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0.7.12 일 17:28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문화/예술
       
[이종섶의 詩장바구니-53]풀 스윙...9회말 타석
2020년 03월 16일 (월) 11:07:55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풀 스윙
박은영

9회말, 타석이다     
나는 한 번도 선두에 서 본 적이 없다 
수없이 방망이가 부러졌지만 
빗맞은 공은 파울, 뒷그물을 흔들고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을 크게 들키고 나면 ​
쓰리 아웃 체인지,
눌러쓴 모자 깊숙이 눈빛이 휘청거렸다 
2할이 되지 못한 날들
저무는 하늘을 등지고 헛스윙을 할 적마다 
한숨은 구장을 에우고 ​더그아웃 구석​
배배 꼬인 그림자가 오래 풀어지지 않았다 
쏟아지는 공,
포볼을 골라내 회를 넘길 때까지 ​
몸을 던졌다 기습 번트나 데드볼을 맞고 진루할 때면 ​
원정 온 치어리더 머리 위로 
국화꽃 같은 함성이 피어나곤 하였다 
삼진으로 죽어 나가기에 알맞은 
환절의 그라운드
​2사 주자 만루 투 쓰리 풀 카운트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계절이다 
나의 생사는 공 하나에 달렸지만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다 ​
직구 뒤 변화구를 숨긴 세상을 향해
방망이 끝을 단단히 세운다

   
▲ ⓒ부천타임즈

3월이 3월 같지 않고, 봄이 봄 같지 않은 날들입니다. 세상이 어수선해 온밤을 뒤척이다 눈을 뜰 때가 많은 날들입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밤새 편안하셨는지요? 무탈하게 지내고 계신 거 맞지요? 입맛을 잃어 밥알이 입속에서 서걱거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당신은 자주 "9회말, 타석" 같다고 했었죠. "한 번도 선두에 서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처음부터 마지막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그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주먹을 불끈 쥐고 수많은 시간과 싸워가며 눈물을 흘린 것을 잘 알고 있니까요.

"수없이 방망이가 부러"지고 또 "부러졌지만" 당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죠. 그러나 "방망이"를 휘두를수록 "빗맞은 공은 파울"만 되어 "뒷그물을 흔들" 때마다, 당신은 숨겨둔 부끄러움이 출렁이는 것 같다고 했죠. 아무도 모르게 숨기며 살아왔다 싶었는데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을 크게 들”켜버린 날이었어요. 창피한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곧"로 "쓰리 아웃 체인지"! 당신이 야무지게 "눌러쓴 모자 깊숙이 눈빛이 휘청거”린 것을 사람들이 보았을까요. 그럴수록 당신은 "눌러쓴 모자"를 더 눌러쓰는 습관에 길들여졌죠.

   
▲ ⓒ부천타임즈

열 개 중에 세 개! 따지고 보면 일곱 개를 못 친 거죠. 겨우 세 개만 쳤을 뿐이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 개 친 사람과 세 개 친 사람을 너무 다르게 보고 너무 다르게 대접합니다. 두 개와 세 개가 무슨 차이가 있다구요. 세상의 그런 시선과 대우 때문에 당신은 자주 "2할이 되지 못한 날들"을 자책하곤 했죠. 울컥, 원망과 분노가 치솟을 때면 "저무는 하늘을 등지고 헛스윙을" 했는데요. 그때마다 "한숨은" 허공을 맴돌았죠. "배배 꼬인 그림자가 오래 풀어지지 않"아 더 괴롭기만 했구요. 허공이 아닌 당신 마음에 "헛스윙"을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쏟아지는 공" 앞에서 세상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은 뼈저리게 느꼈을 거예요.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한다’는 말은 승자에게나 해당 되는 말이죠. 패자의 그늘을 맴도는 사람은 자신을 사자가 아닌 토끼로 생각하지 않겠어요? "2할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공을 더 무자비하게 던집니다. 아니죠. 사실은 타율이 낮은 타자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던지는 것인데, 치는 사람 입장에서 주눅이 들어 무자비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더 힘듭니다.

당신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포볼을 골라내"고 1루를 향해 가볍게 달려가기도 했죠. "기습 번트나 데드볼을 맞고 진루"를 하는 날이면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지곤 했죠. 그런 날이면 "국화꽃" 같은 포근하고 따뜻하고 훈훈한 감정이 그라운드로 변한 가슴속에 빽빽하게 차오르곤 했다고, 그날의 훈련일지에 기록하고 잠들었죠.

   
▲ ⓒ부천타임즈

당신은 오랜만에 기분 좋게 일어난 아침을 맞이했을 거예요. 그래서 "삼진으로 죽어 나가기에 알맞은/환절"의 세상에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계절"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생사는 공 하나에 달렸지만/아직, 겨울은 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직구 뒤 변화구를 숨긴 세상을 향해/방망이 끝을 단단히 세"우기로 합니다.

그런데 사실 좀 걱정이 되네요. 세상의 "변화구"가 갈수록 치기 힘들어서요. 그 "변화구"를 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어서요. 그렇지만 당신은 포기하지 않을 거죠? 봄마다 직구처럼 찾아왔던 황사와 미세먼지에 이어 이제는 구질이 까다로워 좀처럼 치기 힘든 변화구처럼 코로나가 덮친 3월이자 봄입니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랄게요.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23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이동현 부천시의회 의장 절도 혐의로
'절도'로 기소된 이동현 부천시의회
부천시 10개동 주민자치회장 선출 완
[이종섶의 詩장바구니-69] '가을
부천시가 지정한 코로나19 예방 '
제17대 부천문인협회 회장 정무현 시
[정정보도]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보
중동 주민자치회회장 김정상, 감사 황
[생생포토]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
김명원 경기도의원, 건설교통위원장 내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