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차 은 량 기자

▲ 자연환경 회복은 인간 회복....친환경 재배 후 ⓒ차은량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 보기를 피하게 된 지 꽤 됐다. 대한민국 남한의 오천만 인구 중 한 사람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뉴스에 관심과 기대를 버렸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는 일이나 내 자신으로 보면 큰 슬픔이요 아픔이다. 간혹 주변이 소란스럽다 싶으면 그제야 뉴스를 찾아 신문을 뒤적이거나 TV뉴스를 보게 된다. 건전한 스포츠에 온 국민이 열광할 때나 크고 작은 난제 앞에 마음을 합하는 일들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 친환경쌀 오리 우렁이 방사 하는 날 ⓒ차은량

어제는 저녁밥을 지으면서 주방의 라디오를 켜니 누가 주파수를 돌려놓았는지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 시중에 판매되는 포장 쌀의 대부분의 ‘특등급’이라는 표기가 실제의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쌀 수입 개방이 본격화 되어 국내 쌀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이 때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런 얄팍한 상술이… ”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또 누구의 소행일까. 뉴스를 전하는 뉴스 진행자는 마치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장 쌀의 전부가 그렇다는 듯이 일거에 몰아붙이는 발언을 몇 번을 거듭하여 강조하는 것이었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내가 전화를 받아 통화를 끝냈을 때는 뉴스도 끝이 나고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쌀농사가 본업인 우리도 포장 쌀을 생산한다. 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 쌀겨농법과 유채농법을 이용한 유기농 쌀을 재배하여 직접 도정하여 포장한 쌀을 직판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도 주문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품질관리원의 시도 때도 없는 엄중한 관리와 자체 작목반 스스로의 품질관리 차원의 교육과 회의, 연구와 반성의 토론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 ⓒ차은량

‘쌀 수입 개방’이라는 거대한 격랑 앞에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 하는 난제를 두고 어느 농민이 그런 못된 장난을 했을까. 쌀을 생산하는 농민과 쌀을 거두어들이는 중간상인, 그리고 쌀을 포장하여 판매하는 판매업자가 다른 경우 그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만큼 나라 안의 뉴스를 전하는 뉴스 진행자가 데스크에 놓인 뉴스 페이퍼를 어떻게 해석하여 읽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거나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지난봄, 불량만두 사건만 놓고 보아도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었었다.

그 일로 인해 ‘만두 사먹기’ 국민운동 비슷한 일도 일어났다. 병 주고 약 주는 일은 한 두 번으로 그칠 일이다. 그런 일이 방송 매체의 습관이 되어선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개인적으로 초가을만 되면 뉴스에 민감해지는데, 초가을만 되면 풍년을 예고하는 점쟁이 같은 뉴스 진행자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농사를 지으며 산 20년의 내 경험으로 보아도, 가을 추수를 모두 끝내고 곳간에 알곡이 들어가기까지 풍년을 말하기는 힘들다. 기껏 풍작을 이루어놓았어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오늘날 농촌의 풍작(豊作)이라는 것이 농가의 계산으로는 흉작에 다름 아닌 현실이지 않은가.

수입쌀을 동네의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구입하게 된 마당에 그렇게 모든 국내 포장 쌀을 매도하듯 일거에 몰아붙이는 뉴스진행자의 어조에서 수입쌀의 애용을 촉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렇지만 십여 년 전부터 자체 생존의 길을 찾아 쌀의 품질향상을 향한 저간의 노력들을 한 순간 허사로 만드는 그런 뉴스엔 분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차은량

인근의 대학들과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자체 상표를 개발하고 포장 디자인이며 판로 모색, 선진외국 견학을 다녀오고, 수 없이 이루어지는 영농교육 참가 등 인근 지역의 농민이 다함께 발맞추어 살아나갈 방도를 고민하고 연구한 피나는 노력들이 몇몇 방송인의 지각없는 표현으로 허사가 된다면 장차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쌀은 단순히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그치는 물건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지속시켜 주는 에너지이며 한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는 경제적 가치기준이며 자자손손 이 나라를 지켜온 우리의 근원이며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뉴스를 보도하는 방송인들이여. 뉴스를 터뜨리려면 제대로 터뜨리란 말이다

▒ 차은량 님은 쌀농사를 짓는 틈틈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며, 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하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비와 햇살과, 트인 사람을 사랑하는 감성쟁이

1960년 서울출생
2000년 제 5회 동서커피문학상 "노트에 대하여"로 은상 수상
2003년 맥심문학 '올해의 좋은 수필상' 수상
2004년 10월 부터~ 월간수필문학: 기행수필, 문학저널: 포토에세이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