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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곳 벗은 '왕의 정원' 문턱을 낮춰라!
2004년 11월 18일 (목)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박수원기자 

   
▲ 창덕궁에서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부용정과 부용지 ⓒ2004 오마이뉴스 박수원

 창덕궁 옥류천 특별 관람료 인상 추진... 5000원도 싸지 않은데    
 꼭 10년 전 일이다. 76년 이후 28년 만에 공개됐다는 창덕궁 후원은 10년 전 4월 어느 날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대학교 2학년 봄. 수업을 '땡땡이' 치고 선배와 둘이서 학교 담을 넘었다. 4대문 안에 있던 대학을 다녔던 탓에 담장 하나만 넘으면 창덕궁이 있었다. 선배들이 종종 그 담을 넘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제로 담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널판지 하나를 받침 삼아 2m쯤 되는 담을 넘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간신히 넘은 담이었다. 담을 넘자 정말 비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옥류천을 보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소요정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무도 없어서,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옥류천을 지나 존덕정과 부용정을 뒤로하고 호젓한 길을 걸었다. 임금이 거닐던 비밀의 정원을 지나 돈화문으로 유유히 빠져나와 인사동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학교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 정조가 즉위한 해인 1776년에 지었다는 주합루. ⓒ2004 오마이뉴스 박수원

왕의 정원, 속곳 벗다!

개방되지 않았던 그 곳이 일반인들에게 지난 5월 1일 공개됐다. 한 신문은 이 곳의 개방을 '왕의 정원, 속곳 벗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왕들만의 휴식처가 일반에 공개됐으니 그리 틀린 비유는 아닐 듯싶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해서 '금원'(禁苑)이라고 불렸던 곳. 존덕정과 옥류천 일대에만도 모두 21개의 정자가 있으니 볼거리가 상당하다. 창덕궁은 조선 궁궐 정원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어,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사적122호)으로 지정돼 있지 않던가.

진작에 가보고 싶었지만, 평일에 쉬는 것이 여의치 않아 마음먹은 지 꼭 6개월 만인 10월 말 금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창덕궁 특별 관람을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사전예약과 함께 입금을 해야 하지만, 이미 그날의 인터넷 예약은 정원이 찬 상태였다. 매월 25일을 전후해 한 달 분 예약을 받고 있는 데 인기가 좋아서 예약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별 관람은 인터넷 예약 40명과 당일 예약 10명으로 1회 관람에 50명만이 참여할 수 있다. 당일 예약 10명은 인터넷 이용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 입장 1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오후1시에 관람을 할 요량으로 오후12시부터 시작되는 선착순 판매를 기다려야 했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20분 전 쯤 매표소에 도착했다. 벌써 7-8명의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입장 기회를 놓칠 뻔 했다. 선착순으로 왔다고 하지만 순서를 알 수 없어, 중간에 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창덕궁 관리사무소에서 미리 번호표를 나눠주거나, 순서대로 이름을 기입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람객들은 모두 현금을 지불했다. 매표소 입구에 '신용카드가 가능하다'는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부채꼴 모양을 한 관람정. 관람정 앞 연못은 일제 때 변형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못 모양이 우리 나라 지형과 비슷하다. ⓒ2004 오마이뉴스 박수원

'5000원이나 하면서 카드가 안 되나? 4명 가족이 와도 2만원인데 ….'

특별 관람료 5000원을 내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 한 것이 아쉬웠고, 특별 관람료가 좀 비싸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가 미리 사놓은 표를 받아든 대학생으로 보이는 관람객은 입장료가 5000원이라는 말에 "어휴~ 그렇게 비싸"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2시간 동안 3.1㎞ 임금의 정원을 둘러보는 건 즐거운 여행이었다. 안내자의 설명도 훌륭했다. 창덕궁이 태종 이방원에 의해 피비린내 나는 '왕자의 난' 이후에 정궁인 경복궁 대신 이궁(離宮: 임금이 잠시 옮겨가 생활하는 궁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도, 주합루(宙合樓)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꿨던 정조의 궤적도, 할아버지인 정조시대의 부활을 위해 폄우사에 앉자 독서를 하며 새로운 구상을 했을 효명세자의 번뇌도 안내자가 없었다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무엇보다 막 단풍이 든 부용지의 부용정과 부채골 모양의 관람정, 육각정자 형태로 겹지붕을 한 존덕정, 그리고 옥류천은 아름다웠다. 임금만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곳임이 틀림없었다.

   
▲ 옥류천의 소요암. 숙종의 오언절구가 새겨져 있다. ⓒ2004 오마이뉴스 박수원

문화재청, 1만원 인상 추진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임금이 거닐었던 창덕궁 후원을 일반 백성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마당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날 관람객들 가운데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4명 가족이 방문해도 관람료가 2만원 이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창덕궁 일반관람코스(1시간)가 2300원인 점과 비교해 봤을 때 싸지 않은 금액이다. 안내원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창경궁, 경복궁, 종묘 관람료 1000원과 비교한다면 비싼 입장료다.

관람 후 창경궁 관리소에 몇 가지 의문점을 문의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하냐는 질문에 대해 창경궁 관리소측은 "관람객의 요구에 따라 9월 1일부터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신한카드로 한정돼 있다"면서, "다른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예약의 경우 계좌이체만 가능한 것에 대해서도 향후 관람객 의견을 수렴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창덕궁 관리소 김종수 소장은 관람료 5000원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설명했다.

"애초 옥류천 관람료를 1만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문화재청과 재경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5000원으로 조정됐다.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일반관람료는 2300원을 받고 있다. 창덕궁 관람객의 38%가 외국인이고, 그 외국인 가운데 80% 이상이 일본인이다. 가이드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면 일반관람료 2300원이 너무 싼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서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옥류천 특별 관람도 애초 3시간으로 잡았다가 너무 힘들다는 의견에 따라 2시간으로 조정한 것이고...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5000원 가격이 비싸다고 보지는 않는다."

김 소장은 "카드 사용 등 관람객 편의와 관련해 계속 의견을 수렴 중"이라면서, "11월까지 개방하고 잠시 휴지기를 거쳐 내년 봄에 개방할 때는 더욱 개선된 서비스를 준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궁 관람료를 총괄하는 문화재청 궁능 활용과 담당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궁관람료 전체를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옥류천 개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5000원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1만원 정도로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창덕궁 뿐 아니라 경복궁도 특별관람을 만들어 경회루 등을 관람하는 데 1만원 정도 비용을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궁 관람료는 외국과 비교해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너무 입장료가 싸면 고궁을 가볍게 볼 수도 있다며, 위에서도(문화재청장) 관람료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시민들이 고궁을 가볍게 볼 것을 염려하기보다, 고루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도록 문화재청이 좀 더 창덕궁의 문턱을 낮추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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