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원(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

지난 1월. 외교부에서는 30년 된 외교문서는 공개한다는 규칙에 따라 한국과 일본에 관련한 민감한 외교 문서를 잇달아 공개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 작성된 외교문서로 그 당시에 있었던 한-일 협정 문제와 문세광 사건 등등 민감한 문서들이 연이어서 공개되었다.

마침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다룬 영화도 공개가 되었고 박대통령 글씨의 광화문 현판도 교체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씨다. 여기저기서 음모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 문제는 당쟁의 소재가 되었다.

연이어 나오는 보도는 과연 이 문서 공개가 음모론이냐 아니냐 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한-일협정 관련 외교문서는 단지 이 문서에 대한 이런 저런 단체들의 입장이 표명되고 있다는 사실의 보도 뿐, 더 이상의 깊은 보도는 없었다. 오히려 문세광의 저격사건이 더욱 크게 부각되면서 관련된 의혹들만 증폭했고, 박정희 대통령을 감성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늘어갔다.

그러나 단순히 쏟아져 나오는 큰 글씨의 기사만 볼 것이 아니라 내용을 살펴보자.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일 협정에 관련된 외교문서가 공개되었다. 이로서 모든 사람들이 당시 한-일 협정이 어떠한 기준에서, 어떠한 조항들에 대해서 어떻게 협약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한-일 협정 문서를 기반으로 일제 시대 때의 피해자들의 보상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이 이러한 내용을 놓치고 있다. 단순히 문서 공개로 인한 당쟁의 상황을 보도함으로서 정작 중요한 내용은 놓치고 이것으로 어느 한 정치인의 정치인생에 영향을 미칠까 미치지 않을까에 대한 관심만을 보이고 있다. 또 외교 문서의 공개 보다는 같이 공개 된 저격사건 관련 문서의 몇 가지 의혹에 더욱 중점을 둠으로써 단순히 가쉽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당쟁만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보도들 속에 한-일 협정 외교문서 공개 후, 과연 보상 및 후속 대책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정부는 보상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문서가 공개되고 난 후 ‘한-일 협정문서 공개 대책단’을 꾸리기로 했으나 인선 대상자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 국회 특별법으로 발족한 ‘일제 강점 하 강제 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1일부터 신고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고 피해 유형도 굉장히 다양해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대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해결을 봐야 할 문제이고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언제까지 ‘국민적 합의’와 ‘돈’이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인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물질적인 보상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솔직한 과거사 인정과 사과, 그리고 명예회복 등의 역사적인 해결 또한 중요한 것이다.

정부에서 외교 문서를 공개하기 이전, 문서들로 인해 불거져 나올 문제들에 대해 조금 더 충분히 생각하고 논의할 시간을 가지고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우왕좌왕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문서를 공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것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미리 충분한 논의를 한 후 공개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그 시절 경제개발을 빌미로 개인의 보상을 정부가 소홀히 하였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때 그 보상금으로 혜택을 받은 정부 및 기업, 경제발전하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많은 국민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그분들의 보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명원

서울대학교 화공과 졸업. 민주화운동관련 투옥(특별사면석방)
민주주의 민족통일 부천연합 의장.부천시민회 조직운영위원장
부천노동법률상담소장.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간사
환경관리공단 감사. (현)사단법인 환경대안운동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