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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에 반발하는 주민들
"무모한 개발로 시화호와 주민 또 죽일건가"
2003년 12월 25일 (목)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기사제공 : 시민의신문

"확실한 수질개선을 담보하지 않는 시화호 개발은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건설교통부는 지난 12일 공청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시화지구 3천2백54만평에 관광레저 신도시와 멀티테크노밸리, 농업용지, 조력발전소, 항만 등을 건설하는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시화호 개펄 개발계획안에 시화호 인근 시흥·안산·화성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무모한 개발로 또 다시 시화호와 지역 주민들을 죽이려 하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의신문>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봤다.<편집자주>

   
▲ 즐비한 송전탑과 반월공단이 마주보이는 시화호 남측 간석지. 갈매기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양계탁 기자

 지난 20일 오후 비봉 인터체인지를 지나 당도한 곳은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송산 농협 앞. 이 곳에서 기자는 윤영배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화성·시흥·안산 시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우음도 어촌 계장·이하 연대회의)을 만났다. 점심 때가 한참 지난터라 송산시장통의 허름한 순대 국밥집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면서 윤 집행위원장에게 시화호 개펄 개발계획에 대한 음섬 주민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제는 '개발', '건설' 이런 말들에 진저리를 내고 있죠. 예전에 시화호 물막이 공사 할 때와는 많이 달라요. 그때야 보상금 두둑하게 받아 육지로 가 편안히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뜻 찬성에 표를 던졌지만 막상 보상금을 받아 보니, 양식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어느 정도 돈이 쥐어졌지 대부분은 얼마 받지도 못했어요. 나중에 소송을 해서 한 5천만원 정도 받긴 했지만 소송비용, 돈이 나올 때까지 진 빚 등으로 다 빠져나갔고…. 게다가 공사 찬성하면서 알량한 보상금까지 받아버리는 바람에 하루 4시간만 일해도 30만원은 너끈히 쥐어주던 황금개펄은 망가지고, 바다 어업권리도 빼앗겼죠. 지역 공동체 붕괴는당연한 수순처럼 벌어졌고…. 이제 우리들이 바라는 건 하나 밖에 없어요. 시화호에서 바다와 함께 먹고 살아가는 것, 그게 유일한 소망이에요."

 '이곳에서 함부로 있는 척 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지역민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던 황금의 시화개펄이었지만, 섬사람들의 최대 소원이 육지에 나가 진흙에 발을 담그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 하던가? 이들의 작고 눈먼 소원은 진흙에 발 담그지 않는 삶을 가슴치는 후회로 대신하고 있었다.

 시화호에 인접한 음섬 주민들은 이렇듯 공사니 개발이니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송산면 주민 가운데는 '송산면 개발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정부의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이 하루빨리 확정돼 실현되길 바라는 이들도 있다. 시화호 물막이 공사 이전까지만 해도 화성에 위치한 14개 농협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송산농협이 물막이 공사와 함께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송산 주민들의 삶도 오염된 시화호 바닥의 유기 퇴적물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개발로 가라앉은 삶을 또 다른 개발을 통해 떠오르게 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마음이다.

 송산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한 상인은 "시화호가 다시 죽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정부에서 조력발전소 건설 같은 방법으로 친환경 개발을 하겠다고 하니 한 번 믿어보는 것"이라며 "관광레저 신도시가 건설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사는 게 좀 더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한다.

 윤 집행위원장은 "그런 희망을 갖고 송산쪽 주민들은 개발에 찬성하고 있지만, 요즘은 성공적으로 개발이 된다 해도 그 혜택은 시화호 인근 지역이 받는 것이지 송산 등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라리 서울 등지로 한번에 통하는 도로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화호 개발 반대를 말하면서 송산 지역에선 죽일 놈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요즘은 그래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대국밥집 주인은 돌아서는 윤 집행위원장에게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을 몇 번이나 전했다.

   
▲ 시화호 황금개펄이 간척으로 건조되기 시작하면서 자라기 시작한 갈대들. 이 갈대숲은 이제 시화호를 상징하는 하나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양계탁 기자

스스로 되살아나는 시화호의 위대한 생명

 갈대와 송전탑이 즐비한 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 길을 따라 10분여 차를 달리면 되살아나는 시화호를 위해 지난 가을 음섬 주민들이 직접 깎아 세운 '우음도 희망여장군', '우음도 생명대장군'을 만날 수 있다. 장승을 지나 무수한 송전탑과 뿌연 연기를 내뿜는 반월 공단을 마주한 시화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조개로 가득했던 황금개펄의 과거 위용을 떠올리게 할만큼 무수한 조개껍질이 발에 밟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육지 위에 올라앉아 바다를 그리워하는 서너척의 고기잡이배도 만났다.

   
 "어릴 땐 여기가 선착장이었어요. 여름철이면 바위 위에 올라가 바다로 다이빙하며 놀곤 했죠. 또 이 땅이 모두 개펄이었는데도 걸으면 발이 빠지지 않았어요. 조개가 하두 그득하게 쌓여있어 발이 빠질 곳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시화호 물막이 공사 이후 호수면을 평균 해수면으로부터 -1m를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간척지 공간이 항상 드러나게 돼 이렇게 죽어버린 조개 껍데기가 가득한 땅이 된 거죠. 바다에 나가야 할 배는 저렇게 땅 위에 올라앉아 있고…."

 음섬 생태문화학교를 운영하는 주민 이재화씨의 말이다. 이씨는 "인간이 막아놓은 시화호가 해수 유통이라는 자연 치유로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데 여기에 또 '친환경'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개발이 진행되면 시화호는 두 번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이다. <사진=남측간석지에 쌓인 조개무덤>

 "정부가 내놓은 방책 가운데 수질 보존 정책은 조력 발전소 건설로 해수 유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그거 하나 뿐이잖아요. 그 안도 이전부터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제안해온 거죠. 그 하나의 대책만 갖고 간석지 수변공간에 제방, 도로를 만들고 자동차 경주장과 심지어 골프장까지 건설하겠다는 정책은 그야말로 말로만 '친환경'을 논하는 개발 아닌가요?"

 이씨는 친환경 개발계획의 허구성을 이렇게 비판했다. 이씨와 음섬 주민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현재의 시화호 개발을 반대할 만큼 보호해야 할 자연생태가 이곳에 풍부한 것일까.

 대규모 조개무덤이 있는 쪽으로 차를 돌렸다. 올 가을 홍수로 조개무덤 가는 길이 유실됐다는 얘기에 잠시 주춤했지만, 차를 움직였다. 올 겨울 최저 기온이라는 날씨 덕분에 얼어붙은 습지 위로 달릴 수 있었고, 그 바람에 저녁먹이를 먹기 전 갈대 숲 사이에서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던 수 백 마리 오리떼들이 놀란 듯 바삐 하늘로 날아올랐다. 산 위에서는 세 마리의 산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제종길 한국해양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음섬 주변에만 2∼3만 마리, 시화호 주변에는 10만∼12만의 철새가 찾아들고 있다고 한다. 도요새와 물떼새 집단 번식지인 이곳에서는 국제적인 보호종인 검은머리갈매기를 포함한 8종의 보호대상 조류가 발견됐다. 또 고라니, 산양, 멧돼지, 너구리, 노루 등 다양한 야생 포유동물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 박사는 "1994년 이후 간척지에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방치하자 노출된 땅에서는 생태계 천이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시작했다"며 "개펄이 건조되면서 퇴적물 표면에 표출된 소금이 염생식물이 출현과 함께 점차 제거되면서 염생식물 군락, 갯개미취 군락을 거쳐 현재 갈대를 중심으로 하는 식물군으로 대체됐고, 다양한 동물들이 주변 산림지역에서 이주해왔다"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가 최선, 수변공간 보존이 차선

 건교부는 당초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 시안을 올 연말까지 확정하고 2004년 1월부터 해당 기관별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사업에 착수토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 발표 직후부터 지역주민·시민단체의 반발은 물론 언론의 비판이 뒤따르자 확정된 안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주민, NGO, 전문가집단과 머리를 맞대 시화호 수질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수도권 레저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친환경 종합계획 수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정부가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생태계 파괴 개발의 시화지구 종합이용계획안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개발 개념'으로 전면 재수립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전문가-지역주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시화호 환경관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화호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지금은 생태를 위해 최선이지만, 지역 개발 등을 위해 개발을 해야 한다면 수변 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생태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자연생태공원 조성 등의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은 주민들이 몰래 불법어로를 하고 있다"면서 "호수로 만드는 정책이 실패해 바다로 되돌아간 시화호를 이제는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가 그동안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 주면 우리도 시화호 물막이 공사에 찬성하며 받았던 보상금을 다시 내 놓을 수 있어. 그렇게 정부와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수변 공간을 확보하며 생태를 살리는 개발 정책을 편다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방법도 터득하는 것이지. 예전 임금님 밥상에 올리는 물고기와 조개를 잡는다 해서 '궁살이'라 이름 붙었던 시화호에서 다시 한번 행복하게 사는 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
 
매서우리만큼 차가운 바다바람을 가르며 나는 연을 띄운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한 음섬 촌로의 소망이다. 
 
취재 : 김세옥 기자 / 사진 : 양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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