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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호 칼럼]'미생지신(尾生之信)'과 어린이날
2005년 04월 20일 (수)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최유호 (덕유사회복지관장heavenarmy@hanmail.net)

중국 노나라 때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 여자와 다리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도 이 여자는 오지 않고 급기야 폭우가 와서 강물이 넘쳐나는데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미생지신(尾生之信)’은 ‘융통성없이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런 저런 핑계로 약속을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생각해야할 대목이 많은 고사성어라고 여겨진다.

이제 머지 않아 가족의 달 5월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5월은 녹음과 푸르름으로 대변되면서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이 빼곡히 있다.

예전에야 기념일을 따로 두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 울타리에서 부대끼면서 가족애를 갖고 살아왔지만, 요즈음은 가족사이의 유대마저도 예전만하지 못한데다 이런 날이라도 없으면 가족이라는 의미조차 잠시 음미해볼 수도 없을 만큼 가족 구성원들이 제각각 쉴 틈없이 자기 일에 충실해야만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인위적으로라도 가족애를 고취시키기 위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5월에 제정한 것이 아닐까?

5월 한 달에는 가족 사이에도 이런 저런 약속들이 맺어진다. 특히 어린이날에는 귀여운 자녀들과 함께 수많은 약속들을 하고 그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처럼 부모와 오순도순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부모를 대신에서 사회복지시설에서 약속을 대신지켜주는 것이다. 다른 곳은 모르지만 부천에서만은 관행처럼 수년간 그래왔다. 이는 천진한 아이들과 사회복지시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뢰관계며 믿음이었고 약속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신뢰관계를,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역사회라고 하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곳에서 지나치게 미생지신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내심 미생지신으로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해 한판 잔치가 벌어진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즐거운 잔치가 벌어지길 기다릴지 모른다. 아름다운 ‘미생지신’의 마음이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가난한 부인이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를 마련하듯 사회복지시설은 미생지신의 마음으로 그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미생지신이 잘 쓰일 때는 자신만 죽일 뿐이지만, 우직하게 쓰여지면 자신은 물론 약속 당사자도 죽일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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