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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36] "이름 따위 없은들 어떠리"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각자의 색깔을 뿜어 빛을 낸다"
2019년 11월 18일 (월) 13:57:08 이종섶 mybach@naver.com
   
▲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으로 65배 확대해 촬영한 복분자딸기 씨앗ⓒ부천타임즈


배선옥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몸 속 어딘가 빛의 씨앗을 가졌다 빛깔을 심고 빛깔을 키우고 그리하여 어느 날 활짝 마음을 피어 올려 빛살이 된다 이름 따위 없은들 어떠리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각자의 색깔을 뿜어 빛을 내나니

그대도
나도

다만 어깨 낮은 꽃으로 서서 수수하니 머리 비끄러맨 시골집 안마당 분꽃으로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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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으로 64배 확대해 촬영한 줄딸기 씨앗.ⓒ부천타임즈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또는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절대적 본질의 자존과 적정을 떠나 주변과의 비교에 따른 우열의 명암을 받아들인다. 저마다 "빛의 씨앗을 가"지고 있어서 그 "빛깔을 심고 빛깔을 키"우고, 그 결과 "활짝 마음을 피어 올려 빛살이" 되는 날을 맞이하는데도 그렇다.

작고 사소한 존재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눈에 띄지 않는 빛깔과 색과 모양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이름"도 없거나 있다고 해도 기억되지도 않는다. 무엇과 누구를 호명하기 위한 용도로 이름이 지어지고 불렸을 것이나,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을 기억하면서 사랑이나 무관심, 영광이나 좌절 같은 개념과 감정들이 개입되어 버렸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각자의 색깔을 뿜어 빛을" 낸다는 존재감 내지는 자존감을 확인해야 하고 "이름 따위 없은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스스로 확립해야 한다.

비교와 우열과 자존감 같은 것들은 관계에서 설정되는 것이므로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붙잡아주면서 상대를 세워주고 자기를 세워가야 하는 것들이다. "그대도/나도" 서로 똑같이, 서로 함께 같은 생각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와 그대'를, 그대는 '그대와 나'를 "각자의 색깔을 뿜어 빛을 내"는 아름답고 귀한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분꽃 ⓒ부천타임즈

그러나 "이름 따위 없은들 어떠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도 한 개인을 식별하는 기호로서의 이름이 필요하다. 또한 "이름 따위"의 발언이 서툰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잘 정리되고 정돈된 개념과 인격을 동반한 가치관에서 나온 '자기 통제의 성장 언어와 발성'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름 따위"의 주변에 치우쳐 이름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이름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담담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가져야 할 이름 하나 가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다만"이 품고 있는 소중한 위로의 정서다.

키는 "어깨 낮은 꽃" 정도여도 괜찮다. 모양이나 꾸밈은 "수수하니 머리 비끄러맨" 정도여도 괜찮다. 장소나 환경은 “시골집 안마당” 정도면 된다. 이름은 "분꽃" 정도면 충분하다. 세상 욕심에 끌려 세상 한복판으로 달려나간 마음은 보기 흉하고 되려 누추하다. 그게 싫어서 혼자 어느 구석에 처박혀 사는 마음은 너무 구겨지고 왜곡되어 보기 흉하고 답답하다. 모든 것을 극복한 존재, 아니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보여주는 빛깔과 피어남의 균형 잡힌 그림이 바로 "시골집 안마당 분꽃"이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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