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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베트남 통신원]새끼 오리와의 하루
2003년 12월 25일 (목) 00:00:00 이종희 통신원 jh4396@hananet.net

   
▲ ⓒ2003 이종희

며칠 전, 새끼 오리를 집으로 데려와도 좋다는 사인을 받아간 딸아이가 자기의 몸집 보다 더 큰  오리 바구니를 들고 학교에서 돌아왔다.
그 오리는 미국인 선생님과 학교 주변에서 마라톤을 하다가 주운 새끼오리라 했다.

마라톤을 하다가 그 반 남자아이가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하필이면 새끼 오리 다리를 맞혀다며 미국인 선생님이 교실로 데려와 치료를 해 주셨단다.
그 후,낮에는 교실에서, 밤에는 그 반 아이들 집을 떠돌며 커온 새끼 오리는  아이들과 이미 정이 듬뿍 들어 있는 듯 했다.

사람을 알아보는지 인기척이 없으면 삑삑 울어대던 오리를 지켜보며  애들은 엄마가 된 듯 오리의 갖은 응석을 다 받아 주고 있었다.

하룻밤 자고 난 오늘 아침 딸애는 오리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다시는 데려 오지 않겠단다.

오리 바구니 속에 아침밥으로 새 쌀을 한 움큼 놓아주고  새로운 종이를 깔고는 또 다시 그 큰 바구니를 안고 학교 버스에 오르는 딸아이를 보면서
“니들도 그렇게 컸어. 엄마는 아직도 너네 들을 키우고 사는데 새끼 오리 하루 키우면서 그렇게 엄살이냐?  라고 놀려 주었다.

정성과 노력과 인내가 없이 어찌 세상의 새끼들을 다 키워낼까 싶다.
태어나자마자 새끼 오리마냥 삑삑 울어대던 딸아이를 데리고 친척집이나 여행지에서 치렀던  곤혹스런 순간들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유달리 울보였던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차츰 멎어진 울음보를 보고  ‘미꾸라지 용 됐다.’ 며 기특해 하시는 어른들 말씀에 내가 그렇게 많이 울었냐며 활짝 웃어보이던 아이는 얼마 전에 또 다시 이별을 겪고 말았다.

베트남에서 호텔을 경영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온 ‘영은’이가 엊그제 한달만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교과서에 나온 한국 사진만 봐도 설레던 딸아이는 자기보다 늦게 전학 온 새 친구에게 남다른 정을 주었던지 헤어진 날 일기를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전에 영은 이에게 마지막 작별의 말을 해 주었다.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몰랐다. 한달만 있다가 간다고 미리  얘기나 해 주지... 버스가 출발하는데 영은 이도 많이 슬픈지 울고 있었다. 나도 한국에 가고 싶다.’

이종희 통신원님은 2003년 9월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을 하시는 남편을 따라 1남1녀의 두자녀를 데리고 지난 10월 베트남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 이종희 통신원님의  홈페이지 http://dofls.hi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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