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시청 민원실 정원에 핀 할미꽃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졸고 있는 할미꽃 /아지랑이 속에서 무슨 꿈을 꾸실까/ 뒷동산의 할미꽃 가시돋은 할미꽃/ 싹날때에 늙었나/호호백발 할미꽃 /천만가지 꽃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가시돋고 등곱은 할미꽃이 되었나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 시청 민원실 정원에 핀 할미꽃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봄이면 산과들의 양지바른 무덤가를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할미꽃을 부천시청 민원실 앞 정원에서 만났다. 부천시청 정원에는 봄이면 진달래, 개나리,복숭아꽃,여름이면 능소화를 만날 수 있고 키가 큰 나무아래 피어난 쇠별꽃, 양지꽃, 민들레 등 들꽃도 만날 수 있다.

할미꽃은 이름과 달리 자수정처럼 아름다운 꽃 할미꽃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초라한 들꽃같지만 꽃잎에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의외로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역광으로 촬영한 할미꽃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은 꽃은 자수정처럼 반 짝거린다. 하얗게 보송보송 난 솜털도 만져보면 마치 아기 손을 잡은 것처럼 보드랍다.

꽃대가 할머니처럼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할미꽃이라 부를까?. 아니면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하얗게 부풀어오른 암술날개가 마치 백발 노인의 풀어헤친 머리칼 모양 같다고 해 할미꽃이라는 부를까?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어린 두 손녀를 키우며 어렵게 살 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손녀들은 자라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언니는 얼굴이 예쁜 덕에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동생은 아주 먼 곳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늘 구박하고 소홀히 대했다. 할머니는 마음씨 착한 작 은 손녀가 그리워 해짧은 겨울길을 나섰지만 손녀가 사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허기와 추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작은 손녀는 자기집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묻었 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포기가 나와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땅을 딛고 진홍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할미꽃하면 먼저 양지바른 무덤가부터 연상되는 것도 이런 전설 때문이다.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미나리아재비과의 할미꽃(Pulsatilla cernua var. koreana)은 4월에 피고 꽃자루 끝에서 밑을 향하여 달리며 붉은빛을 띤 자주색이다. 꽃자루는 길이 30∼40cm이고 작은포는 꽃대 밑에 달려서 3∼4개로 갈라지고 꽃자루와 더불어 흰 털이 빽빽이 난다.  약용식물로 지혈,소염·건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