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1.1.23 토 15:12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문화/예술
       
[이종섶의 詩장바구니-90] 액면가
나는 나를 늘 싸게 팔았다...아예 마이너스로
2020년 11월 30일 (월) 14:34:08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액면가
윤준경

나는 나를 늘 싸게 팔았다
아예 마이너스로 치부해 버렸다
내세울 게 없는 집안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고
나는 그 말에 육십 년이나 절었다
그래서 나의 액면가는 낮을 수밖에 없고
때로 누가 나에게 제값을 쳐주면
정색을 하며 다시 깎아내리곤 했다
자신의 액면가를 곧잘 높여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겉으로는 끄덕끄덕하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하다
그들의 액면가는
부르는 만큼 상종가를 치기도 하는데
나는 늘 나의 값을 바닥에서 치르며
흘끔흘끔 앞뒤를 곁눈질 한다
깎이고 깎인 액면가가 내가 되었다
이제라도 제값을 받아보자고
큰소리 한번 치고 싶은데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무릎이 저리다 

   
▲ ⓒ부천타임즈

주변에는 자신을 "늘 싸게 팔았다"고 생각하면서 "아예 마이너스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세울 게 없는 집안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로 인해 자신을 "싸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말을 들었으니 무려 "그 말에 육십 년이나 절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 정도가 되었으니 그 사람의 "액면가는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 어쩌다가 누구라도 "제값을 쳐주면"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너무 이상하기만 해서 "정색을 하며 다시 깎아내리곤 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액면가를 곧잘 높여 부르는 이들"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높여 부르는" 건지 아니면 진짜 그런 줄 착각하고 "높여 부르는" 건지 그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액면가를 높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겉으로는 끄덕끄덕"해 주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액면가를 높여부르는 것이 한편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요 처세인 것만 같아서 그런 일에 밝지 못한 사람은 쓴맛을 볼 때가 많은데요. 어떤 사람들의 액면가는 "부르는 만큼 상종가를 치기도 하는데" 자신은 늘 자신의 "값을 바닥에서 치르"면서 "흘끔흘끔 앞뒤를 곁눈질"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액면가를 높이는 사람의 액면가가 계속 높아가는 세상에서 "깎이고 깎인 액면가"로 책정된 사람이 있습니다. 깎였다기보다는 스스로 깎고 또 깎으며 살아온 것인데요. 뒤늦게 "이제라도 제값을 받아보"고 싶어서 "큰소리 한번 치고 싶은데", 아뿔싸 벌써 "유통기한이 끝나"가고 있네요. 

"유통기한"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후회가 되어 안타깝기만 한데, 유통기한이 끝나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치 없는 녀석마냥 딱 "무릎이 저"려 옵니다. 그러니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이 액면가를 높이기는커녕 액면가를 또 낮춰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액면가를 높여 상종가를 만드는 사람들 속에서 "내세울 게 없는 집안이라고" 하신 어머니 말씀이 이해 안 되는 것을 넘어 참 싫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어머니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어머니는 철학자"였고 "위대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어머니 떠나신 지 오랜 지금" 이제 비로소 깨우치게 되었으니까요(윤준경, 「어머니는 철학자였다」).

   
▲ ⓒ부천타임즈

분수라는 말, 균형이라는 말. 시대에 따라 표현은 다르지만 그 중심은 같을 겁니다. 어머니 시대에는 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키면서 사는 것이 사람다운 지혜였다면, 이제는 균형을 잡으면서 흔들리지 않고 사는 것이 사람다운 지혜이니까요.

흔들리면서 많이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이 가져서 흔들리는 사람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반대로 적게 가져서 흔들리는 사람 또한 정말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가졌든 또 무엇을 가지고 있든 분수를 알거나 균형을 잡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유통기한이 꽉 차서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완전하게 처리해야 할 때가 오면 불 속에서 속성으로 처리하거나 흙 속에서 아주 천천히 처리하면 되는데요. 그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액면가로 처리가 되겠지요? 

어머니의 철학을 뒤늦게 이해한 자식이 부족하나마 이제야 짧은 답을 정리해 말씀드렸는데요. 정답으로 처리해주실 어머니를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 시인 이종섶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이종섶(시인,평론가)은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중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23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부천타임즈

ⓒ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사전망대-3] "우리는
부천문화원- 부천예총,전통 문화예술
이재명,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도
문체부,집으로 찾아가는 '집콕여행꾸러
행안부,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민원서식
[카드뉴스]1954년 1월 18일 독
신학년 초등돌봄 서비스,「정부24」에
문재인 대통령,'윤석열은 문재인정부의
경기도,방치된 빈집활용 시범사업추진
[카드뉴스] 김신조와 124군부대의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