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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39] '층간소음'
나의 지붕 위에는 계절마다 빛깔다른 하늘이 이사 가고
2019년 12월 09일 (월) 13:44:07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층간소음
손영단

나의 지붕 위에는
계절마다 빛깔 다른 하늘이 이사 가고
아기별 가족이 들어왔다
서까래를 걷는 발걸음
외줄을 밟고 위태로운 별의 모서리
놀란 은하수가 우르르 몰려와
낙수처럼 쏟아지는 별가루
첨탑 위에 걸터앉은 달빛도 안다
두레박을 타고 오르내리는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의 고 녀석
낮잠의 등에 업혀 숨바꼭질하는 시간
지루한 나의 마당에 멍석을 깔고
턱 괴고 엎드려 듣는 경전
칼칼한 목이 경건해진다 

   
▲ ⓒ부천타임즈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와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합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곤 해서 층간소음이 민감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이 층간소음에 관한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손영단 시인이 쓴 시인데요. 층간소음을 이렇게 예쁘고 근사하게 다룬 것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인의 성품에서 비롯된 정서가 읽는 마음을 다소곳하게 어루만져주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나아가 층간소음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돌아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좋은 시각을 제공해주는데요. 사뿐사뿐한 말법과 다정다감한 어투로 사랑스럽게 말해주는 고백적 자세가 일품입니다.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딱딱한 주제를 동화적으로 호소력 있게 접근한 심미적 접근도 이 시의 매력입니다.

"별"과 "은하수"를 불러오기 위해 천장을 "지붕"으로 설정했는데요. "계절마다 빛깔 다른 하늘이 이사 가고/아기별 가족이 들어"옵니다. 지붕이니까 당연히 "서까래를 걷는 발걸음"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외줄을 밟고 위태로운 별의 모서리"와 "놀란 은하수가 우르르 몰려와/낙수처럼 쏟아지는 별가루"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주인공은 "두레박을 타고 오르내리는/장난기 가득한 눈망울의 고 녀석"입니다. 그렇지만 "장난"이 지속되지는 않아서 "낮잠의 등에 업혀 숨바꼭질하는 시간"이 찾아왔네요. "아기별 가족"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그럴까요. "지루한 나의 마당에 멍석을 깔고/턱 괴고 엎드려 듣는" 소리가 "경전"이 되었습니다. 소리를 듣는 행위도 "경전"을 듣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칼칼한 목이 경건해진다"로 흐믓하게 마무리되었구요.

층간소음을 이렇게 바라보고 들으며 해소하는 것은 시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인식의 전환 같은 자세와 그것을 지속하는 이성적 자세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를 "아기별"로 바라보면서, 그 아이가 만드는 소음을 "은하수가 우르르 몰려와/낙수처럼 쏟아지는 별가루"로 전환해서 듣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비단 시나 아동문학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음에서 사용되는 '음'은 음악에서도 사용되는데요. 전통 음악에서는 화음과 불협화음으로 구분해 3도 음정은 화음으로 불렀고 2도 음정은 불협화음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현대음악에 이르러서는 불협화음 개념이 없어져서 모든 음정을 다 화음으로 인정합니다. 미술로 말하면 색과 섞임 그리고 농도와 채도가 다를 뿐 모든 색이 다 각각의 색인 것처럼, 음악에서도 두 음 이상의 어울림은 모두 다 자기만의 고유한 성질의 화음인데 다만 그 화음이 드러내고 조성하는 감정적 느낌만 다른 것처럼요.
 
심지어는 악기가 아닌 일반 사물에서 나는 소리도 하나의 '음'으로 받아들여 음악의 한 요소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소음'이 더 이상 '소음'이 아닌 특정한 음과 가치 있는 음으로 인정받아 음악의 질료로 등장했다고 하겠습니다.

소음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시작해서 현대음악에서는 소음도 음이라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는데요.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보면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으며 현대음악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할 필요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도 되고 또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기도 한데요. 손영단 시인의 이 시가 바로 적절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아이들과 관련된 시이나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시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게 해주는 약성이 충분합니다. 오래 복용할수록 더욱 효험을 보는 시를 늘 곁에 두고서 한 모금 두 모금 은하수와 함께 마시기 바랍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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