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원(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enviro005@kornet.net)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북한의 대표가 참가하는  다자(多者)회담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이 단순히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붕괴되어 통일이 되어버린다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전진배치가 된다. 중국에게는 이로서 직접적으로 미국과 대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을 받고 경제제재를 받아 북한이 붕괴하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러시아는 북한 핵에 관한 6자회담에서 일정정도의 역할을 해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한다. 북핵 문제가 러시아의 중재로 잘 타협되면 그만큼 러시아는 국제적인 이미지 상승을 동반할 것이다. 또한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일정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이 핵을 가지면 자신의 나라가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일본 국민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거꾸로 이용해보면 오히려 일본의 집권층에 좋은 영향을 준다. 자국의 국민들에게 안보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사회에도 북한의 핵은 군대의 증강을 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실상 내심 남북한 갈등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첫 6자회담 때부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 핵 포기 후 대화 입장을 강력 주장했고 북한은 선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후 핵 문제 논의 주장을 펴고 있어,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20일,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북한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미일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MD체재 강화, 공통 전략목표의 추구 등을 결의하여 서로의 공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관심은 정말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에 있는 것일까.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힐 대사가 어느 모임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공동보조 해야 한다’라면서 ‘조율된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조율된 행동 이라는 것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인가.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5자 연대론으로 공감대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진정한 ‘협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협상 대상이라고 보기 보다는 압박해야 하는 위험한 나라로 보고 있는 것. 이런 미국에게 신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해 신뢰감이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런 태도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도 없고 협상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싫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이다. 그러나 이런 국교 정상화는 어느 한쪽만 하고 싶다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믿고 대화 채널을 활짝 열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대화가 되지 않을 협상 자리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진정 북한과 협상을 원하고 북한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먼저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적대정책을 버리고 평화정책으로 전환하고 체재보장과 경제보장을 약속해 핵 포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우리나라는 단순한 중재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주체자로서 미국과 북한 간의 상호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미국의 입장 또한 잘 전달할 수 있는 외교력이 필요한 것이다.
 
“19일 발행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성렬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의 강경조치로 북한내 대화파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고 서울발 연합뉴스가 전하고 있다. 미국의 태도변화를 염두에 둔 다분히 협상용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사실일 수도 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이 끝나면 임금이 많이 상승할 것이다. 이제 다시 눈길을 북한으로 돌려야 한다. 이제까지 하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물론 더욱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조성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고 좀 더 적극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명원(enviro005@kornet.net)

서울대학교 화공과 졸업. 민주화운동관련 투옥(특별사면석방)
민주주의 민족통일 부천연합 의장.부천시민회 조직운영위원장
부천노동법률상담소장.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간사
환경관리공단 감사. (현)사단법인 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