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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41] 편지 한 통, 부재의 내 사람에게
2019년 12월 23일 (월) 12:13:31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편지 한 통, 부재의
- 내 사람에게
최인찬


새소리 날아간다.

비둘기들이 구구구 날아간다.

까치들이 까악 깍 날아간다.

참새들도 짹짹 쪼며 쫓아간다.

그 뒤를

까마귀 떼가 까옥, 또 까옥 날아간다.

온통 떠나는 것들의 소리,

다시는 안 돌아올 부재의 흔적들.

가까이 떠난 것들은 가까운 곳에서

멀리 떠난 것들은 더 먼 곳에서

그립고도 쓰라린 눈물 눈물 오롯이,

오롯이 홀로 훔칠지라도

어느 멀고 가까운 날에서야 비로소 다 쓸 나의 편지는

숱한 밤을 지새다 마침내 먼길에서 돌아오던,

시를 벗은 자유와 부재의 증거로 남으리니

숨 끝까지 사랑인 내 사람이여

나 이제 저 새소리들처럼 날아가는 것이라 해도

당신이 내게 준 사랑만은, 그 사랑만은 오오!

   
▲ ⓒ부천타임즈

연말이 되면 한 해가 지나간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릅니다. 새해가 온다지만 아직은 연말이어서 한 해가 지나가버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제주의 최인찬 시인이 쓴 시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래보려고 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온통 날아가버린 것들밖에 없습니다. "비둘기들이 구구구 날아"가고, "까치들이 까악 깍 날아"가고, "참새들도 짹짹 쪼며 쫓아"갑니다. "그 뒤를" 이어서 "까마귀 떼가 까옥, 또 까옥 날아" 갑니다. "온통 떠나는 것들의 소리" 뿐입니다.

우리 곁에서 "떠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며 그 대상이나 상태 또한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떠나는" 행위를 눈에 보이게 뚜렷하게 나타내 각인시켜주는 것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기에, 바로 그런 새들을 통해 "떠나는" 현상을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강조하면서 환기시켜주는 것이겠지요.

무엇이든 자신의 주변에서 떠나버리면 "다시는 안 돌아올 부재의 흔적들"이 남습니다. "가까이 떠난 것들은 가까운 곳에서" 아픔이나 회한 같은 흔적들을 남기고 "멀리 떠난 것들은 더 먼 곳에서" 그리움이나 후회 같은 흔적들을 남깁니다. 그럴 때마다 "그립고도 쓰라린 눈물 눈물 오롯이" 가슴속에서 흐르게 됩니다.

떠나버린 부재의 흔적은 결국은 사람인 셈이어서 최인찬 시인은 그 눈물을 찍어 편지를 씁니다. "숨 끝까지 사랑인 내 사람이여"라고 시작하는 "편지 한 통"을요. "나 이제 저 새소리들처럼 날아가는 것이라 해도//당신이 내게 준 사랑만은, 그 사랑만은 오오!"라는 끝이 없는 무한의 사랑과 감탄과 감동을 가득 담아서요.

   
▲ ⓒ부천타임즈

날아가버리고 떠나가버리는 인생이지만 그 속에서도 "내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을 노래하는 최인찬 시인의 시선과 가슴은 「슬픈 날, 그러나」라는 시의 후반부에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그러한 날들이 서서히 가고/당신의 귀에, 혹은 내 귓가에/마지막 온기가 가장 희미하게 들릴 때/그날이 제일 슬픈 날"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슬픔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들 생이 그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서는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있어야 해요/따뜻한 서로에게”라고 결말을 짓습니다. 결국은 떠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로 인해 슬픔에 젖어 살기보다는 "서로에게 있어"주고 "따뜻한 서로"가 되어주는 이야기로요.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이렇듯 우리 인생도 저물어갑니다. 이러한 때에 탄식과 아쉬움보다는 사랑과 따뜻함을 자아내고 간직하면서 서로를 향하고 위하는 자세를 준비하며 새해를 맞이하면 어떨까요. 부디 새해에는 서로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사랑만이 오롯이 남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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