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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을 죽이지 말라
[백무현]세상꼬집기
2004년 01월 04일 (일)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아직도 '김대중'이었다.DJ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이었다.  '대통령 김대중'은 없어도 '신화 김대중'은 현재진행중이었다. 새해 첫 날 김대중 전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엔 무려 1천5백여명의  세배객이 다녀갔다.

올해의 총선은 3김씨 이후의 새 정치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지만 적어도 DJ만은 아직은 예외임을 동교동 현관에 어지러이 깔린 구두들이 말해주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총출동,'金心'잡기에 혈안이 된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택에 이처럼 많은 지지자나 국민들이 넘쳐나는 것은 전직 대통령 개인으로서 기쁠 일이다. 또 여태 사랑받는 전직을 가져 보지 못한 국민들의 처지에서도 보기 좋은 풍경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에서 벌이고 있는 김심 구애가 '김대중 죽이기'라는데에 심각성이 있다. 그들이 DJ를 찾아가 경쟁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은 '김대중'이라는 정치적 기호가 갖는 파괴력에서 나오는 '호남표'때문이다. 호남지역에서 지지층이 겹치는 양당으로서는 '김심'의 향배가 어디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과거의 학습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하면 DJ를 호남 정치판으로 끌어 들여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유지할까'에 골몰해 있는 모습을 보면 정통민주세력을 자임하는 민주당이나 새 정치를 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이나 한심한 작태는 똑 같다. 양 당은 지역주의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껴 입만 열면 이를 타파하겠다고  공언해 왔던 당이 아닌가.

 목적이 옳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나 우리당이나 이번 총선은 서로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선거전략에 '김심'은 판도를 좌우할테지만 DJ를 이용하는 자세가 매우 그릇돼 있다.

  DJ의 가치는 선거판에 있지 않다. 양 당이  정작 DJ를 끌어들이고 싶었다면  세계평화나 동북아 시대의 한반도 문제,북핵 문제 등 자당의 정책수립이나 정치 대선배서의 국민통합이나 정치개혁 등의 훈수를 듣기 위한 데에 경쟁적이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미국의 카터 전대통령과 같은 가치를 발견하고 그와 비슷한 활용을  위해 경쟁적으로 추진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접근에 있어 번짓수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DJ는 나라의 대통령이었지 호남지역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들의 착시현상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나 우리당의 행태는 DJ를  호남 대통령으로 격하하면서까지 선거에 DJ를 이용할 계략인 것이다. 'DJ=호남표'라는 오도된 선거공학은 '전직 대통령'  DJ뿐 아니라 호남대중을 능멸하는 행위다. 신종 '김대중 죽이기'요  '호남 죽이기'이다.

호남 대중은  지난 대선 직전의 민주당 경선에서 '리틀 김대중 ' 한화갑보다  부산출신 노무현을 선택했고, 본선에서는 다시 몰표로 자신들의 선택을 재확인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정치 호사가들은 '이회창 집권을 막기 위한 선택' 이라고 호남민들의 선택을 깍아 내렸지만  호남민들이 이회창이 보기 싫어 '전두환'을 찍지 않은 사실은 애써  모르쇠다.

민주당이나 우리당의 선거 전략은 김대중이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느냐에 따라 호남의 선거판세가 뒤바뀔 것이라는 예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호남민은 DJ가 어느 당 찍으라고 해서 변별력없이 무조건 찍어주는 무뇌아들이 아니다.

DJ는 이런 민심을 알았는 지,아니면 존경받는 전직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했는 지 '전직 대통령의 정치개입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발언했다.

     매우 옳은 결정이고 잘한 처신이다. DJ가 정치에 개입할 때 '신화 김대중'은 없다.우리는 불행했던 전직들의 과거 거울을 통해 오늘의 전직 DJ를 보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런데 DJ는 이런 기우를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현실 정치에 불개입할 것을 천명했다.

'김대중'은 광신도에서 저주까지  호불호가 극단을 가르는 정치적 아이콘이지만 우리의 자산인 것만은 분명하다.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한번도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가져 보지 못했다.

DJ는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자신의 노력도 중요하다.하지만 무엇보다 DJ를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 들여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일부의 정치적 음모가 중단되지 않으면 안된다.

소문에 따르면 DJ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은 총선 막판에 '하의도 고향 방문'이라는 극적 이벤트까지 마련해 둔 모양이다. '김대중 죽이기'치고는 고약하다. 자신들의 '선생님'을 이런 데에 이용한다면 더 더욱 지탄받을 몹쓸 짓이다.

김대중을 적당히 팔아 금배지를 지키려는 수작은 이미 낡은 수법이고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그것은 과거 독재정권들이 하던 '김대중 죽이기'의 변종일 뿐이다.

더 이상 '김대중 죽이기'는 없어야 한다. 역시 한낱 기우지만 DJ도 자신을 구애하는 민주당이나 우리당의 경쟁을 정치적으로 즐기거나 이용해선 안된다.

한번도 가져 보지 못한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을 우리 곁에 두는 것은 나만의 과욕인가? 이 새 아침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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