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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필 세상보기] 현대판 봉이 김선달
2005년 06월 28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박정필: 시인(부천중부서 경비교통과장)

어느 누군가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약속을 잘 깨며 피해를 주는 그를 빗대어 "봉이 김선달"같다고 한다. 이처럼 사기꾼의 대명사로 불러오고 있는 "봉이 김선달"에 대해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설화 한줄기는 국민 거의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담집을 통해 알려진 "봉이 김선달"설화는 대강 이렇다. "김선달은 사대부 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에게 술을 사주면서 꼬드겨 내일부터 자신에게 동전 한 닢씩 던져주라며 미리 동전을 건네준다.

이튿날 의관을 정제하고 물을 길어 가는 대동강 길목에 의젓이 앉아서 사전에 약속한 물장수가 던져주는 엽전을 받는다. 이때 엽전준비를 못한 다른 물장수에게는 물 값을 지불 않는다고 호통을 친다. 이러한 광경을 본 말재주 좋은 한양상인 허풍선은 김선달에게 찾아가 대동강물을 사겠다며 흥정한 나머지 4천냥에 매매했다".  당시 이 돈의 가치는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던 거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부천에서 이와 같은 설화보다도 더 설화 같은 "물사기사건"이 터졌다. 시민들은 언론매체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어안이 벙벙했고, 피해자들은 가슴을 쳤다.

필자는 웃고싶어도 참아야할 ! 사건의 전말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보고자 한다. 주범 김謀의 범죄사실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수돗물을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39억원(한우 650마리. 1두당'600키로' 600만원) 상당을 편취한 것이다". 실로 그의 사기는 아주 원시적이고 일말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는 치졸한 수법이었다.

일상의 식수인 수돗물을 받아서 휠터기로 걸려 물탱크에 12시간정도 담아 놓는다. 여기에 접시 크기 만한 일명 광촉매(氣字 새긴 도자기링)를 넣고 기도만 하면 물 성분이 효험이 있는 물질로 변한다는 것이다. 마치 무당의 주술처럼 신비적인 힘을 빌린 술법으로 만든 제품에 이름을 교묘하고 헷갈리게 "아스타나 골드, 아스타나 에프"란 영어의 상표를 붙였다.

   
▲ 경찰에 압수된 증거 물품들

또 광고전단지에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당뇨 고혈압 중풍 동맥경화 관절염에 효능뿐만 아니라 제독 세포재생 혈액정화작용 등 각종 질병치료및 예방에 효능이 있다며 허위과대광고로 그럴싸하게 선전했고 "아스타나 골드"를 복용하면 3개월이면 유전자가 깨끗이 회복되고 또 유전자가 바뀐다"며 기상천외하고 허무맹랑한 문구로 현혹시켰다.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다단계 판매 경험자 2명을 끌어 들어 전국에 대리점을 개설하여 판매원을 통해 1병(1.5리터)에 3만6천원을 받았으며, 농축원액(?) 230씨씨에 12만원을 받는등 4년 반 동안 사기행각을 일삼다가 꼬리가 길면 잡히듯 경찰에 적발되어 5명 구속에 29명을 불구속한 전대미문의 "물사기사건"이었다.

피해자가 무려 천명의 숫자를 웃돌았다. 그 중에는 말기암및 불치병 환자 장애인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사기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다양화 국제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주범도 여느 사기꾼처럼 죄의식이 전혀 없고 뻔뻔하며 새빨간 거짓말을 식은 죽 먹 듯 해 수사에 어려움을 주었다. 이렇듯 현대판 "봉이김선달"은 쥐꼬리만한 돈을 가지고 수억원을 주물럭거리며 한때 잘 나간 기업체 사장처럼 폼을 잡고 자기과시도 빼놓지 않았다. 자칭 물박사라며 30년 동안 물을 연구했다고 능청을 떨었지만 경찰의 끈질긴 수사의지로 결국 그의 마각은 드려나고 말았다.

물론 궁박한 처지라든가. 주위 친구들 말에 쉽게 넘어 갈 수도 있지만 유달리 귀가 얕거나 어수룩한 사람이 남의 유혹에 잘 빠지게 된다. 요즘처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장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일수록 사기꾼들은 극성을 피운다. 그들 대다수가 넉살좋고 게으르며  일하기 싫어하고 잔머리를 굴린다. 얼핏 들으면 말재간이 뛰어난 것 같지만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지껄인다.  또한 정치인 고위관료를 잘 안다며 이름을 팔기도 한다.

한편 사기의 유형은 다양하며 피해를 입고 서수사기관에 고소하더라도 구증이 쉽지 않아서 "무혐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령 범죄가 인정돼도 피의자의 인권만 중요시한 형사정책으로 인해 불구속으로 풀려나기때문에 피해회복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돈 잃고 마음고생하며 이중고에 시달린다.

세인들은 범죄꾼에 대해 법대로 처벌보다는 인권타령만 앞세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박정필 시인은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이며 현재 부천중부서 경비교통과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하여 섬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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