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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돈 있는데 왜 받느냐"더니...
후보시절 공언, 1년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
2003년 12월 30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5년간 대통령답게 일하고 감옥 안가는 대통령, 아들을 감옥에 안 보내는 대통령,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어 5년간 잘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해서 살 것이다. 그때 소주 한 잔 하자."

   
▲ 지난해 12월 7일 오전 경남 김해시 김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 유세. ⓒ 오마이뉴스

지난해 12월 7일 오전11시30분 전국 유세에 들어간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는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고무된 노 후보는 "국민으로부터 모아진 돈이 50억을 넘었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안 그래도 안 받는데, 돈 있는데 왜 받느냐"며 자신이 깨끗한 정치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병욱 썬앤문 회장이 당일 아침 김해관광호텔에 있는 노 후보를 찾아가 '눈도장'을 찍은 후 대통령 옆에 있던 여택수 수행팀장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29일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안 그래도 안 받는데, 돈 있는 데 왜 받느냐"는 후보시절 대통령의 공언은 1년을 훌쩍 지난 후 거짓임이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민정수석을 통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받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초 공언과 달리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비리 개입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무척 곤혹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외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윤태영 대변인의 브리핑이 5시가 넘어 이뤄진 것도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 정리를 놓고 청와대 핵심참모들이 어떠한 고민에 봉착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체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브리핑까지 늦췄지만, 윤 대변인은 '작년 12월 7일 상황'에 대해 "후보시절의 대통령이 자리를 뜬 후에 이뤄진 일로 안다, (검찰 발표가) 제가 알고있는 것과 엇갈린다"며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 작년 12월 7일 오전 경남 김해시 김수로왕묘 앞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 유세장을 찾은 김해시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련한 윤 대변인도 이날 만큼은 답변이 매끄럽지 못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호의적 거래'라고 밝힌 용인땅 매매가 검찰수사를 통해 '매매형식을 빌린 정치자금 무상대여'로 새롭게 규정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그렇게 파악하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오늘 발표를 통해 새롭게 아시게 된 부분도 있다"고 피해갔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문병욱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온 지도 열흘이 지났지만, 윤 대변인은 이날도 "그 일정은 제가 아직까지 정말 구체적으로 확인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시작된 특검 수사가 검찰 수사 이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을 생각하면, 장수천 빚 변제·용인땅 매매·썬앤문 자금수수에서 노 대통령의 개입이 드러난 검찰수사 결과는 정권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대통령이)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수사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입장을 밝혀 측근비리 특검팀의 방문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SK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 기소됐을 때도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던 윤 대변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된 측근비리 파문이 대변인의 사과만으로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고비마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노 대통령이 이번에도 직접 나서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하루 동정을 중점적으로 전해온 <청와대 브리핑>은 이날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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