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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결혼기념일은 언제야?”
60년만에 알게 된 엄마의 결혼기념일
2005년 06월 04일 (토) 00:00:00 정현순 시민기자 jhs3376@empal.com

부천타임즈: 정현순 시민기자
 
“엄마! 엄마 결혼기념일은 언제야?” “응 뭐라구?”내가 엄마에게 결혼기념일이 언제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저 아이가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하지? 하는 표정으로 눈이 갑자기 커지셨다. 커진 눈과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신다.

지난 4월말경이 나와 남편의 결혼기념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그날이 결혼기념일이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난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하루 이틀 산 것도 아닌데 어떤 땐 잊고 지나칠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 후 딸아이가 와서“엄마 지난번 엄마 결혼기념일에 어떻게 보냈어?” 하고 물었다. “뭐하긴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채 그냥 지나쳤지”했다 그러면서 난 우리친정머니의 결혼기념일을 모르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불연 듯 들었다. 그리곤 다음에 가며 꼭 물어 봐서 알아 놔야지. 생각했었다. 내가 재차 물었다. “엄마는 아버지하고 결혼을 언제 했냐고?”

“응 그거? 글쎄다 내 결혼기념일이 언제더라? 그런 것을 한번도 챙겨보지 않아서 언제인지. 나도 내가 언제 결혼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하신다. 며칠 전  난 엄마 집에 갔었다. 내가 묻는 결혼기념일이란 낱말 자체가 낯설었는지 엄마는 그 말을 얼른 알아듣지 못하는 듯 했다.

엄마는 내가 다시 물어보자 한동안 머리를 갸웃등 거려가면서 생각을 하신다. 그러더니 엄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중에 어는 계절인데?” “엄마는~~ 그거야 당연하지”

“가만 있어봐라. 겨울은 아닌 것 같고 봄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더운 여름도 아니 것 같고 가을쯤 되는 것 같다”
“가을쯤? 그럼  몇 월 달?”
“몇 월 달인지 그건 자세히 모르겠다. 그런 거 기억 할 사이도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먹고 사는 것이 제일 바빴는데 그런 거 기념하고 챙길 수가 있었나?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해서 뭐하겠나? 돈이 생기나 밥이 나오나? 그땐 먹고 사는 것이 급했는  걸”

“그럼 엄마는 몇 살 때 결혼했어?” “그러니깐 내가 22살인가 23살인가 그럴 거다”하신다. “엄마 그럼 올해로 결혼 한지가 60년이 되었거나 조금 넘었거나 그랬겠네?” “그래 그러겠다. 내가 시집와서 그 이듬해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그 애가  두 달이 지났나? 아마 그럴 거야. 그때 죽고 2~3년 있다가 네 언니 낳았으니깐”하셨다.

 엄마는 올해 83살이 되셨다. 언니를 엄마 나이 26살 때 낳으셨다. 정말이지 꽃다운 나이였다. 우리 엄마에게도 그런 꽃다운 청춘이 있었다.  여태까지 난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본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결혼하고 단 한번도 결혼기념일이란 것을 챙겨보지 못하셨단다.

내가 생각해 봐도 그럴 여유가 없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언니를 낳을 무렵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이 끝나고 어떻게 하든지 먹고 살아야했다. 전쟁 때 아버지께선 의용군으로 끌려 나가셨단다. 그 전쟁후유증으로 아버지께선 술로 나날을 보내시게 되었단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정을 책임지셔야만 했던 우리 엄마.

한번 두 번 결혼기념일은 잊혀진 채 지나갔고 그것이 어느새 생활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그동안 엄마의 결혼기념일을 물어보면서 관심을 가져준 적도 없었다. 당연히 우리 엄마도 결혼을 언제 한 것을 알고 계시겠지. 결혼기념일이 언제 인지는 알고 계시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결혼기념일을 한번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엄마가 결혼한 지 6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안 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엄마의 결혼기념일에 대해서.

아버지 엄마 두 분이 결혼을 해서 우리 삼형제가 이 세상 구경을 하게 되었으니 엄마 생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결혼기념일을 챙겨드리고 싶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가을이라고 했으니깐. 마침 음력 9월엔 아버지 생신달이 들어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계획을 세워본다. 돌아오는 이번 가을, 아버지 생신 때에는 두 분의 결혼기념일을 꼭 챙겨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자식들이 엄마가 생전에 계실 때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작은 효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한 지 60년 동안 엄마 자신도 모르고 사셨던 결혼기념일. 그래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엄마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돌아가신지 30년이 된, 그래서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와 흰머리와 얼굴에는 굵은 주름이 가득한 엄마가 올 가을에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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