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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77] 이주희의 '바나나'
2020년 08월 31일 (월) 13:24:22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바나나
​이주희

검은 목공단 같은 하늘의
아버지 단장(短杖) 손잡이처럼
허리 굽은 바나나

이 자식 저 자식이 드린 용돈 쌈지에 모셔두고
약줏값 담뱃값 아끼고 아껴
끼니 걱정되는 셋째 딸네 손주들
입맷거리로 한 아름 사 오시던 바나나

봄날 안마당의 산수유만큼 화사했던 아버지의
고랑지고 이랑진 얼굴에 돋아난 검버섯같이
거뭇거뭇해진 바나나

   
▲ ⓒ부천타임즈

여자는 부드럽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엄마가 강한 것 때문에 자주 툴툴거리는 아들에게 엄마에 대해서 해 준 말이 있습니다. '엄마는 파인애플이야. 겉은 딱딱하고 거칠지만 속은 아주 달콤하고 부드럽거든.'

식탁에서 그 이야기가 다시 나왔을 때 저는 저 스스로 딸기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달콤새콤 맛있기는 한데 부딪치면 자주 물러지지.' 제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바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정말 그렇다고 공감했습니다.

우리 부부를 이렇게 과일에 비유해서 말을 했는데 이주희 시인은 아버지를 바나나에 비유해서 시를 썼네요. 아버지가 쓰시던 짧은 지팡이 손잡이와 비슷하게 생긴 "허리 굽은 바나나"입니다.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아끼고 모아서 "끼니 걱정되는 셋째 딸네 손주들"을 위해 "한 아름 사 오시던 바나나"입니다. "봄날 안마당의 산수유만큼 화사했던 아버지" 얼굴이 "고랑지고 이랑 " 지다가 끝내 "검버섯"까지 생기고 말았는데, 그런 아버지 얼굴이 "거뭇거뭇해진 바나나"와 참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 ⓒ부천타임즈

아버지의 인생과 삶으로 대표되는 지팡이 손잡이가 바나나와 비슷하고, 자식 사랑도 바나나로 나타나고, 노년의 얼굴도 바나나와 비슷합니다. 바나나는 아버지를 대표하는 과일로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주희 시인은 바나나를 볼 때마다 바나나를 먹을 때마다 아버지의 삶과 사랑과 얼굴을 그대로 느끼고 대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든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과일 하나씩 정해서 일기나 짧은 편지 또는 시 한 편을 써보면 어떨까요? 여기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잘 쓰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어떤 과일을 아버지와 연결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기 위함이니, 글을 안 써도 오래 생각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아버지를 추억하고 그리워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과일 맛이 나는 거니까요.

 

   
▲ 시인 이종섶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이종섶(시인,평론가)은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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