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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68] 목단이불
행복하게 살라고 결혼할 때 선물로 받은 목단이불
2020년 06월 29일 (월) 12:25:51 이종섶 mybaha.naver.com
   
▲ 목단이불 ⓒ부천타임즈

목단이불
진효정

행복하게 살라고 결혼할 때
선물로 받은 침구 세트

부귀와 강녕 누리라고
붉은 보자기에 싸온
활짝 핀 목단이불

함부로 덮기 아까워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꽁꽁 봉해놓은

새 장롱 들여온 날 풀어보니
이불보따리 속에서
목단꽃은 저 혼자
피고지고 피고지고
나프탈렌 냄새에 절어 있다

그래서 나 행복했던가
제대로 한번 덮어보지도 못한
나프탈렌 이불 밑에서

   
▲ 목단꽃 ⓒ부천타임즈

결혼할 때 행복하게 잘 살으라고 받은 선물 중에 침구 세트가 있습니다. 부자가 되라고 건강하게 무병장수하라고 "붉은 보자기"로 "활짝 핀 목단이불"을 싸준 것입니다. 그런데 선물을 받은 즉시 바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함부로 덮기 아까워"서 장롱 속에 잘 보관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로요.

그렇게 장롱 속에서 싸여만 있던 목단이불을 처음으로 펼쳐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새 장롱 들여온 날"입니다. 장롱 속에 있던 이불을 다 꺼낸 후 다시 넣어야 하는 과정 중에 "꽁꽁 봉해놓은" 이불보따리가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보따리를 풀었더니 그 안에 넣어둔 나프탈렌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목단꽃은 저 혼자/피고지고 피고지고" 했을 텐데, 꽃을 피우면서도 향기를 피우지 못한 이유가 "나프탈렌 냄새에 절어"버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순간, 괜스레 목단꽃에게 미안해집니다.
꽃향기가 아닌 화학제품 냄새를 맡으면서 반문합니다. "그래서 나 행복했던가" 하는 후회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목단이불을 선물 받았을 때 바로 사용했더라면 한동안 포근하고 따스한 마음을 행복하게 누렸을 텐데, 선물을 받자마자 장롱 속에 넣어두었으니 행복은커녕 보관하는 수고만 한 셈이요, 장롱 속 비좁은 공간만 허비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받은 선물을 다시 보면서 "나 행복했던가"를 점검해보는 지금, 행복은 보관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아까워서 사용하지 못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누리는 마음입니다. 사용하다 보면 낡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서 그 낡아짐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행복의 누림으로 가는 길입니다.

있으면 사용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사용하면서 편리함이나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 이치입니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장롱, 옷장, 주방, 서재, 신발장에 보관만 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쓰지 않는데도 아까워서 처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 목단 ⓒ부천타임즈

그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버리면 공간이 쾌적해지고 눈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 기분 좋게 나누는 것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해줍니다. 에리히 프롬이 《소유나 존재냐》라는 책에서 밝힌 주제처럼 소유보다 존재로 사는 것, 소유 행위보다 존재 행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행복 자체요, 행복을 위한 행위니까요.

이 내용을 목단이불과 관련해서 바꿔보면 '보관보다 사용'이라는 말이 성립되는데요. 책 제목도 패러디처럼 《보관이냐 사용이냐》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구요. 그러니 보관하지 말고 사용하고, 사용할 수 없을 때는 과감하게 처분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세요.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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