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TV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 지관순(파주문산여고 3) 양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 KBS-1TV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데 이어 서산장학재단으로부터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받는 지관순양.

지관순 양은 그 동안 아버지의 오랜 병환과 어머니의 힘든 장애로 인한 가정 형편으로 인해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고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하게 되었고 이후 중학교에 입학하여 스스로 학비를 조달하면서 공부하였으며 고교 진학 후에도 월 5만원 씩 나오는 근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서 우유를 배달하는 일을 맡아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양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공부하였으며 동네에서 버려진 책들을 주워 독서량을 늘려 나가면서 실력을 착실히 쌓아 결국 전교 최하위 권에 머물던 학업이 크게 향상되어 상위권에 이르게 되었고 금번에 퀴즈대회에서 그 어렵다는 골든벨을 울리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지관순 양이 "앞으로 강대국들의 역사 왜곡에 맞서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녀가 공동체성과 역사의식을 지닌 반듯한 청소년으로 자라났음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른바 '쪽집게 과외'와 '치맛바람'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심지어 월 1000만 원 짜리 귀족형 불법 고액 과외가 현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학생들의 학습 일정과 공부 방법을 관리하고 지도해주는 학습 매니저까지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회 현실 속에서 그러한 유와는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지관순 양의 삶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근래 사교육에 대한 맹신과 학벌의 세습화 문제로 인해 우리 사회 내에는 거대한 위화감이 조성되어 있다. 이미 초·중등교육은 사교육에 잠식되면서 사교육비 규모가 2003년을 기준으로 하여 무려 13조 6000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교육 자본이 많을수록 계속해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점유하는 닫힌 구조가 우리 사회 내에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단단한 틀과 껍질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고착화되면서 교육 자본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은 지금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육적 소외 현상이 하루 속히 개선되도록 하는데 우리 사회는 최대한의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지관순 양과 같은 삶의 이야기가 하나의 텍스트와 메시지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회자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분명 우리 사회는 길가에 버려진 책이나 헌 책들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길러온 지관순 양의 일화로부터 그 삶의 교훈을 배워야만 한다. 지관순 양이 울린 그 의미 있는 종소리가 계속해서 퍼져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종소리를 들으며 삶의 난관을 딛고 일어서는 제 2, 제 3의 지관순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우리 사회의 교육적 현실이 개선되는 일들이 아름답게 이루어지게 되기를 희망한다.

▒ <박상돈님은> 현재 대학원에서 문화비평을 연구하고 있으며, 크리스챤 북뉴스에서 서평위원 및 청년들을 위한 문화 교육을 담당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