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골문화센터 건립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P건설 직원이 찾아와 기성금 지급을 채촉하면서 내 책상 서랍 속에 하얀 봉투를 밀어 넣는다. 깜짝 놀라 얼른 집어서 돌려주니 그는 당황해 하면서 직원들 식사나 하라고 한다. 금액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봉투가 꽤 두툼하다. 나는  그가 머쓱하지 않게 돌려 주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이번엔 감리업체 부장급 되는 사람이 찾아와서 봉투를 서랍에 넣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돌려주면서 거부를 하니 '다른데서는 모두 잘 받는데 왜 부천에서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섭섭해 한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정말 당황스러운 경험들이었다. 많은 업무보다 봉투를 건네려는 업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더 힘들었다" 부천시 소사본동행정복지센터 이태훈 광역동장(서기관)의 국민참여 청렴콘텐츠 공모작 '대탐필렴(大貪必廉)' 중 한 대목이다.

▲ 이태훈 서기관이 자신의 저서 '중앙공원 四季'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1980년 7월 8일 부천시 수도과 근무를 시작으로 청소년 육성팀장, 체육진흥과장, 문화예술과장,기획예산과장, 소사본동행정복지센터 광역동장을 끝으로 4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태훈 국장이  틈틈히 틈틈이 써왔던 시와 수필을 담은  「중앙공원 四季」를 출간했다.

구릿빛 얼굴, 다부진 체격에 산적(?)처럼 생긴 외모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마음을 흔드는 시(詩)와 수필이 나올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청소년육성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부천시청 10층에서 바라본 중앙공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담은 4편의 시를 비롯하여 '만남 그리고 이별','오월의 신부' 등 90편의 시를 담았다.

2부에서는 아버지의 제7회 공무원 문예대전 입상작 '참외농사와 원두막'을 비롯하여 '문화예술과장의 하루', 등 25편의 수필을 수록했다. 언론에 기고했던 '축구 명가 부천에 울려 퍼진 붉은 함성','청소년의  꿈을 이루는 푸른모임', 국민참여 청렴콘텐츠 공모작 '대탐필렴(大貪必廉)',내집 마련 수기 공모 당선작 '새끼염소 세 마리',마라톤을 즐기면서 쓴 '대관령 알몸 마라톤'등을 수록했다.

▲ 4년연속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에서 선정한 존경하는 으뜸공무원 이태훈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4년 연속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에서 선정한 존경하는 으뜸공무원으로 선정되는 등 선후배 공직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던 이태훈 국장은 "제2의 고향 부천에서 반평생을 살아오면서 상전벽해로 변하는 모습의 최일선에 있었고 결혼해서 자식을 키우고 황혼에 이르러 명예롭게 공직생활을 마치게 되어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다"라면서 은퇴 후에  한편씩 꺼내 보려했던 글을 책으로 출간해서 지인들께 증정하려고 하닌 너무 속내를 드러 내는 것 같아 쑥스럽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당시 장면들은 공직이 역사로 떠오르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공원 四季」에는 선배 공직자 이진선 전 부천시 경제국장을 비롯하여 배명숙 회계과장, 장용기 과장(상동도서관),안남주 팀장(상동친환경과) 박은정 일자리정책과 주무관,김연화(시설공사과) 등 선후배 공직자들은 "산적이라는 애칭이 잘 어울리는 사람, 어디에 그런 감성이 숨겨져 있을까? 어찌 그리 세심하고 인간에 대한 배려가 깊을 수 있을 까"라며 석별의 아쉬움을 남겼다.

중앙공원 봄(이태훈)

중앙공원 가장자리
살포시 앉은 햇살은
연초록 나뭇잎을 흔들고

계양산을 달려온 바람이
흐드러진 벚꽃을
눈꽃으로 흩날리네

수많은 눈빛 사랑속에
빛바랜 진달래는
연초록 잎을 살짝 올리고

성주산 허리에 걸린
하얀 조각구름은
남은 봄소식을 내려놓네

풋풋한 봄바람이
닫힌 가슴을 열어
화사한 봄빛 사랑으로
안기려 하네

▲ '중앙공원 봄' 시화 디자인 ⓒ부천타임즈 곽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