 지역발전을 견인해내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잘해보자고 시작한 정치제도가 오히려 지역의 발목을 잡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야 차라리 지방선거를 치르지 않는 게 더 낫다.

물론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선출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선 논공행상을 하고 싶어도 이를 참아야 한다. 인사나 사업에서 편파적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챙기기 때문에 파벌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지역내 화합을 도모하고 갈등을 종식시키고자하는 의지를 진정으로 가졌다면 분열의 악순환을 이번에 끊어야만 한다. 공평무사함을 눈앞에 보여줄 때 선거과정에서의 앙금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패자의 눈물을 달래고 반대편에 섰던 지역민들을 포용해야만 한다. 이러한 화합자치(和合自治)가 이 지역에 널리 퍼질 때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정치수준은 고양되기 마련이다.특히 당선자들은 언제나 초심(初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의 성찬이 돼서는 안된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정치권은 지금부터 민생을 돌볼 때다. 언제까지나 선거분위기속에 휩싸여 정쟁이나 벌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선거는 선거, 정치는 정치인만큼 다음 선거를 준비하더라도 민생을 생각해가면서 하는 것이 정치의 도리다. 민심이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특히 당선자든 낙선자든 승패를 떠나 모두가 지역사회의 일꾼임을 명심하여 화합에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시민들 또한 갈등은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자.

 김병화 기자는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불교신문 기자에 이어 1992년부터 인천` 경기지역 지방언론사에서 16년째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에서 현장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인천일보 사회부 차장(부천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김 기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일보는 인천. 경기지역에선 유일하게 2년 연속 `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우선지원대상자'에 선정됐고, 재직기간동안 편집권 독립과 언론개혁의 선봉에서 개혁적인 기자정신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연구저술논문으로 <불교방송 편성에 관한 연구(1992)>·<부천지역 케이블TV(system operator) 이용성향과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199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