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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49]꽃이라고 보니 뽑아 버릴 풀이 없네
2020년 02월 17일 (월) 12:49:10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화해
한상호


꽃이라고 보니

뽑아 버릴 풀이 없네


"꽃이라고 보"는 자세는 참 중요합니다. "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쁘게 보입니다. 뽑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있는 그대로 두면서 그 꽃을 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꽃이라고 보"지 않으면 그 순간 잡초가 되어버립니다. 꽃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뽑아 버립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풀보다 뽑아 버리는 풀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자신이 "꽃이라고" 판단하는 그 기준입니다. 예쁜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 유명한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 남에 의해서 학습된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꽃에 관한 기준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꽃을 선택하는 판단과 기준도 풀을 뽑아 버리는 판단과 기준도 전부 타의에 의한 것일 뿐 자신의 순전한 개념과 관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랬는데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선입견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상에 대한 수동적 학습 결과를 버리고 순수하게 대상 자체만을 바라보기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자세는 반성의 마음을 동반합니다. 그동안 꽃으로 보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생깁니다. 미안한 마음이 깃듭니다. 그래서 꽃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눈에 꽃으로 들어옵니다. 하나하나가 다 꽃입니다. 하나하나가 다 예쁘게 보입니다.

그런 사람은 이 시의 제목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제목 "화해"는 시에 나오는 풀꽃들과의 "화해"일 수도 있지만, 사람과의 "화해"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시에서 "뽑아 버릴"이라는 부정 표현을 한 것으로 보아 사람도 그런 마음과 그런 행위가 미움과 분노를 동반하면서 관계를 파괴적으로 만들어간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려면 꽃을 잡초로 보는 생각을 버리고 꽃으로 보아야 하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꽃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러 저러한 기준들을 버리고 순수하게 꽃으로 보아야 합니다.

   
▲ ⓒ부천타임즈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모두가 다 꽃입니다. 이것이 화해의 시발점이며 이렇게 해야 진실한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을 확실하게 갖지 않으면 화해를 했다고 할지라도 겉으로만 화해한 것에 불과해서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은 물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꽃입니다. 다만 작은 꽃, 평범한 꽃, 향기가 없는 꽃, 색깔이 돋보이지 않는 꽃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향기가 고약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한 향기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꽃입니다. 독특한 꽃, 개성 있는 꽃, 독이 있어서 주의해야 하는 그러나 나름 보기 드문 꽃입니다.

꽃으로 보면서 화해하고, 화해하기 위해서 꽃으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 자신의 눈과 마음이니까요. 상대가 꽃이 아닌 풀이나 잡초로 보인다면 내 눈이 아직도 비뚤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눈을 먼저 바로잡는 화해의 기본과 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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