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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얼마나 아십니까?
2004년 11월 30일 (화) 00:00:00 국정브리핑 webmaster@news.go.kr

이종호(과학저술가)

   
▲ ⓒ부천타임즈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에겐 김치에 얽힌 에피소드를 한둘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난 것은 기본이고 경찰서에 불려가기까지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김치 냄새는 외국인들에게는 참기 힘든 냄새인 것 같다.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사람이 냄새에 대해 느끼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대부분 김치 냄새를 싫어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아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된장이나 김치는 발효, 즉 썩는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냄새로만 따지면 좋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유의 식생활 때문에 이를 의식적으로 좋은 냄새로 분류하여 구수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음식이라 하여 무조건 그들의 취향에 맞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후로마즈(치즈)도 발효 식품이라 냄새가 만만치 않다.

이처럼 각 나라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식과 맛, 냄새가 있다. 처음 냄새를 맡아본 사람들은 대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냄새가 나는데도 식단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후로마즈가 프랑스 식단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김치 역시 한국인들의 식단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발효 식품의 진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일찍이 농업사회로 정착하였다. 반면 목축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물과 풀을 찾아 부지런히 옮겨다녀야 했으므로 전쟁과 약탈이 끊이지 않았고 자연적으로 고기를 주식으로 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전투적인 성격이 길러졌다.
 
이러한 차이는 곧바로 음식문화로 이어진다. 농경민족은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벼 생산이 가능하고, 음식도 물을 이용한 국과 찌개가 발달한다. 그러나 목축지대에서는 물을 아끼기 때문에 빵이나 훈제 식품이 발달했다.

우리 민족은 쌀 위주의 식생활에 채소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삼한사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기후는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겨울에는 채소들이 생산되지 않고 저장 또한 어려웠다. 따라서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에 남다른 슬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김치가 등장하는 요인이다.

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방법은 건조시키거나 절이는 것이다. 그러나 건조시킨 채소를 조리했을 때 채소의 원래 맛을 잃고 영양소의 손실을 갖고 온다. 또 소금에 절이면 채소가 연해지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소금의 삼투압 작용으로 채소의 수분을 빼앗아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금 절임 역시 맛이 문제이다.

이때 채소와 어패류를 묽은 농도의 소금에 절이면 자가효소(自家酵素) 작용과 호염성 세균(好鹽性 細菌)의 발효작용으로 인해 아미노산과 젖산을 생산하는 숙성 현상이 일어나고 맛이 좋은 발효 식품을 만들 수 있다. 즉 채소의 저장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원리로 태어난 것이 김치와 젓갈이다.

소금 절임은 우리 조상들만 생각해냈던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 지역의 민족들이 고대부터 사용하던 방법이다. 유럽지역의 사우어크라우트나 오이피클, 올리브 피클,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등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나 김치가 다른 나라의 저장 식품과 다른 것은 채소를 절인 후에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 젓갈을 혼합하고 고추 등으로 색깔과 맛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김치의 경우는 소금의 역할에 이어 발효 작용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체계를 형성한다. 다시 말해 김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 없는 독자적인 발효 식품이라는 뜻이다.

   
▲ 물 긷는 아낙. 안악 3호분의 벽화로 물을 긷는 고구려 여인을 표현했는데 우물 주변에 저장용으로 쓰이는 여러 개의 큰 독이 보인다.

김치의 역사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김치를 담가왔는지는 김치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학자들은 중국과 일본의 기록을 토대로 한국의 김치 역사를 추정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이 매우 오래 전부터 김치를 상용했다고 한다.

중국의 『시경』에는 "밭 속에 작은 원두막이 있고 외가 열려 있다. 이것으로 저(菹)를 담가 조상께 바치면 천수를 누리고 하늘의 복을 받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저가 바로 김치이다. 또 진나라 때 편찬된 『여씨춘추』에도 공자가 "처음에 콧등을 찌푸려가면서 저를 먹었는데 그 후 맛을 즐겼다"라는 구절이 있고 한말의 『석명』에도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면 젖산이 생성되고 이 젖산이 소금과 더불어 채소가 짓무르는 것을 막아준다"라는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 때의 『주례(周禮)』에도 순무, 순채, 아욱, 미나리, 죽순 등 일곱 가지 저를 만들고 관리하는 관청에 관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도 당시에 이미 김치를 즐겼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부천타임즈

후대이기는 하지만 600년경에 창건된 전라북도 익산의 미륵사지에서 백 센티미터 이상 되는 대형 토기들을 땅에 묻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대형 토기들의 배치나 파묻힌 형태가 겨우살이에 대비하여 김장독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는 돌로 만든 독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신라 33대 성덕왕 19년(720)년에 설치된 김칫독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단편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겨울에 대비하여 갖가지 저장기술이 발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김치를 지(漬) 또는 저(菹)라고 불렀는데 '지'란 물에 담근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삼국유사』에는 김치·젓갈 무리를 '저해'라고 기록했으며 『고려사』 『고려사절요』에서도 '저'를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서 김치무리 담그기를 염지(鹽漬)라고 했고 1518년의 『벽온방』에는 "무딤채국을 집안 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근래에 발견된 전순의가 저술한 『산가요록』에는 김치의 종류가 무려 38가지나 기록돼있다. 『산가요록』은 세종 때인 1450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책에는 배추김치, 금방 먹는 김치, 송이김치, 생강김치, 동아김치, 토란김치, 동침, 나박김치 등 이름을 일일이 나열했다.

1600년대 말엽의 요리서인 『주방문(酒方文)』에서는 김치를 '지히〔沈菜〕'라 했다. 지히가 조선 초기에 '팀채'가 되고 다시 '딤채'로 변한 후 구개음화하여 '짐채'가 되었으며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 '김채'로 변하였다가 후에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이다.

1715년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지히와 저(菹)를 합하여 침저(沈菹)라 했고 지금도 일부 전라도 지방에서는 김치를 지(漬)라고 한다. 무와 배추를 양념하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와 함남 지방에서는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 한다.

장아찌류는 염장 중에 채소의 수분이 빠지면 당분이나 비타민 등이 함께 빠지는 데 비하여 나박김치류는 채소의 영양분이 김칫국물로 옮겨진 채 먹을 수 있다. 즉 나박김치류나 동치미는 채소 가공 저장법의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김치가 얼마나 한국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소설이라 볼 수 있는 『춘향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몽룡이 장원급제한 후 걸인 모습으로 춘향집에 들어가 춘향모에게 "시장하니 밥을 달라'고 한다. 춘향모는 이몽룡의 행색과 밥 달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밥 없다"고 말하자 마침 춘향의 옥바라지를 하고 나왔던 향단이가 이몽룡에게 인사하고 춘향모를 달랜 후 이몽룡에게 상을 차려 준다.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먹던 밥에 풋고추절이김치 양념 넣고 단간장에 냉수 가득 떠서 모반에 받쳐 드린다.'

이몽룡의 상차림에는 밥과 풋고추절이김치, 양념 넣은 단간장이 고작이었지만 그 간소한 상차림에도 김치가 있다는 것을 볼 때 김치는 한국민의 식생활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매 식사에 김치를 꼭 섭취하고 김장을 마쳐야 겨우살이를 준비했다고 안심하는데 그것은 김치의 섭취량으로도 알 수 있다.

   
▲ ⓒ부천타임즈

1990년에 실시한 『국민영양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량은 배추김치 97.6그램, 깍두기 17.3그램으로 하루 약 115그램이 된다. 일반적으로 농촌 사람들이 도시사람들보다 더 많은 김치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승교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농촌에서 겨울철에 한 사람이 148그램을 섭취하고 여름에는 그 절반을 먹는다고 발표했다. 달걀 하나 무게가 약 50그램이니 하루 달걀 2∼3개 분량의 김치를 매일 섭취하는 셈이다. 여름철에 김치 섭취량이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 신선한 채소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 과학
김치의 과학성은 한마디로 대단히 복잡한 발효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식품이라는 데서 증명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채소의 풋내도 없어지며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하여 김치류가 숙성된다.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의 작용이다. 저염으로 담근 김치의 경우 발효되면서 김치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곰팡이나 효모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의 발효는 김치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김치 발효 초기에는 주로 류코스노토 메산트로이드라는 세균이 자라는데 이 균은 적산과 초산을 동시에 생산하는 세균으로 수소이온농도(pH) 4.8 이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수소이온농도가 낮아지면 젖산만 생산하는 락토바실러스 프란타룸이 자라면서 김치가 시어져 맛이 떨어진다.

김치의 숙성에 가장 중요한 젖산균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능력이 없는 혐기성 세균이다. 젖산균은 일반 세균에 비해 영양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번식할 수 있는데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내부에 공기가 남지 않도록 하는 이유는 산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소금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소금은 삼투압에 의해 절임과정을 유도하고 김치의 맛과 질감을 좌우하며 장기적인 보존에 크게 기여한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침투작용에 의해 채소의 수분이 나오는 탈수가 일어난다. 채소에 들어 있던 미생물도 소금의 삼투작용으로 활동을 정지한다. 일반적으로 10퍼센트의 소금물이 되면 미생물이 죽거나 효소의 작용이 둔해진다.

그러나 소금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 산(酸)뿐만 아니라 양념류도 미생물의 살균활동을 저지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염 농도는 낮아도 염과 산의 상승 효과에 의해 방부력이 강해진다. 산이 많은 경우 소금을 적게 사용해도 김치가 잘 숙성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김치는 저열량 식품인데다 식이성 섬유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장에서 음식과 소화 효소가 잘 섞이도록 도와주며 특히 아세틸코린 등은 장내 청소 작용을 하므로 변비 예방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김치에는 펙틴질을 비롯하여 고분자의 복합 다당류들이 친수성 콜로이드를 형성한다. 또 채소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젖산균에 의해 포도당이 중합된 덱스트린을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비해 장암 환자가 적은 이유로 꼽는다.

김치의 주 원료라고 볼 수 있는 배추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많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여러 가지 성분을 갖고 있다. 배추에 존재하는 메칠메치오닌은 메치오닌의 생물학적 활성형으로 동맥경화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또 메칠스스테인설폭사이드는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었다.

또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밥에 김치를 곁들이면 소화를 도와준다. 이외에도 김치에 들어가는 매운맛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김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늘에는 탄수화물(스크로토스)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알리닌을 다지거나 조직을 파괴하면 마늘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알리신이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것이 몸 안에서 힘을 만드는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강장 효과를 나타내며 신경안정 작용도 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은 살균력이 높은 알릴설파이드라는 자극성 물질을 갖고 있는데 이 물질이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의 살균 효과는 물론 동맥경화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마늘은 일찍부터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혈중 중성지방질의 농도를 저하시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마늘이 혈액 중의 피브리노겐 수준을 낮추고 혈액응고 시간을 길게 하며 아울러 피가 엉겨 있는 혈전(血栓) 용해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동맥경화증이나 순환기 계통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파 역시 마늘과 같은 자극성을 갖고 있는데 파의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다. 오이에 들어 있는 엘라테린이라는 쓴맛은 소화를 돕고 칼륨 성분은 이뇨작용을 돕는다.

김치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야채류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아미노산 및 지방질의 좋은 공급원이며 김치 고유의 독특한 맛을 형성하는 데 한몫 한다. 또한 해산물로 넣는 굴은 칼슘, 철분, 글리코겐과 B1, B2, B12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아미노산, 글루탐산, 글리신 등이 맛을 내도록 유도한다.

불가리아가 장수국으로 유명한 것은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구르트는 우유를 유산균에 의해 발효시키는데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정장작용과 항암 효과가 있으므로 장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김치는 이보다 더 훌륭한 발효 식품이다. 그것은 김치의 발효과정 중 유기산이 생성될 때 항암 및 정장 작용을 나타내는 유산균의 보고임에도 알 수 있다. 김치 특유의 상큼한 맛을 내는 주된 요인은 ‘류코노스틱 시트리움’이란 유산균인데 갓담근 김치에서는 1밀리리터 당 1만 개체 안팎이 존재하지만 김치를 저온숙성으로 발효시킨 후 영하 1도에서 보관하면 6300만 개체로 6000배 이상 증식한다. ‘류코노스톡’은 장내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며 장운동 촉진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며 항암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7월 서울대 미생물연구소 강사욱 교수팀은 김치에 포함된 3천종의 미생물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들로 밝혀진 류코노스틱 시트리움과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에 대해 이들의 전체 염기서열과 중요한 유전자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팀은 약 1백80만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는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1천400개의 유전자를 밝혀냈다. 특히 이 유전자들 중 항균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도 찾아냈다. 이 항균물질은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등 몸속 유해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200만쌍의 염기로 이루어진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에서 연구팀은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내는 성분인 젖산을 생산하는 효소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들 연구의 중요성은 김치의 대표적 미생물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천연 향생물질들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독성이 강해 향장료, 식품, 사료 등의 첨가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동시에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도 출현하여 학자들을 골머리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항생제를 가능한 한 천연의 물질로 만들어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자들은 그 길이 발효식품에 있다고 추정한다. 발효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지만 자연적으로 몇 종류의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발효식품이 만들어진다. 김치, 장, 각종 젓갈, 치즈, 요구르트 등이다. 학자들은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는 것은 발효미생물들이 다른 미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모든 발효 식품 속에는 천연의 항생물질이 다량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사욱 교수는 설명한다. 김치의 중요성을 외치는 학자들이 많은 이유이다.

한마디로 김치는 채소 발효 식품으로서의 영양성과 기호성은 물론 장수성까지 보장하는 뛰어난 건강 식품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속리산 법주사의 돌항아리. 사찰에서 겨우살이에 대비한 김장독과 같은 용도로 사용했다(사진 배병석).

김치 발효는 기본적으로 혐기성 발효이므로 김치 용기의 뚜껑을 자주 열면 정상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김치가 과도하게 발효되면 신맛이 강하고, 조직이 연화된다. 가장 맛이 좋을 때의 김치는 pH가 4.0∼4.5로 알려져 있으며, 김치에 있는 미생물은 계속적으로 발효해 pH가 떨어지므로 알맞게 익은 김치는 냉장고에 보관해 저장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연구의 결과를 보면 익은 김치를 2∼5℃에 보관하면 그 품질을 약 1개월 간 보존할 수 있다.

고추의 등장
뭐니 뭐니 해도 김치의 맛을 특징짓는 것은 고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치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빨간 고추를 연상하는데 놀랍게도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고추는 1600년대 초에 전래된 식품이기 때문이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에도 고추에 관한 언급은 없고, 다만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에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약간 늦게 도입되어 1614년 이수광이 작성한 『지봉유설』에는 고추를 '남만후추'라고 쓰고 있다.

'남만후추는 큰 독(毒)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왜국(倭國)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왜개자'라고 했다. 지금은 이것을 심는 일이 왕왕 있는데 술집에서는 그것의 매운 맛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기록을 볼 때 고추는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최홍식 박사는 고추가 명나라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전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일본 사람들이 고추를 '고려후추'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당초(唐椒)'라고 불렀다는 것을 볼 때 고추가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직접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고추는 원산지인 열대지방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열대지방에서는 고추가 다년생 나무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일년생 풀이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자마자 김치에 사용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김치에 고추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고추가 도입된 지 백여 년이 지난 1715년경의 『산림경제』에서 처음 보인다.

1600년대 말엽까지만 해도 고추를 쓰지 않고 무, 배추, 고사리, 청대콩 등으로 담근 김치와 소금에 절인 무뿌리를 묽은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 등이 식단에 올랐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추가 김치에 사용된 기록이 나온 지 50년 후인 1766년경에 발간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무려 41종의 김치무리가 다양한 형태로 수록되어 있으며, 1800년대에 김치 담금법에는 고추를 썰어 다른 양념과 함께 켜켜이 넣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827년에 발간된 『임원십육지』에도 많은 종류의 김치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특이한 것은 고추의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는 것이다.

고추가 사용되기 전에는 후추와 산초가 조미료로 널리 쓰였는데 고추가 등장하면서 후추와 산초는 곧바로 그 자리를 내준다. 후추는 중세 유럽에서는 매우 비싸다는 뜻으로 '후추처럼 비싸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조미료로서는 가장 비싼 물품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후추, 생강, 계피 등의 향신료를 금이나 약재용 저울에 달았다. 금이나 은붙이가 귀하던 시절에 후추는 화폐기능까지 담당하여 후추로 세금을 납부하고 몸값을 치르기도 했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발견하려고 한 것도 후추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은 정설 아닌 정설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고추가 국내에서 생산되면서 값비싼 후추 대신 고추가 이를 대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왕실도 고추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후추 대신 고추를 바치게 했다.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 하여 맵다는 뜻으로 쓰였다.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 것은 캅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캅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도우며 비린내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캅사이신의 함유량은 산지에 따라 다른데 보통 0.01∼0.02퍼센트로서 외국산이 국내산보다 2∼3배 많다. 외국을 여행할 때 외국의 고추가 매우 맵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추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E는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고추에는 특히 비타민 C가 많은데, 같은 양의 감귤류에 비해서는 2배, 사과에 비해서는 50배나 많다. 특히 국산 고추는 아미노산과 당분의 함량이 많아 감칠맛과 단맛이 있으며 카로틴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비타민 A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지금과 같은 통배추 김치가 생긴 것은 배추가 개량된 근대에 이르러서이며 그 이전에는 배추김치가 없었다고 한다. 19세기 말에 발간된 『시의전서』에 처음으로 통배추에 대한 기록이 나왔을 정도로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매우 늦다. 그것은 19세기 초에도 재배가 쉽고 수량이 많은 반결구종 배추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공인어 김치(Kimchi)
특별히 향긋하지도 않은데 오늘날에는 피자파이나 햄버거에까지 김치가 가미될 정도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변하고 있다. 또 『개정판 옥스퍼드 사전』에는 온돌(Ondol)과 함께 김치(Kimchi)가 실릴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기까지 했다. 김치가 국제공인어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치의 장점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치의 냄새를 처음 맡아본 외국인들이 질겁을 하다가도 한 번 먹어본 후에는 김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지나가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인 광혜원을 설립한 앨런의 『조선견문기록』에는 그가 어떻게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적었는데, 김삼웅의 『겨레 유산 이야기』에 나온 글을 인용한다.

'김치의 냄새는 강하고 독특하다. 조선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병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때 병원에는 허술한 일이 많았고 도처에서 악취가 풍겼다. 하루는 나의 집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자,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온몸에 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종업원들을 불러 병원으로 가도록 지시한 환자들을 사무실로 들여보낸 것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들은 환자가 방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놓고 방으로 들어와 살펴보았다. 그 냄새는 어떤 착한 환자가 놓고 간 작은 단지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 단지 속에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김치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 단지를 당장 내다 버리라고 말했다. 그 후로는 노동자의 입에서도 김치 냄새가 났다. 그들은 그 냄새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후 어떤 사람이 마늘을 빼고 만든 김치의 맛을 보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나는 첫 입에 그 맛에 사로잡혔다. 지금도 종종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 즐겁기만 하다.'

   
▲ 전 달린 이중 항아리. 항아리 속의 김치가 빨리 익는 것을 방지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여름철 흐르는 물을 이용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사진 배병석).

일제 강점기에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을 깔볼 때 쓰는 말은 '김치 냄새나는'이라는 단어였다. 야만인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김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던 일본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에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제 우리를 김치 냄새나는 사람이라고 비꼬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치와 같은 종합식품이 우리 곁에 항상 있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김치의 종주국으로서 김치가 세계의 건강 식품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김치의 냄새마저 세계인의 향기로 부각될 것으로 생각된다. 조금 과장하여 김치 향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종호(mystery123@korea.com · 과학저술가)

   
<이종호 님>은 1948년생. 프랑스 뻬르삐냥 대학교에서 건물에너지 공학박사학위 및 물리학(열역학 및 에너지) 과학국가박사로 88년부터 91년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해외연구소소장(프랑스 소피아앤티폴리스)과 92년부터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세계를 속인 거짓말>,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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