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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62] 경비실 김씨
2020년 05월 18일 (월) 13:17:59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경비실 김 씨
최명심

잠비*에 후두두 떨어진 장미꽃이
담장 아래 수북한 아침
댑싸리비로 젖은 꽃잎을 쓸어 모으던 경비실 김 씨
시멘트 바닥에 찰싹 붙어 쓸리지 않는 꽃잎까지
손으로 떼어 쓰레기봉투에 담았었다

언제나 면장갑을 끼고 반갑게 인사하던 김 씨
4년째 옆구리에 달고 있는 배변기를 만지며
담장 아래 꽃들이 자꾸만 암 덩어리를
콕콕 찌르며 떨어지는 것 같다던 그

백운산 도마치봉 아래 웅크린 장례식장
아파트 담장에 걸린 장미처럼
지금은 붉은 장미를 영정 리본으로 두른 김 씨
문상객 하나 없는 영안실에
아홉 살 어린 아들, 벽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영정사진 속에서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댑싸리비로 꽃잎을 쓸어내듯
아홉 살 아들의 이마를 김 씨는 천천히 쓸고 있다

*잠비 : 순우리말, 여름철에 내리는 비.

   
▲ ⓒ부천타임즈

모든 경비원들이 그렇듯이 최명심 시인의 시에 나오는 "경비실 김 씨"도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환경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비가 내려 담장 아래 장미꽃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는 아침이면 "젖은 꽃잎을 쓸어" 모았습니다. 빗물에 젖어 바닥에 찰싹 붙어 있는 얇은 꽃잎들은 빗자루로 쓸리지가 않아 손으로 일일이 떼어 냈습니다.

경비실 김 씨가 하는 일은 비단 떨어진 장미꽃을 치우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을에는 수북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치워야 했고, 추운 겨울에는 언 손을 비벼가며 쌓인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음식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도 틈틈이 살피면서 정리해야 했고,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서 내가는 날은 분리수거를 종일 도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면장갑을 끼고 반갑게 인사하던”"모습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비실 김 씨"가 암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옆구리에 배변기를 단 지가 벌써 4년이나 되었습니다. 암에서 비롯된 죽음의 공포로 인해 "담장 아래 꽃들이 자꾸만 암 덩어리를/콕콕 찌르며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암에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시의 입장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가정을 꾸려가는 일과 경비 일이 단초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일이 쉽지 않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비실 김 씨"는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백운산 도마치봉 아래 웅크린 장례식장"에서 "아파트 담장에 걸린 장미처럼" "붉은 장미를 영정 리본으로" 두르고 말았습니다.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는 "문상객 하나 없는 영안실"과 "아홉 살 어린 아들, 벽에 기댄 채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상객이 없다는 것은 그간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거나 아니면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들에게조차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는 뜻이겠지요. "아홉 살 어린 아들"이라고 했으니 아내와도 사별을 했거나 이혼을 했을 텐데요. 어린 아들 홀로 장례식장에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사별보다는 이혼, 그것도 상처와 고통만 남은 결별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아들의 나이가 아홉 살이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이 4년이니, "경비실 김 씨"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또 아이를 홀로 키우기 시작한 세월이 많게는 오륙 년, 적어도 삼사 년은 족히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도 할머니도 아닌 아빠가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건 그 상황에 맞물린 현실이 참으로 가혹했고 괴로웠으리라고 능히 짐작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도 살아보려고, 하나 남은 저 어린 아들을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아보려고 애를 썼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마음은 극복을 했어도 몸속에 스며들어 자라기 시작한 종양은 이기지 못했을까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 ⓒ부천타임즈

죽음에 임박해서도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 때문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겠지요. 눈을 제대로 감을 수가 없었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영정사진 속"의 김 씨가 "잠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에 지쳐 곤히 잠든 "아홉 살 아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꽃잎을 쓸어내"던 손으로 "천천히 쓸"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경비실 김 씨"의 죽음을 전해들은 사람으로서 애도를 표합니다. 그러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습니다.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또는 그와 유사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제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하얀 국화가 아닌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놓아드립니다. 상처받은 붉은 마음과 피가 끓던 붉은 심장, 붉은 꽃 아래 서슬 퍼렇게 돋아 있던 무수한 가시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담장 아래로 고개를 떨구며 살다 끝내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 생애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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