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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94] "사는 게 별건가유... 삼시세끼 따순 밥"
2020년 12월 28일 (월) 12:58:04 이종셮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사소한 감사
도복희


사는 게 별건가유
삼시세끼 따순 밥 먹을 수 있다면
더 바라는 게 욕심 같아서
손 내밀 수가 없구만유
명예, 권력 그게 다 무에 쓰는 건데유
웃고 싶을 때 환하게 웃는 웃음보다 값진 건가유
뿌린 대로 곡식이 자라고
때 되면 폭염도 가라앉으니 고마운 일 아닌가유
방문 밀고 나오니 하늘은 높고
서늘한 바람 이마를 쓸어주니
이만하면 살만한 날들 아닌가유
더 바랄 게 무엇이 있는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어유
당신도 곁에서 이리 웃고 있으니
고마운 마음만 가득하구만유   
   

   
▲ ⓒ부천타임즈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건강은 어땠는지, 그리고 소득이나 수입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떠올려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매년의 시작이 그렇듯이 매년의 마지막 또한 특별한 것이 없는 채로 마무리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듯싶습니다.

가지고 소유하는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고, 환경 때문에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기도 합니다. 준비가 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설령 다른 때보다도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고 할지라도 세상의 분위기가 뒤숭숭해 그 결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비교되는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금새 감정이 가라앉아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시기에 도복희 시인의 「사소한 감사」를 소개해드립니다. "사소한 감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감사요, 사람의 됨됨이든 생활의 누림이든 그 모든 것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진실하게 유지하며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는 게 별건가유"라는 질문을 던지고 "삼시세끼 따순 밥 먹을 수 있다면/더 바라는 게 욕심 같"다는 답을 내놓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우리 인생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 갈수록 이런 생각과 자세를 가진다면 그 시기가 어떻든 간에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예, 권력 그게 다 무에 쓰는 건데유"라고 초탈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웃고 싶을 때 환하게 웃는 웃음보다 값진 건" 없다고 믿습니다. "뿌린 대로 곡식이 자라고/때 되면 폭염도 가라앉으니 고마운 일 아"니냐고 묻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 "방문 밀고 나오니 하늘은 높고/서늘한 바람 이마를 쓸어주니/이만하면 살만한 날들 아닌가유"라고 잔잔하면서도 깊은 확신의 말로 반문합니다.

그래서 "더 바랄 게 무엇이 있는지/나는 정말로 모르겠어유"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나 허세가 아니고 위장도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라는 것이 많을수록 마음이 시달릴 수밖에 없지만, 진실로 바라는 것이 없는 마음에는 고요한 평안 속에서 나오는 진정한 감사, 즉 "사소한 감사"가 가득 차 그 마음이 호수같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그 사람 옆에 있는 또 한 사람도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인데요. "당신도 곁에서 이리 웃고 있으니/고마운 마음만 가득하구만유"라는 말이 더없이 고맙습니다. 인생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같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런 사람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축복입니다.

   
▲ ⓒ부천타임즈

한 사람이 진심으로 그렇게 살았으니 곁에 있는 또 다른 사람도 그것을 배우며 함께 한 길을 걸어왔을 텐데요. "따순 밥"에 감사하고, "환하게 웃는 웃음"에 감사하고, 무더운 여름 지나 가을이 오고 추운 겨울 지나 봄이 오는 일에 감사하고, 곁에서 웃어주는 사람으로 인해 감사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 해를 바라보는 지금, "사소한 감사"가 우리의 기준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감사"를 목표와 소망으로 삼고 "환하게 웃는 웃음보다 값진 건" 없다는 삶을 배우는 한 해로 삼고 싶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가진 것은 물론 건강조차도 다 내려놓아야 하는 노년에 '환한 웃음' 하나 간직하다가 '환한 웃음' 하나 자식들에게 남겨줄 수만 있다면, "사소한 감사"가 '진정한 감사'였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인생을 정말 잘 살았다는 감사가 강물처럼 흐르게 될 테니까요.

   
▲ 시인 이종섶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이종섶(시인,평론가)은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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