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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연애편지'가 'DJ특명' 둔갑
[오마이뉴스심층추적] 최규선테이프에 김대중 지시는 없었다
2003년 12월 26일 (금)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 <뉴스위크 한국판> 지난해 10월 16일자

중앙일보사에서 발행하는 <뉴스위크 한국판>(이하 뉴스위크)이 지난해 10월 16일자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노벨평화상 만들기 '최규선 파일' 단독입수 ―DJ특명 "블루 카펫을 깔아라"」 기사는 대선을 두 달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각색·왜곡되었음이 드러났다.

당시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최규선(43·미래도시환경 대표)씨의 '노벨상 프로젝트' 문건 내용을 담은 뉴스위크 기사가 나오자마자 이를 인용해 크게 보도했다. 한나라당도 이를 근거로 '노벨상 반납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했다.

그로부터 1년여만에 <오마이뉴스>가 '최규선 테이프' 원본을 입수해 정밀분석한 결과, 노벨상과 관련해 DJ가 최규선씨에게 내린 'DJ특명'은 없었다.

뉴스위크는 문제의 10월 16일자 기사에서 녹음테이프에 담긴 김대중 대통령의 말이라며 마치 DJ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최씨에게 맡긴 것처럼 전했다.

"IMF만 극복하면 역사에 남네. 그리고 남북관계가 풀려 가지고, 그렇게 우리 국민이 숙원하는 노벨평화상도 받을 거야. 그때도 자네가 역할을 해줘."

그리고 기사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노벨상 프로젝트는) 최규선씨가 기획하고, 박지원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연락을 취해 실행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원본 테이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과 관련 최규선씨에게 어떤 지시나 부탁을 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 또 박지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로비 실행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최씨의 육성 녹음테이프 원본에는 어떻게 녹음되어 있을까. 최씨가 원래 자신의 '자서전 저술용'(6개 9시간 분량)과 '자기 보호용'(3개 70분 분량)으로 녹음한 것을 <오마이뉴스>가 정밀분석한 결과 '자서전 저술용' 테이프에서 노벨상과 관련해 언급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 수감중 실명의 위험성 때문에 형집행정지로 병원에 입원치료중인 최규선씨

"(98년 9월 사직동팀 조사를 받고) 저는 미국 있으면서도, 제가 엄청난 기이한 성격의 소유자냐면, 그렇게 (DJ로부터) 버림받은 줄 알면서도 DJ가 노벨평화상 받기를 바란 사람입니다. 그래 가지고 내가 노르웨이에 갑니다. 아무런 DJ로부터 부탁받은 적도 없고, DJ로부터 무엇도 없고, 1999년에는 (수상자 선정이) 끝났다고 보고 2000년에는 노벨상을 받아야 할텐데, 도대체 노벨평화상(을 어떤 기준과 절차를 밟아서 선정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 내가 직접 손수 자비를 들여 노르웨이 오슬로로 가게 됩니다. 제가 그(룬데슈타트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자서전에) 쓰려고 합니다. (거기에 가서)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DJ라는 것을 발표한 룬데슈타트(노벨평화상위원회 사무총장)를 DJ보다 먼저 만나게 됩니다.…(중략)…

룬데슈타트하고 저녁을 먹는데 자기가 축구팬이라고 해서 한국에서 월드컵을 하게 되면 초대해 달라, 이런 이야기하고, 그런데 룬데슈타트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DJ가 가능성이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중략)…그런 일련의 프로그램을 내가 스스로 아무런 부탁도 안받고…그렇게 나는 웃기는 사람입니다. 노르웨이를 갈 정도로.…(중략)…아마 대통령께서는 지금 이 시점(2002년 4월 구속 직전)에서는 알지 않았나 싶어요. 나의 어떤 조건 없는 애정을 알 것 같아요."

최씨는 자서전용 녹음테이프에서 자신이 자비를 들여 노르웨이까지 간 것에 대해 분명히 "DJ로부터 아무런 부탁 받은 적도 없는" 그리고 "DJ에 대한 조건 없는 애정"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뉴스위크>는 있지도 않은 'DJ특명'을 만들어냈을까?

분명한 것은 <뉴스위크>는 문제의 기사를 쓰기 전에 '최규선 테이프 속에 DJ특명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2002년 5월부터 '특종: 최규선 비파일'을 집중 보도해온 임도경 뉴스위크 편집장은 자신이 직접 최규선 테이프(9개)를 취재 및 정리한 기사(<월간중앙> 2000년 6월호)에서 "(노벨평화상과 관련) DJ로부터 아무런 부탁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내 생각대로 한 것"이라는 최씨의 말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로부터 4달 후에 문제의 10월 16일자 <뉴스위크> 기사를 쓸 때에는 최씨가 'DJ특명'을 받은 것으로 보도했을까? <뉴스위크>가 답할 차례다.

   
▲ <뉴스위크 한국판>의 노벨상 로비 기사를 비중 있게 인용 보도한 <조선닷컴> 2002년 10월 9일자 초기 화면. (빨간색 테두리 안

[해설]

최씨의 일방적 문건에 의존한 <뉴스위크> 기사

문제의 뉴스위크 커버스토리 기사(2002년 10월16일자)는 다음과 같은 단정적인 리드(첫단락)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규선씨가 98년 4월과 99년 2월에 각각 임의로 작성한 'M 추진계획'과 '블루 카펫' 문건에 의존해 작성된 기사이다.

"노벨평화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로비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뉴스위크 한국판은 최규선(42·미래도시환경 대표)씨의 노벨평화상 만들기 작전인 '블루 카펫'(Blue Carpet)과 'M 프로젝트' 문건들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두개의 노벨상 프로젝트는 98∼99년 사이 국민회의 총재 보좌역으로 일했던 최규선씨가 기획하고, 박지원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연락을 취해 실행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문건의 작성자인 최씨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안들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그 문건들이 최씨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또 그 문건이 단지 구상에 그쳤는지 실행되었는지, 또 실행되었더라도 어느 정도 현실적 구속력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실행되지 않았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 점들이 사실로 확인된 후에, 중요한 것은 과연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과 최규선씨의 노벨상 프로젝트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느냐는 문제이다. 최씨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특별보좌역을 지냈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시절에도 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점에 비추어 '의심할 만한 인과관계'는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벨상 프로젝트 문건이 최씨 본인의 말대로 DJ로부터 내침(버림)을 당한 뒤에 어떻게 해서든지 '롤백'의 기회를 잡기 위한 방편으로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점이다. 비유컨대 DJ에 대한 일종의 '짝사랑'에서 비롯된 '습작 연애편지'인 셈이다. 그러니까 시키지도 않은 '편지질'을 한 것을 가지고 짝사랑의 상대방에게 '연애질'을 했다고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뉴스위크측은 최규선씨가 작성한 파일을 '단독입수'(실제로는 사무실 무단침입 및 절도)해 보도(전재)하면서 이러한 일련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 기사를 작성한 임도경 뉴스위크 편집장 본인이 인정하듯, 뉴스위크측은 이와 관련 최씨와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전화통화조차 한 적이 없었다.

최씨 또한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스위크의 노벨상 프로젝트 기사 자체가 전적으로 내가 작성한 문건들을 토대로 내게는 일언반구 확인 과정도 없이 자기 나름대로 해석과 추측을 가미해 사실인 양 쓴 것"이고 "그 문건들은 얼굴도 모르고 전화통화 한번 한 적이 없는 임도경 기자가 내 운전기사를 꼬드겨 내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절취한 것들이다"고 증언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문건들이 DJ측으로부터 아무런 용역이나 부탁도 받지 않고 순전히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는 이런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최씨가 이번에 처음 밝힌 것이 아니고, 실은 뉴스위크가 지난해 5월 단독입수한 문제의 '최규선 테이프'에서도 이미 밝혔고 뉴스위크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 최규선씨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인 룬데슈타트와 같이 찍은 기념사진과 딸림기사들을 묶어 뉴스위크 기사를 비중 있게 인용보도한 <동아> 2002년 10월9일 인터넷판 기사.

 문제의 기사보다 4개월 전에 쓰여진 <월간중앙>을 보면...

문제의 「DJ특명 "블루 카펫을 깔아라"」 기사를 쓴 임도경 편집장(당시는 취재팀장)은 '취재 및 정리·임도경 뉴스위크 한국판 취재팀장 기자' 명의로 자매지인 <월간중앙> 2002년 6월호에 "최규선 거짓과 진실: 최규선, 그 미완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싣지 못한 테이프 내용들을 상세히 풀어썼다.

<월간중앙>은 이 '미완의 자서전 특종기사'를 게재하면서 "월간중앙이 독점 공개하는 이 자서전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입수한 최씨의 자서전용 구술 테이프 6개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면서 "구술 과정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원문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편집자주에서 밝히고 있다.

다음은 임도경 기자가 최씨의 녹음테이프를 풀어쓴 '최규선, 그 미완의 자서전' 기사에서 노벨상 관련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기이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 이 무렵 나는 DJ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DJ 같은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꼭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자비를 들여 무작정 노르웨이 오슬로로 떠났다. DJ로부터 아무런 부탁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내 생각대로 한 것이다." (월간중앙 2002년 6월호)

그런데 그로부터 4달 뒤에 임도경 기자가 쓴 「노벨평화상 만들기 '최규선 파일' 단독입수 ―DJ특명 "블루 카펫을 깔아라"」 기사에는 "DJ로부터 아무런 부탁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내 생각대로 한 것이다"라고 4달 전에 풀어쓴 대목이 빠져 있다. 그러니 대선이라는 '대목'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각색·왜곡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김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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