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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이긴 결정적 요인은"
삼성전자 황사장의 퇴근길 폭탄주 예찬론?
2005년 06월 11일 (토)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오늘은 좀 생뚱맞은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애증이 엇갈리는 기호품(?)인 폭탄주와 관련된 것이어서 그렇지요.

퇴근길 카페는 ‘제2의 연구실’
…2000년 가을 어느날 저녁, 서울의 한 카페.  “삼성전자가 일본을 이긴 비결이 뭡니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마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 않았나요?”
“비결요? 딱 하나 있지요. 폭탄주입니다. 폭탄주!” 갑자기 폭소가 터졌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폭탄주로 일본을 이겼다고요? 말이 되는 얘깁니까? 농담하지 마시고….”... “진짜입니다” ..

카페의 분위기는 자못 진지해졌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전문가가 정색을 하고 말하니 들어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의 설(說)은 계속됐습니다.

   

“사실 삼성전자가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겠습니까? 불과 3~4년전 만  하더라도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객관적인 전력’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비교우위는 한 가지도 없었어요. 연구시설, 연구예산, 연구인력, 개발노하우, 마케팅 네트워크, 협력업체 수준 등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그들에게는 없는 ‘소중한 하나’가 삼성에게는 있었습니다. 퇴근길의 폭탄주입니다. 일본의 연구원들은 일과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간다고 합디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잖아요? 꼭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한잔 하러갑니다.”

“아니, 그게 어떻다는 것입니까. 첨단기술개발에 ‘폭’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계속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폭탄주파티를 하면서 그냥 술만 마시는 것은 아니지요. 폭탄주가 한 두잔 들어가면, 저마다 연구실에서의 스트레스를 모두 토해냅니다. 각자 성공사례 실패사례 고민거리 등등을 털어놓고 토론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리곤 합니다.

폭탄주가 돌아가는 카페는 사실 ‘제2의 연구실’이었습니다. 동료들의 연구성과를 실질적으로 공유한 것이지요. 폭탄주가 아니었으면, 이런 팀웍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팀웍으로 전력상의 열세를 만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해할 만합니까?”

농담같은 진담, 진담같은 농담에 모두 껄껄 웃었습니다. 5년전 쓰디 쓴 폭탄주를 즐겁게 마시면서, ‘폭탄주 예찬론’을 털어놓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세계반도체업계의 선도자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입니다. 황 사장으로서는 처음 만난 손님과의 저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이런 얘기를 했겠지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한 이면의 고뇌를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화였습니다. 무슨 ‘큰 일’을 하는데 있어서 선후배 동료들과의 의사소통과 팀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폭탄주가 한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니….” 폭탄주 애호가들로서는 크게 위안이 되는 사례라할 수 있겠지요.

사제관 오픈하우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카톨릭 사제관에서의 폭탄주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느날 구역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구역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제관에서 구역형제님들에게 저녁을 내시겠다고 합니다. 참석하시겠지요?”...대답은 물어보나 마나지요. ‘사제관 오픈하우스’는 대학 1학년 축제 때 어느 여자대학의 ‘기숙사 오픈하우스’보다도 더 가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의관을 정제하고 사제관을 찾았습니다. 보통 구역모임 때보다 2배가량의 형제님들이 모였습니다. 평소 얼굴을 보지 못한 냉담자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이심전심의 설레임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신부님의 간략한 강론이 끝나고, 맥주를 겸한 만찬이 시작됐습니다. 그 때 구역모임의 간사가 아주 능청스럽게 분위기를 잡아가더군요.

“신부님, 아주 즐거운 저녁입니다. 폭탄주 한 잔 해도 되겠습니까?” 참석자 모두 한바탕 웃고 나서, 신부님을 쳐다봤습니다.
“그럽시다, 딱 한잔만…” 신부님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세상에 신성한 사제관에서 폭탄주를 마실 수 있다니...” 다들 신기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차례대로 일어나, 짤막한 인사말(폭탄주 어드레스)을 한 다음, 잔을 비웠고, 그 뒤 빈잔을 흔들어 딸랑딸랑 청아한 소리를 냈습니다. 약속이나 한듯, 나머지 사람들은 박수를 치더군요. 사제관 특유의 엄숙함과 냉담자들이 풍기는 썰렁한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참석자 모두 친구처럼, 진짜 형제처럼 다정스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소설의 제목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누군가가 일어나, 더 무엄한 요청을 하더군요.
“신부님이 손수 제조하신 폭탄주를 한번 마시고 싶습니다. 소원입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로 신부님을 압박(?)했습니다. 신부님은 일순간 당황하는 눈빛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럽시다. 폭탄주를 한번 제조해 보겠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다시 웃음바다가 이루어졌습니다. 신부님이 제조하시는 폭탄주를 신도들은 성호경을 그으면서 마치 십전대보탕을 마시듯 맛있게 들이키더군요. 그리고 사제님과 형제님들 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당부했습니다. “술을 마시되, 자기절제의 선을 넘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팽팽한 검경에 격의없는 대화의 장 마련
…이해찬 총리께서 지난 2일 김승규 법무부장관, 오영교 행자부장관, 김종빈 검찰총장, 허준영 경찰청장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폭탄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언론은 이를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5자회동’으로 이름지어 크게 보도했습니다.

수사권조정문제는 법조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수년째 검경 양측이 팽팽한 대립관계를 보이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관계전문가(교수)나 언론인 시민단체(NGO)마저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조정을 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모두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격렬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몇년전 옛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중앙은행독립 문제를 놓고 대립했던 것과 흡사합니다.

조정권자인 총리로서는 참 답답할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의 총수인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그리고 이들의 직속상관인 법무부장관과 행자부 장관을 초청, ‘격의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몇몇 언론들은 ‘5자회동’에서는 수사권조정의 ‘수’자도 나오지 않고, 폭탄주만 마시고 헤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폭탄주가 5~6순배 돌았고 러브샷도 했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어떤 신문은 “이총리 등이 현안의 해법논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폭탄주를 마시고 잡담을 일관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고까지 보도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한국의 언론인이라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검찰과 경찰이 큰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저녁모임의 취지를 몰라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요. 그도 아니라면 뭔가 억하심정이 있어서일까요. 그 배경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검경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총리로서는 양측이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저녁자리를 마련,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화법으로 “빨리 처리하라”고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잘 해보자”고 팀웍도 강조했을 것입니다. ‘이심전심의 업무조정’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팀웍 결여되면 혁신열매 얻기 어려워
…폭탄주 자체를 예찬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팀웍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크든 작든, 무슨 의미있는 일을 함에 있어서는 팀웍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화두인 혁신의 성공도 팀웍에 달려있습니다.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혁신되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구성원간의 팀웍이 결여되면 혁신의 열매를 얻기 어렵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팀웍에 온 신경을 모으지 않았습니까? 한국축구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의 축구강호보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나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우리는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팀웍이 아니었으면 가능했을까요? 히딩크 감독은 개인기량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웍을 해칠 경우 과감히 퇴출시켰습니다.

한국산 칵테일…분위기 바꾸는데는 특효(?)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이미지의 폭탄주! 맥주잔에 맥주를 적당히 채운 다음, 양주나 소주를 넣은 양주잔을 이곳에 빠뜨려 한꺼번에 마시는 ‘한국산 칵테일’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것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풍습도 드물 것입니다. 술 좀 한다는 사람은 이걸 한 잔 해야 기분이 난다고 하지만, 알콜을 멀리하는 사람에게는 혐오스럽기 짝이 없지요.

여러 가지 이유로 폭탄주 유해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그 생명력 또한 질긴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치인 언론인 검찰 경찰 군인 금융계 등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일수록 폭탄주파티가 많더군요. 갈등관계에 있는 두 집단을 어우르거나, 조직의 상하관계에서 배양된 불필요한 긴장감을 해소하고, 낯선 사람들이 모인 자리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아직도 폭탄주가 통하는 것 같습니다.
폭탄주를 마시지 않고 이런 효과를 낼 수는 없을까요? 우리 모두의 숙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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