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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83] 죽음은 그렇게 땅으로 스며드는 것
2020년 10월 12일 (월) 12:11:07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무연고 묘지
윤희상


죽음은 그렇게
땅으로 스며드는 것
저 하늘로 스며드는 것
불어가는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것

​산길을 오르다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덤을 보았다

​봉분이 낮아지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리고
이제 무덤은 보이지 않으리라
어떤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와서 부르는 사람도 없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리라

​곧 평평해지리라

   
▲ ⓒ부천타임즈

어릴 적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덤을 보"면 참 이상했습니다. 커가면서 학습된 머리로는 "봉분이 낮아지고 있"는 무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방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그 후손들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산길을 오르다가" 간혹 보게 되는 그런 무덤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다르게 보면 무연고 묘지야말로 가장 묘지다운 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힌다는 것은 육체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무연고 묘지야말로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요, 완벽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죽음은 그렇게/땅으로 스며드는 것"이기에 죽어서 땅에 완전히 스며드는 것은 죽음의 자연스러운 이치요 속성입니다. 어떤 사람들의 생각처럼 "땅으로 스며드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땅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저 하늘로 스며드는 것"이며 "불어가는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땅의 표면에 그대로 존재하는 경우, "하늘로 스며"들지도 못하고 "불어가는 바람 속으로 스며"들지도 못한 채, 땅의 표면에 그대로 예속되거나 묶여 또 다른 속박을 낳거나 진행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무연고 묘지야말로 죽음이 원하고 바라던 것을 그대로 이뤄주는 도구와 과정에서 아주 적합한 매개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부천타임즈

무덤이 크고 잘 가꿔질수록 봉분 주변에는 나무들이 없기 때문에 새들도 가까이 날아와 앉지 못하는지라 새소리조차도 가깝게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봉분이 낮아지고 있"는 무덤은 주변의 나무들도 점점 가까이 오고 있어서 새들까지도 아주 가까이 날아와 앉게 됩니다. 무덤 가까이에서 "새소리가 들리"는 정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됩니다. 새가 날아와 앉으니 꽃씨들도 바람을 타고 날아와 앉아서 예쁜 싹을 틔웁니다. 심지어 나무들의 씨앗도 날아와 의젓하게 한 자리 차지하며 자라갑니다.

따라서 "이제 무덤은 보이지 않"게 되고 "어떤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와서 부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곧 평평해지"는 완전한 일체의 마무리가 드디어 완성이 됩니다.

땅에 매이지 않고 땅을 통해 땅에서 벗어나 "불어가는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무덤, 결국엔 "저 하늘로 스며드는”"무연고 묘지의 미학입니다.

   
▲ 시인 이종섶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이종섶(시인,평론가)은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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