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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75]별스런 다이어트
무소유야 말로 최고의 '인생 다이어트'
"당신이 또 줄여야 할 것...근심의 몸무게"
2020년 08월 18일 (화) 14:44:30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별스런 다이어트
조현석


조금만 줄이면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지요
밤새우며 빈속에 술 마시고 침묵에 빠지기
생각 문득 끊기면 매캐한 줄담배 피우기
힘들겠지만 조금씩 줄이며 견뎌야 해요
당신이 또 줄여야 할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 근 혹은 반 근씩 늘어나는 근심의 몸무게
안 먹는다고 거듭 맹세해도 그게 안 되니
그 빈번한 맹세 역시 줄여야 해요

또 하나, 들뜬 마음도 반 이상 줄여야 해요
세상을 다 산 듯이 다 겪었다는 듯하는
모르면서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하는
남들이 한 것 따라하면서 아닌 척하는 당신
줄여야 하는 것은 더 은밀하게 숨어 있다는 것
도려낼 칼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 알지요

더 이상 없애지 못하는 무소유를 지니는 것
그리하여 남은 것으로 먼지처럼 부유하면 어떨까요

   
▲ ⓒ부천타임즈

다이어트 시대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몸매를 위해서 다이어트를 합니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한 사람도 많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조현석 시인도 “조금만 줄이면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현석 시인이 말하는 다이어트는 누구나 하는 다이어트가 아닌 "별스런 다이어트"입니다. 그래서 "밤새우며 빈속에 술 마시고 침묵에 빠지"는 것을 조금만이라도 줄이라고 합니다. "생각 문득 끊기면 매캐한 줄담배 피우"는 것도 조금만 줄이라고 합니다. 밤새 술을 마시는 것과 줄담배 피우는 것을 줄이기가 "힘들겠지만 조금씩 줄이며 견뎌야" 하는 것이 "별스런 다이어트"의 기본이자 출발입니다. 

"당신이 또 줄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한 근 혹은 반 근씩 늘어나는 근심의 몸무게"입니다.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나버린 몸무게,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몸무게로 인해 근심까지 함께 늘어나고 말아서 그야말로 근심스러운 몸무게입니다. 그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안 먹는다고 거듭 맹세해도 그게 안 되니" 참 힘이 듭니다. 그래서 "그 빈번한 맹세 역시 줄여야"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 ⓒ부천타임즈

별스럽다고 말하는 다이어트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별스럽게 하는 다이어트의 본질인데요. "들뜬 마음도 반 이상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들뜬 마음"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세상을 다 산 듯이 다 겪었다는 듯하는" 마음입니다. "모르면서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하는" 마음입니다. "남들이 한 것 따라하면서 아닌 척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것들이 잔뜩 끼어 있는 마음은 군살 덩어리들이 온몸에 붙어 있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은 앞에서 말한 술이나 담배처럼 "조금씩 줄이"기보다 "반 이상 줄여야" 합니다. 다이어트의 목적이 시의 첫 행에서 말한 “행복”이라면 그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들뜬 마음"과 같은 것들을 확실하게 줄여야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부천타임즈

"줄여야 하는 것은 더 은밀하게 숨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흔한 군살이나 뱃살은 눈에 바로 띄지만 "들뜬 마음"은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준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해줄 만큼 정상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이는 뱃살보다 "은밀하게 숨어" 보이지 않는 "들뜬 마음"들을 더 예리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 부절적한 마음을 "도려낼 칼 따위는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도구가 필요 없으니 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쉬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엔 "더 이상 없애지 못하는 무소유를 지니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소유"야말로 "별스런 다이어트"의 관점이자 최종 목표입니다. 사실은 이 다이어트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다이어트이며 사람을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다이어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다이어트를 알지도 못하고 또한 관심조차 없는 세상이어서 '진정한 다이어트'가 “별스런 다이어트”가 되어버렸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들 어떻습니까. 남들은 "별스런 다이어트"라고 해도 나만은 '진정한 다이어트'라고 여기며 무소유를 향해 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진정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소유하는 것이 있지 않고 소유를 버리는 것에 있으니까요. 소유를 늘리는 것에 행복의 가치를 두는 사람은 몸 무게 많이 나가면서 살이 많이 쪄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러나 소유를 줄이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이어트 잘 된 사람의 몸과 같습니다.

이런 말이 별스럽다고 느껴지십니까? 그래서 "별스런 다이어트"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이 별스런 사람이요, 너무 별스러워졌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무소유야 말로 최고의 '인생 다이어트'이니까요.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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