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어제 아침 텔레비존 위에 올려 놓은 시계가 채 8시도 가르키기전에 걸려 온 하나의 전화가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전화를 통해 애띤 목소리로 "저 진영인데요. 아버지가 돌아 가셨어요."라는 간단한 통고성 부음 소식이었다.

고인이 된 진영 아버지는 내가 대우 그룹에 몸 담았던 시절 나보다 몇 살 아래의 동료였지만 아주 막역하게 지냈던 사이로서 사람의 천성이 아주 착하여 당시 아내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소개하여 지금은 둘사이 슬하에 대학 3학년인 외아들 진영을 두고 살아가던 차였는데 이렇게 비운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에 우연히 내가 진영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당시 간암 판정을 받아 부천 모 병원에 입원 중이라 하여 아내와 함께 병 문안을 갔었는데 당시 그는 직장의 매년 받는 정기검사에서 간암 초기로 판명이 되어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그 다음날이 퇴원이라며 밀린 회사 일을 걱정하고 있었었다.

아내에게 그의 부음 소식을 전하고 함께 조문가는 시간을 조율하던 중 아내가 내게 드려 준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의 죽음이 의료사고 같다고 하였단다.

퇴원을 하여 약 10일간 회사에서 일도 하고 다른 동료의 모친상에도 참여를 했었는데 몸의 상태가 좋지를 않아 3주전에 간 수술을 하였고 속이 답답하다 하여 병원에서 준 약을 두 차례 먹고는 바로 사망을 하였다고 한다. 의료사고에 대하여는 별로 아는 바가 없어 지인을 찾아 물어 보니 의료사고라는 입증이 쉽지를 않아 대부분이 포기하는 것이 통례라고 한다.

우선 병원측에 의료사고라며 장례를 거부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여야 하고 피해자측에서 잘 아는 의사를 섭외하여(일반 의사는 통상 의사편에 서서 판정하기에) 수술전의 환자 상태와 수술 각서를 살피는 일이며 고인을 다시 부검을 실시하여야 하므로 일반인들은 여간만한 결심으로는 단지 의료사고의 심증만을 가질 뿐 그대로 장례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그나저나 이제 겨우 54세의 진영 아버지는 세상을 하직하는 순간까지도 간암 초기라는 판정에 수술후의 새 삶을 결코 의심해본 적이 없다는데 느닺없이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등져야 하는 심정을 헤아리니 가슴이 싸하게 저며 온다. 아내의 얼굴을 살펴 보니 친구인 망부의 회한의 눈물에 아내도 함께 눈가가 벌겋게 물들여져 있다.

그나마 그 아들이 난생 처음으로 내게 전화를 걸어 왔기에 생전의 망인이 친했던 대우 그룹 동료들에게 일일히 전화로 연락을 취했고 마지막으로 대우 그룹의 나와 입시 동기였던 친구에게 전화로 두루두루 연락을 취해 줄 것을 부탁하려는 찰라 이 친구 역시 죽음의 문턱에 서있다고 한다. 뇌 경색으로 뇌 동맥 네 가닥이 막혀 빠른 조치에 그 나마 수술 끝에 살아났는데 수술한 의사는 반드시 재발한다고 하였다며 지금 걸음은 몹시 불편하지만 반드시 문상을 하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허기사 이 친구도 작년에 겨우 딸 아이를 시집 보냈고 아들은 아직 대학 재학중이며 문상을 와서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며 씁쓰레한 웃음을 지어 보이매 주위 문상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 친구에게 달리 위로의 말을 전달키도 어려워 절대로 생을 포기하지 말고 건강을 지키라고 당부를 하였지만 내 목소리는 힘을 잃고 공중에서 공허하게 부서져 내릴 뿐 이미 메아리 없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래도 망인과 소원하게 지내던 차에 그나마 그 유족인 아들이 내게 직접 전화를 하여 대우 그룹 옛 동료들이 삼십여 명 이상이 문상을 다녀 갈 수 있어서 천만 다행으로 여겨졌다. 같은 대우그룹 동료였고 아내끼리는 친구인 망인의 부인이 내 손을 부여잡고 그동안 내가 마치 자신의 친정 오라비 같이 편했었다는 말에 다시금 내 가슴에 가련한 연민의 정이 솟는다.

오늘이 발인으로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장을 거행한다는데 애초에는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마중하려 했는데 그가 교회의 오랜 집사역을 맡아 왔기에 교인 동행인들이 많아서 단념을 하였다. 몇 차례의 목사님이 예배 집전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망인을 하늘 나라에서 긴요하게 쓰시고자 이렇게 일찍 하늘 나라로 데려 가심에.. "라는 기도 소리에 더불어 망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