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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사전망대-3] "우리는 서로의 다른 편이었습니까"
당신이 나의 왼쪽에 있을 때,나는 당신의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2021년 01월 18일 (월) 15:25:05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반대쪽 
주영헌

당신이 나의 왼쪽에 있을 때
나는 당신의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내가 오른쪽을 바라볼 때
당신은 왼쪽을 바라봅니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려는 시소처럼
우리는 서로의 다른 편이었습니까

당신의 싸늘한 두 손과
차가운 한숨
쓸쓸하게만 보였던 뒷모습까지도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

   
▲ ⓒ부천타임즈

두 사람이 함께 있다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반드시 왼쪽에 있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반드시 오른쪽에 있게 됩니다. 두 사람이 같이 왼쪽에 있거나 같이 오른쪽에 있으면 참 좋겠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어떤 상황을 상대로 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간의 관계만을 한정해서 생각해볼 때 둘 중 한 사람은 당연히 왼쪽에 있게 되고, 또 한 사람 역시 당연히 오른쪽에 있게 됩니다. 주영헌 시인이 "당신이 나의 왼쪽에 있을 때/나는 당신의 오른쪽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두 사람의 위치만 단순하게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관계적 위치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이 "오른쪽을 바라볼 때" 다른 사람은 "왼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 ⓒ부천타임즈

그 성향이나 성질은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려는 시소처럼" 편향적이거나 일방적입니다. "시소"는 기본적으로 수평을 원하지 않는 놀이기구요, 자기 쪽으로 무게가 쏠리기를 바라는 게임이니까요. 시소 차제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자기는 무겁고 상대는 가볍다는 것을 확인해야 만족스러움을 얻는 놀이라서, 그 속성은 비 관계적이요 비사회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확인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함께 있다는 단순한 원리에서는 "우리"라고 하겠지만 두 사람의 위치와 방향과 성향은 "서로의 다른 편"이라는 사실입니다. 함께 있지만 서로 다름을 확인하는 것처럼 불편한 일은 없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지 않고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다른 편이었습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든 아니면 상대방에게 하든, 그런 물음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면서 힘든 관계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서로의 다른 편"을 확인하는 순간과 그것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싸늘한 두 손과/차가운 한숨"입니다. 손을 잡지 않아도 그 손이 주는 "싸늘한" 느낌을 알 수가 있고, 형식적으로 내민 손을 잡거나 악수를 청할 때는 대번에 그 "싸늘한" 느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그런 감정을 주고받은 후 돌아설 때 확인하는 것도 "쓸쓸하게만 보였던 뒷모습"일 뿐입니다. 따뜻한 "뒷모습"을 보면 참 좋겠고 그렇게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인생의 기쁨일 터이지만, 서로의 왼쪽과 오른쪽을 확인한 관계의 결과는 이렇게 '쓸쓸한 뒷모습'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 ⓒ부천타임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관계가 이렇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현실에서는 관계의 악화나 체념이나 단절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주영헌 시인의 시에서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그것은 한 행으로 된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표현인데요. 이 시에서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매우 함축적이면서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보통은 '이유가 있다'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렇게 확인되는 감정은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유발합니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그때 관계의 거리를 멀리 두게 되면 그나마 충돌의 불편함이 없어지게 되지만, 거리를 멀리 두기가 힘들어지는 관계에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거나 표면적인 갈등 구조로 들어가기가 쉽습니다. 

불편한 관계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 원인이 무엇이고 이유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외면하는 생각이나 자세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서, 결국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유"를 확인했지만 그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받아들임은 사실 착각에 불과한 것이어서 오래 가지 않아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을 받아들이려고 끊임없이 애를 쓰지만 상대의 "이유"를 좋은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생각으로 짐짓 외면하거나, 또는 상대의 그 "이유"를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잘 지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 이유에 대해 무관심과 몰이해의 태도를 가진다면, 그 역시도 감정은 물론 관계의 단절까지 가져오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이 한 행의 내용과 성격을 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한 행의 내용에는 상대의 생각과 태도를 인지(이해가 아니어도 됩니다)하고 있는 자세가 있습니다. 또한 그런 판단에 따라 상대를 인정하면서 상대와의 거리를 그렇게 유지하려고 하는 정리된 입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이유"가 자신과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이유'에서 발생한 것들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인정과 용납이 있습니다. 관계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가지고 수납하는 감정의 다스림에서 오는 자제와 관용의 성품이 있습니다.

그 결과 "쓸쓸하게만 보였던 뒷모습"을 보는 것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서로 다른 길로 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발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두 사람이 됩니다. 

   
▲ ⓒ부천타임즈

"서로의 발이" 된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멋진 말이 되겠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의 발이" 된 상태에서 잠시 함께 갈 수 있고 가까운 길을 함께 가기는 쉬워도 "먼 길"을 걸어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상태에서 "먼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파괴적 관계를 성숙한 관계로 만드는 진정한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먼 길"을 가는 데 있어서도 두 발이 아닌 "외발"입니다. 아니, 자신의 "외발"이라는 관계적 인식을 가집니다. 두 발이면 혼자 갈 수 있고 또 함께 간다고 해도 마음이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각자의 길을 갈 수 있겠지만, "외발"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발"은 반드시 다른 "외발"이 있어서 함께 조합된 '두 발'이 되어야 비로소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발"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그렇게 길을 가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순간 흔들릴 수밖에 없고 불안해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외발" 혼자 갈 수 있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해 지칠 수밖에 없고, 계단이나 힘든 길은 아예 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에 놓이고 맙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외발"이라는 인식과 관점을 가지는 것은 관계를 이루기 위한 아주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 ⓒ부천타임즈

시에 나오는 인칭을 살펴보면 "당신"과 "나"가 나오면서 "우리"로 귀결이 됩니다. "당신"과 "나"와 "우리"로 형성되는 관계는 아주 가까운 사이거나 친밀한 사이입니다. 부부일 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가까운 이웃과 지인이거나 같은 영역 안에서 활동하는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관계 중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관계 하나쯤은 있을 터이니, 그때 이 시를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그때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시구를 나지막하게 읊조리면서 마음을 다스려보면 어떨까요? 나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때, 특히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다름을 확인하게 될 때 "우리에겐 다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생각을 굳건하게 유지함으로써 "서로의 발이 되어" 주고 그렇게 해서 "먼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에 이어 ,<이종섶의 詩사전망대> 연재

   
▲ 시인 이종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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