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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42] '공복의 기쁨'
2019년 12월 30일 (월) 14:45:52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공복의 기쁨
강신애

나는 즐겨 굶네
아니 굶는 것이 아니라
조개가 뱃속의 모래를 뱉듯
내 속의 더러운 것들
조금씩 토해 놓네
내 몸은 서표(書標)처럼 얇아져
어느 물결 갈피에나 쉽게 끼워지네
마술사가 감춘 모자 속 비둘기처럼 작아지네
품과 품 사이로
꽃향기, 바람 머물게 하네
랄라…… 모든 관계가 허기로 아름다워지네
눈도 맑아져
온갖 잡동사니 투명하게 들여다 보네
즐겁게 육체를 망각하고
풀잎 속으로 들어가네

오, 공복의 기쁨
공복의 포만

   
▲ ⓒ부천타임즈

2019년 마지막 월요일 시장바구니는 한 해의 마지막 두 날과 새해의 처음 며칠에 열어보게 될 텐데요. 끝과 시작, 또는 마무리와 출발이 만나는 시장바구니에 강신애 시인의 「공복의 기쁨」을 담았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많이 가지고 누린 것 때문에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많이 가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것 때문에 한 해의 마무리가 쓸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새해를 바라보면서 많이 가지고 또 많이 누리게 되기를 소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원하는 대로 소유와 누림이 주어진다면 세상에 불행이 없을 테니까요.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신애 시인의 「공복의 기쁨」을 소개해보는 것입니다.

"공복"을 단순히 먹는 문제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먹는 것을 굶거나 줄이는 공복을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욕심의 공복, 소유의 공복, 성공의 공복 등등 다 해당 됩니다. 그런 공복이 "굶는 것이 아니라/조개가 뱃속의 모래를 뱉듯/내 속의 더러운 것들/조금씩 토해 놓"는 것이라면, 삶의 모든 공복을 통해서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씻어가는 인생을 경험하게 되겠지요.

"품과 품 사이"에는 "꽃향기"와 "바람"이 "머물게" 되구요. "모든 관계가 허기로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마음이 절로 환해지는 말씀입니다. 게다가 "눈도 맑아져/온갖 잡동사니 투명하게 들여다 보"게 되니, 공복의 기쁨에서 비롯된 효과는 그야말로 우리 삶을 진정 빛나게 가꿔준다고 하겠습니다.

그 결과 "즐겁게 육체를 망각하고/풀잎 속으로 들어가"  "기쁨"인 동시에 "포만"인 "공복"을 노래합니다. "오, 공복의 기쁨/공복의 포만"이라는 품격 높은 절창을요.

이런 공복을 새해에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공복의 시도가 익숙해져 마음 깊이 누려보고 또 누려보면 어떨까요. 삶의 여러 부분에서 유익한 공복은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비용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수고와 노동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공복의 기쁨"을 노래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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