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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65] 상처가 아무는 밤
2020년 06월 08일 (월) 16:51:10 이종섶 mybaha.naver.com

바퀴
윤중목

바퀴는 둥글다네
세모도 네모도 아니고
오로지 둥글 뿐이네
반반한 길이건
울퉁한 길이건
둥글어야만 앞으로
쉬이 잘 굴러가네

그러니 행여 볼그라진 속일랑
꽁하고 뾰조록한 생각일랑
갈고 자르고 두들겨
둥글게 더 둥글게
마름질할 일이네

모난 세상 그것이
전진하는 자의 바로
탄탄한 내면공학이라네

   
▲ ⓒ부천타임즈

"바퀴"는 자전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운송 수단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 끄는 수레도 마찬가지였구요.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해도 도구의 본래적인 모양은 바뀌는 법이 없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바퀴"입니다.

"바퀴"는 모양과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서로를 위해서 존재하고 기능합니다. 모양은 "둥글"게 생겼으며, 속성은 "굴러가"는 것입니다. 둥글어도 굴러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굴러간다고 해도 둥글지 않아서 "세모"나 "네모"처럼 생겼다면 효과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 불편해서 쓸모가 없거나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습니다.

굴러가야 하는 길이 "반반한 길"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울퉁한 길"일 수도 있어서, 그런 길일수록 "둥글어야만 앞으로" 잘 나아가고 "쉬이 굴러"갑니다. 갑자기 나타난 울퉁불퉁한 길이나 예기치 못하게 지나가야 하는 비포장도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바퀴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일까요. 바퀴를 통해서 사람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사람 역시도 사람다워야 하고 그 사람다움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이것은 바퀴의 모양과 운동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의 상호 관계와 기능적 측면에서 매우 유사합니다. 사람도 둥글어야 하고 그 둥근 모양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퀴는 만들면서부터 둥글게 만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나봅니다. "볼그라진 속"이 있고, "꽁하고 뾰조록한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사람은 둥글었는데 자라면서 변형되고 변질되어 왜곡된 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은 처음부터 둥근 것과 전혀 상관이 없어서 아예 각지고 모나게 태어난 것인지를 따져보려고 하니 성선설과 성악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현재이며 삶의 현재입니다. 그래서 현재 내가 둥근지 둥글지 않은지를 판단하고 살펴서 대처하면 되는 것입니다. 검증 방법은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발견해서 "갈고 자르고 두들겨/둥글게 더 둥글게/마름질"하면 됩니다. 그래야 "모난 세상"에서 잘 굴러가면서 "전진하는 자"로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 안에 "탄탄한 내면공학이" 형성되어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갈고 자르고 두들"기면서 "마름질"을 해야 하는 "내면공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윤중목 시인의 시 「상처」에 나옵니다.

오늘 입은 상처는
오늘을 넘기지 마라.

오늘 지나 내일이면
굼실굼실 계속해 기어 나오는
쌀부대의 쌀벌레들처럼 또 다른
내일의 상처가 파고드는 법.

온몸의 힘을 다해
온정신을 쏟아부어
오늘 받은 상처를
오늘 안에 꼭 아물게 하라.

오늘의 이 상처는, 쉿!
잠시 후 자정이 데드라인이다.

   
▲ ⓒ부천타임즈

"상처"가 아물지 않으면 사람이 둥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갈수록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집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해치고 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오늘 입은 상처는/오늘을 넘기지" 않는다는 절대 명제가 "내면공학" 제1장의 주제입니다. "상처"는 내버려 두면 저절로 아물거나 사라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곰팡이처럼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몸의 힘을 다해/온정신을 쏟아부어/오늘 받은 상처를/오늘 안에 꼭 아물게" 해야 합니다.

밤은 자기의 모난 부분을 다듬는 시간입니다. 밤을 잘 다듬어야 낮이 환하고 편안합니다. 밤이 잘 다듬어져야 낮이 굴러갑니다. 매일의 밤이 상처가 깊어지는 밤이 아니라 상처가 아무는 밤이 되기를 바랍니다. 밤은 평안해야 하니까요.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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