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인천일보 사회부차장)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정해졌다. 올해도 여전히 그 날이 찾아왔다. 사회생활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들 장애인들에게 이날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차라리 이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자조 섞인 지적까지 나온다. 오죽했으면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 주인공인 장애인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갓이 현실이다. 각 사회단체들에서는 많은 행사를 마련하며 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일들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들이 기념일을 찾아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양극화의 현실 속에 이들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기업에서는 장애인들의 의무고용을 외면한 채 고용을 거리고 있고,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이들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많은 암초들이 직면에 있다.

기념일이 많은 장애인들에게 애로와 소외감을 다 씻어줄 수는 없겠지만 장애우들이 한때나마 시름을 잊도록 하는 뜻 깊은 하루가 됐으면 한다.

과거에 비해 상당폭 개선됐다고는 해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홀대는 여전하다. 교통수단이나 화장실에서의 불편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사회적 차별이나 고용 기피에 이르기까지 이루 셀 수 없는 불합리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회단체들은 다른 나라의 불행을 덜어주는 데까지 적극 나서면서도 정작 나라 안에서 신음하는 장애인들의 삶을 외면해온 점이 없지 않다. 장애의 삶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으며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장애인 정책이라는 게 빈민계층의 장애인들에게 매월 5만~8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뿐 나머지 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빈곤층 장애인들에게만, 그것도 기껏 몇 만원의 생활 지원금을 주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삶이나 재활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뿐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조차 의무고용인원을 유지하지 않아 장애인 미고용에 따른 의무분담금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휘황찬란한 기업의 이미지속에서 양면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고용불안과 임금체납을 감수하고 낮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그나마 이들은 외부활동이라도 가능한 경증(輕症)에 해당된다.

움직일 수 없는 중증(重症)장애인들은 아예 이같은 일에 꿈조차 꾸지 못한다. 장애인들이 가장 서글플 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남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일이라고 한다.

반면에 그들이 가장 보람찰때는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떳떳하게 일을 하고, 그 대가를 충분히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그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보다는,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휠체어도 실을 수 있는 저상버스도 도입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신호기도 도입되는 등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해당 장애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아직도 멀고 멀었다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이해는 상당 폭 진전된 반면 재활 지원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가 ‘장애인 고용촉진 장려금’이다. 이 장려금은 지난해까지 적지 않은 장애인 고용촉진 효과를 거뒀는데 올들어 대폭 축소됐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장애인의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을 통해 장애인 취업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재능을 보유하지 않는 한 장애인의 취업을 기피하는 게 기업의 일반적 관행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불합리한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만이라도 정부는 장애인 취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최소한 그런 노력이라도 있어야만 장애인들이 재활 의지를 곧추세우리라 본다.

김병화기자는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불교신문 기자에 이어 1992년부터 인천` 경기지역 지방언론사에서 16년째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에서 현장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인천일보 사회부 차장(부천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김 기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일보는 인천. 경기지역에선 유일하게 2년 연속 `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우선지원대상자'에 선정됐고, 재직기간동안 편집권 독립과 언론개혁의 선봉에서 개혁적인 기자정신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연구저술논문으로 <불교방송 편성에 관한 연구(1992)>·<부천지역 케이블TV(system operator) 이용성향과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199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