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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원 칼럼]공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언론의 이중성
2005년 03월 01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김 명 원 (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

번째 상황.

   

고문과 관련하여 유명세를 떨치던 국회의원이 있다. 어느 날 밤 호텔에서 웬 여성과 만나다가 그만 기자들에게 발각되고 말았고 카메라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국회의원의 모습이 비춰졌다. 나중에 그 여성은 전에 대통령 선거 때 함께 일했던 여성이며 단순히 물건을 전달받기 위해서 만났다 라는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의혹을 남긴 채 다른 화제들에 묻혀 더 이상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상황.

   
드라마도 성공적이고 연기력도 호평 받던 유망한 젊은 여배우가 갑자기 자살을 했다. 언론은 흥분하여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녀 생전에 떠돌던 소문들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남겼던 유서들까지 모두 언론과 대중의 궁금증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소문들까지 모두 종합해 언론 나름대로 그녀가 자살한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은 그중 몇 개 되지 않는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보도가 나온 즉시 공인의 사생활 침해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었다.

보도를 한 쪽에서는 사생활 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먼저 생각했다 라고 주장했고 다른 언론들은 공인이라 해도 사생활은 어디까지나 보장되어야 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어디까지가 공인의 사생활로서 보장받아야 하고 어디까지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상당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그녀가 자살하게 된 원인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면서 소문을 만들어내고 언론은 추측성 기사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낭설을 확대해석하여 정식 기사로 내보내는가 하면 원인을 찾는다며 그녀와 관련된 사적인 면을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를 사생활 침해라며 지적한 언론은 몇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연예인. 양쪽 모두 다 공인이다.

   
▲ 영화 X파일 포스터
그러나 두 종류의 공인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국회의원이 사적으로 여자와 호텔에서 만나는 것을 취재한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당장에 몰아붙이면서 연예인의 자살을 둘러싼 추측 기사들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시 하지 않는다.
 
얼마 전 크게 화제가 되었던 연예계 X파일을 두고서도 당사자들인 연예인들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보도하여 일반인들에게 X파일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선정적인 제목을 앞 다투어 달면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현상에 대해서만 서술했고, 필요 이상으로 이 문제를 부각 시키면서 오히려 더 중요했을지도 모르는 많은 뉴스들을 지나쳐버리는 우를 범했다.
 
공인에 대한 사적 사항에 관한 보도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연예인으로서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공인의 입장에서 스스로 자신을 공공의 비판대에 세운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의 사적 영역을 포기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적인 사람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사적인 면은 있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언제나 대중의 알권리와 사생활 침해의 문제는 논란이 되어왔다.
 
그런데 연예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언론이 유독 정치인에 관해서는 사생활을 운운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연예인을 둘러싼 의혹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쳐서라도 알아내야 하고, 정치인을 둘러싼 의혹은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라는 식의 보도태도이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이중적 태도인 것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경우 그것이 단순한 사적인 생활 내용이 아닌 정치인 자신의 인격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보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사생활 침해이며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주장을 많이 펼친다. 그것이 정치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금방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걸겠다는 엄포를 놓아 언론들이 함부로 그것에 대해 보도하지 못하게 위협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 그녀 혹은 그의 사생활에 대해 보도하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 통화 내용을 방송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생활 침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 하면 연예인이면 공인인데 이런 것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를 펼친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정치인과 연예인은 모두 공인이다. 보도에 있어서 언제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사이의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중의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는 어느 선 까지 지켜져야 할지 구분을 짓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적어도 의식 있는 언론이라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보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김명원(enviro005@kornet.net)

서울대학교 화공과 졸업. 민주화운동관련 투옥(특별사면석방)
민주주의 민족통일 부천연합 의장.부천시민회 조직운영위원장
부천노동법률상담소장.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간사
환경관리공단 감사. (현)사단법인 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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