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6.23 일 16:33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NGO/오피니언
       
[새터민이 본 한국사회]
"대통령도 노무현이라고 하니 너무 신기해"
2005년 03월 03일 (목) 00:00:00 김철호 pd7558@paran.com

 지난 2004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에 입국한 새터민(탈북자 대체용어)은 6000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정착금 지급과 생계지원비 지급 등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3일 진주시 평거동에 거주하는 새터민 신모(여.39)씨를 만났다. 빨간 스웨터를 입고 수줍은 십대소녀처럼 모든 게 낯설고 조심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직도 이 사회를 향해 열리지 않은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진양호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늘 집에서만 지낸다는 그녀는 그다지 말이 없었다. 아직도 그녀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과 한국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북한사람이라고 하면 불쌍하다고만 생각하지 누구도 환경에 따른 차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 한국 사람들과 하나 되기가 무척 힘들어요”

인터뷰가 계속되는 동안 그녀는 그 동안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얼음처럼 차갑던 그녀의 얼굴에도 조금씩 따뜻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함경북도 해령 출생인 그녀는 지난 2003년 5월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진주로 전입해 이듬해인 2004년 2월 지금의 남편 박모(41)씨와 결혼해 작은 가정을 꾸리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진주에 뿌리를 내린지도 이제 1년 6개월째다. 그녀도 이제 자신은 진주 사람이 다되었다고 말한다.

“진주는 서울에 비해 공기도 좋고 조용해요. 차도 밀리지 않고 교통도 편리한 것 같아요. 다른 새터민의 경우 살고 있던 지역에 적응을 못해 다른 지역으로 떠돌곤 하는데 저는 아직 진주를 떠나본 적이 없어요. 이제 진주 떠나면 못살 것 같은데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
"일단 한국은 북한에 비해 공기가 너무 안 좋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진주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서울의 경우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다음으로 한국에 와서 놀란 점은 굴뚝 없는 주택가다. 처음 진주로 오면서 집집마다 굴뚝이 하나도 없어 너무 이상했다. 굴뚝도 없는데 불을 떼면 연기가 어디로 빠지나 신기했다. 한국은 천국이라고 들었는데 굴뚝 없는 한국의 주택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손발에 털이 났는지 굴뚝도 없이 추운겨울에 어떻게 불을 떼면서 살아갈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먼저 온 새터민 선배로부터 한국에서는 가스와 기름을 사용해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굴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 TV 드라마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남녀 간의 불륜과 삼각관계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여자는 한번 시집을 가면 아무리 남편과 싸우더라도 절대 한눈을 팔거나 해서는 안 되며 죽어서 그 집에 귀신이 되어야한다고 배웠는데 여기 TV 드라마를 보면 왜 행복하게 사는 남의 가정에 뛰어들어서 가정의 파탄을 내고, 남의 여자를 넘보고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 채널을 돌린다. 한국은 사랑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문화적 차이인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보다는 영화나 코미디 프로를 자주보고 스트레스를 푼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코미디가 프로가 참 마음에 든다. 북한에도 코미디를 한다. 하지만 웃음을 위한 코미디가 아닌 김정일 선전을 위한 코미디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코미디는 순수하게 ‘웃기기’ 위한 코미디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즐겨본다."

-극장에는 가봤나? 북한의 극장은 어떤가? 
"아직 극장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남편도 가자고 하고 가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사실 돈이 아까워서 못 간다. 아껴야 잘살지 않겠나.(웃음) 북한에도 영화회관이라고 불리는 극장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러 가진 않는다. 기업 등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가고 영화의 내용도 온통 김정일 선전 내용뿐이라 볼게 없다."  

-말이 안 통해 힘든 적이 있었나?
"한국 사람들은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쓴다. 대화 중 외래어가 나오면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이 너무 강하고 말이 빨라 정말 못 알아듣겠다. 한번은 내가 물건을 들고 가는데 시어머니께서 “아가 단디해라”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몇 번이고 되묻기도 했다.

또 시어머니께 뭘 여쭤보는데 대답은 안하시고 자꾸 “하모하모”라고만 말씀하셔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땐 남편이 통역관 역할을 한다. 아직도 ‘단디해라(조심해라)’, ‘뜨시다(따뜻하다)’, ‘하모하모(맞다)’는 잊혀지지가 않는다."

-음식문화의 차이는 있는가
"처음 진주에 와서 새터민 선배들과 삼천포에 갔다. 회를 사준다기에 따라갔다가 생선을 산채로 잡아서 먹는걸 보고 많이 놀랐다. 그때 한국 사람들은 참 독하구나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적응이 되서 가끔씩 회를 먹는다."

-한국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신혼여행 때가 제일 즐거웠다. 북한에는 신혼여행이라는게 없다. 남편과 결혼해서 제주도로신혼여행을 갔었는데 낮에는 관광도 하고 밤에는 다른 부부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했던 그때가 제일 즐거웠다. 그런데 그만 신혼여행 중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사실 그때 당시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으니까 나는 이제 여기서 끝나는구나 싶었다. 말도 못하고 가슴조리고  있는데 남편이 눈치를 채고 괜찮다며 나중에 다시 해줬다."

-한국 생활 중 힘든 점이 있다면?
"외로움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친구도 부모 형제도 없이 혼자 지내는 게 제일 힘들다. 그리고 가끔 어떻게 부모를 두고 혼자 왔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난다. 그곳에 부모님을 남겨두고 혼자 이곳에 있는 내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본인이 느끼는 남한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은 정말 이동이 자유롭다. 진주남강유등축제 기간에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자유로워보였다. 북한에도 축제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고위급 간부들이나 외국손님들이 오면 축제를 하는데 이때도 사람들 풀어놓고 철저한 통제의 의해 움직이도록 되어있다.

또 한 가지는 말을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대원수님,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여기서는 대통령도 노무현이라고 이름을 부르니 너무 신기하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체제를 비난하면 귀신도 모르게 사라진다. 지난번 대통령 탄핵사건 때는 대통령을 쫒아 내려 한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새터민과 한국 사람들과의 교류가 절실히 필요하다. 단순히 생계지원비 지급 등의 차원을 떠나 새터민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국사회를 좀더 빨리 이해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으며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도 이길 수 있다." 



김철호의 다른기사 보기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360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유럽 기독교 재부흥 기반 마련…佛서
부천시 ‘공공심야약국’ 운영…늦은 밤
부천시, 인천출입국외국인청 공동주관
부천시, 2024. 아동친화도시조성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수석
부천시, 조명산업 발전을 위한 조명기
‘탄소중립 솔선’ 부천시, ‘1회용품
부천시 콜센터 상담사, 행복한 민원서
부천시, 신중년 효율적인 노후준비 지
부천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정책토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