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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43]철원에 오시려거든
"가슴속 가시 일지라도 내려놓고 오시라"
2020년 01월 06일 (월) 17:40:26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철원에 오시려거든
조광태


철원에 오시려거든
가슴속 가시 일지라도
내려놓고 오시라

철조망에 찔린 아물지 않는 상처
녹슨 철조망에 찔린 상처가 깊어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 땅이라
가시처럼 생긴 물건이랑 놓고 오시라

가시처럼 생긴 그것들
두고 온 빈 가슴 속에
사계절 시들지 않는
우리의 간절한 꽃
한 아름씩 들고 오시라

모나지 않는 등근 거나
저마다 가장 행복한
웃음 한 보따리도 들고 오시라

웃음 한 보따리 놓고 가면
웃음소리가 가시철조망을 녹여
우리의 간절함을 피워낼 수 있으니
가시처럼 생긴 물건은 놓고
행복한 웃음 한 보따리 들고 오시라

   
▲ ⓒ부천타임즈

사람들은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바다에 가거나 산에 오릅니다. 여건이 되지 않아 멀리 가지 못할지라도 솟아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가족과 함께 나갑니다. 거기서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 가슴을 벅차게 해주는 태양을 보면서 소망을 되새기고 계획과 목표와 결심을 새롭게 하거나 단단하게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런 풍속에서 올해는 조금 뜻깊은 새해맞이 장소를 소개합니다. 조광태 시인의 시 「철원에 오시려거든」에 등장하는 철원입니다. 지역적으로 소개하면 철원은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니어서 뛰어난 일출 풍광을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산이나 바다처럼 어디에나 있지 않고 강원도 북쪽에만 있습니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의 딱 중간에 있는 지역이지요.

새해맞이 장소로써 철원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곳이지만 성격적으로는 매우 특별합니다. 철원에는 "철조망에 찔린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습니다. 철원은 "녹슨 철조망에 찔린 상처가 깊어/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 땅"입니다. 이런 땅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 "땅이 평화롭게 보여도/속으로 곪고 곪아서 너무 곪아서/아프다는 말조차 꺼내 들지 못하고/입만 딱딱 벌리는 아픔으로" 삽니다. "저마다 가슴 속에 피고름이 박힌 채/상처투성이 가슴들이" 살고 있습니다. "고향 떠나와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고/새끼 낳고 사는 사람들이 고향 땅 가까이/살고 싶어서 저절로 모여서" 사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더 큰 그리움으로 밀려와/그리움 잇지 못한 피눈물로 보낸 세월이/너무 많은 세월로 너무 빨리 흘러서/어쩌지 못하는 늙은 몸뚱이 원망"스럽게, "저린 가슴들이 고향 땅 그리워하다/언제 저승길 불려 갈지 모르는 나이가 돼서"(「철원 사람」)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조광태 시인은 철원이라는 지역과 철원 사람들의 특성 때문에 "철원에 오시려거든/가슴속 가시 일지라도/내려놓고 오시라"고, 아예 “가시처럼 생긴 물건이랑 놓고 오시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다가 아니어서, 조광태 시인은 "가시처럼 생긴 그것들/두고 온 빈 가슴 속에/사계절 시들지 않는/우리의 간절한 꽃/한 아름씩 들고 오시라"고 합니다. "모나지 않는 등근 거나/저마다 가장 행복한/웃음 한 보따리도 들고 오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이렇게 요청하는 것일까요. "웃음 한 보따리 놓고 가면/웃음소리가 가시철조망을 녹여/우리의 간절함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시처럼 생긴 물건은 놓고/행복한 웃음 한 보따리 들고 오시라"고 다시금 요청하는 것입니다.

   
▲ ⓒ부천타임즈

새해가 이미 밝아서 새해맞이로 철원에 갈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라도 철원에 갈 수 있으니, 아니 계획을 세워 철원에 갈 수 있으니, 그때는 "가시처럼 생긴 물건"을 놓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동은 "가슴속 가시"까지 "내려놓고" 가라는 상징이요 권면이니, 미움도 원망도 다 비우고 가면 좋겠습니다.

비어있는 상태로 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그 누구라도 살려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시를 비워낸 가슴에 "가시철조망을 녹여"낼 "웃음 한 보따리" 채우고 가면 좋겠습니다. "간절함"이 스며있는 "행복한 웃음"을 가득 채워서요.

철원은 멀어서 가기 힘들다면 철원을 생각하며 현재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철원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며, 설령 철원에 가지 않을지라도 이 시대의 철원을 위하는 자세요 삶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속에서 "가슴속 가시"를 비워내고 삽시다. "가시처럼 생긴 물건"을 버리는 마음으로 '가시 같은 말'을 버리고 삽시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 소화하면 고운 꽃을 피워내는 거름이 됩니다. 그런 사람이 가족의 화목과 공동체의 화합을 이룰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올해 부디 "가시철조망"이 사라지고 "행복한 웃음"이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철원에, 그리고 철원과 같은 곳에, 나아가 철원 사람들처럼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사계절 시들지 않는" "간절한 꽃"들이 "한 아름씩"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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