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기자(인천일보 사회부차장)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 부단체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가는 예비후보 등록 시점을 최대한 늦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무원들을 동원한 관권선거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천시의 경우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부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눈치 보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불법과 탈법선거운동이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단체장 선거 때마다 등장한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눈치 보기 행태는 다양하다. 공무원들의 교육을 강화한다는 핑계로 단체장의 시책과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선심행정을 부추기거나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나서 후보 홍보에 열을 올린다.

또한 지역 경제인과의 줄을 대주는 일에 앞장서기도 하고 이런 저런 회합자리를 마련하는 등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갖가지 수법이 동원된다. 또 일부 공직자들은 각종 언론매체에 기고를 통해 현지 단체장의 치적에 대해 노골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업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보다는 정치적 배경이나 권모술수를 통해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몰상식한 행동일 수밖에 없다.

“인사로 공무원 사회를 사조직화 하는 단체장들이 건재하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원들도 자신의 거취로 마음은 콩밭에 가 있어 직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등 이렇다 할 감시 기능도 없는데다 수법도 갈수록 은밀하다보니 누군들 줄서지 않고 눈치 보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지방공무원들의 하소연은 공무원 줄서기가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물론 선관위와 검·경이 불법선거운동의 상시 감시 체제에 들어가 수많은 불·탈법 선거운동을 단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느끼는 체감도와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행위 자체가 교묘하고 은밀해서 단속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선거의 불·탈법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초반 기선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선관위나 사정당국은 우선 공직자들의 줄서기를 통한 선거 간여 등 불·탈법 부정을 차단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공직 줄서기는 선거의 혼탁은 물론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요인이며 특정 정당·후보 지지, 선전행위 등 이른바 줄서기, 편 가르기는 지방자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인사 난맥상을 초래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부패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정후보 치적홍보, 선거운동을 위한 휴가·무단외출, 후보자 사무실 출입, 후보자에 정보제공 등 감시 항목을 정해 놓고 철저히 감시해야 함은 물론 공무원노조를 통한 ‘내부자 고발센터’를 마련해 적절한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일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 감시도 중요하지만 일부 해바라기성 공무원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내부 감찰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도 공무원 사회의 ‘자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는 얘기다.

줄서는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후보자들도 지방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하면 부메랑이 돼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병화기자는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불교신문 기자에 이어 1992년부터 인천` 경기지역 지방언론사에서 16년째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에서 현장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인천일보 사회부 차장(부천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김 기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일보는 인천. 경기지역에선 유일하게 2년 연속 `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우선지원대상자'에 선정됐고, 재직기간동안 편집권 독립과 언론개혁의 선봉에서 개혁적인 기자정신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연구저술논문으로 <불교방송 편성에 관한 연구(1992)>·<부천지역 케이블TV(system operator) 이용성향과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199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