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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 돕는 꼴"
"내년 총선 한나라 - 대통령 구도"... 민주당 "막가자는 건가?"
2003년 12월 25일 (목) 00:00:00 부천타임즈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의 내년 총선 전망 발언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한 참석자의 해명대로 '우리편끼리' 있는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한 발언이긴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24일 서갑원 전 정무1비서관 등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전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9명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년 총선을 전망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금 한나라당은 집중적으로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제대로 국정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열린우리당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에 있어 우월적 입장에 있는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사자인 민주당의 공동대변인 두 명이 나서서 적극 반격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이 오늘 청와대에서 총선 출마에 나서는 비서관, 행정관들과 오찬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이에 대해 이 보도가 옳은 보도인지, 한 참석자가 전했다는데 과연 제대로 전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고 비판했다.

또 이에 대해 김영환 대변인도 "청와대가 선대본부이고 대통령이 우리당의 선대본부장이냐,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다"라고 논평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열린우리당을 못 도와줘서 안달인 언행을 많이 보여 왔다"고 전제하고, "지난 12월19일 대선승리 1주년이라는 리멤버 1219 행사에서 '노사모'를 선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이쯤 되면 '노무현 대통령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을 대통령 당선시킨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탈당한 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이제는 배신을 넘어서 대결과 반목을 앞장서서 조장하고 있다"면서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한나라당도 '이제 대놓고 불법사전선거운동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도저히 용납 못할 노골적인 불법사전사건운동을 또 다시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확인하고 보니 새삼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술수와 책략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폭탄선언으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서 어떻게든 민주당을 고사시키겠다는 무서운 저의도 번뜩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또 "'시민혁명' 선동에 이어 인위적 구도를 만들어 국민에게 강요하려 하다니 이는 국가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작태"라면서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계속되는 불법사전운동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선거중립내각구성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파문이 예상되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어려운 정치환경 속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정치신인인 퇴임비서관들에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격려 차원의 덕담이었다"면서 고도의 전략이나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찬을 하면서 내년 선거의 구도와 지역구 사정 등이 화제에 올라 자연스럽게 한 얘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갑원 전 정무1비서관도 "대통령께서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우리끼리 비공식적으로 한 얘기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와 같은 해명대로 격려 차원의 덕담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유출될 것을 알고 한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평소에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판에서는 구도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자주 해온 점과 최근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민주당과 '다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호남표'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겨냥한 전략적 발언일 가능성이 더 크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이 곧바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이긴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틀린 말씀이 아니다"고 맞장구를 치고 나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평수 열린우리당 공보실장은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 수사가 끝나면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세력과 낡은 부패한 정치세력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이고 노 대통령이 이를 전제로 언급한 것"이라면서 "이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세력간의 양강 대결하에서 '호남자민련'을 표방하는 지역주의 세력은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과 그 당에 입당해 출마하려는 비서진 9명에게 안긴 이 뜻밖의 '립 서비스'가 내년 선거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현재의 민심만큼이나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날 비공개 오찬에는 내년 총선에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할 예정인 서갑원·박범계 비서관 등 비서관 5명과 행정관 4명 등 9명이 참석했다. 

ⓒ 2003 OhmyNews  김당 / 김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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