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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34] '언어'는 연어보다 작고 씩씩한 물고기
2019년 11월 04일 (월) 17:26:30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언어
나병춘

언어는 연어보다 작고 씩씩한 물고기
깊은 계곡에서 태어나
수평선 지나 머나먼 난바다로 갔다가
다시 맑고 시원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물고기
그 싱싱한 언어를 찾아
수많은 시인과 화가 음악가들이
천년 하늘 땅을 샅샅이 찾아 헤매지만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부도 낚시꾼도
그 희한한 물고기 낚으러
어제도 오늘도 바다와 호수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그 얼굴 모습과 색깔과 향기를 모른다
다만 그 언어라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느껴본 자는
어린아이뿐
배고파 울 적에 제아무리 멀리 가 있는 어머니라도
안타까운 소리 찾아 냉큼 달려온다는 오묘한 물고기
그 물고기를 언젠가 잠깐 본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
물고기자리 별자리로 떠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젖은 눈썹을 본 적이 있다
언어는 새끼연어보다 물방울보다
더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물고기
나의 입술에서 너의 하늘로 헤엄쳐가는
아무도 본 적 없는
풍경 소리 물고기
댕그렁
대앵

   
▲ ⓒ부천타임즈

새로운 별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별처럼 빛이 나듯이, "연어보다 작고 씩씩한 물고기"라는 "언어"를 발견했다는 소식도 맑은 아름답다 못해 한 편의 서정시가 되었습니다.

"그 싱싱한 언어를 찾아/수많은 시인과 화가 음악가들이/천년 하늘 땅을 샅샅이 찾아 헤매"었지만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구요. "어부도 낚시꾼도/그 희한한 물고기 낚으러/어제도 오늘도 바다와 호수를 찾아다녔지만/아무도 그 얼굴 모습과 색깔과 향기를 모른다"고 합니다.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말처럼 "언어"도 "어린아이"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지느러미"만 느끼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언어"를 보고 싶어 하는 걸 아는지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물고기자리 별자리로 떠서"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지느러미"가 아니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젖은 눈썹을"보여주었답니다.

그런 "언어는 새끼연어보다 물방울보다/더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물고기"구요. "나의 입술에서 너의 하늘로 헤엄쳐가는" 물고기인데요. 연어가 깊고 푸른 바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연어이듯이, "나의 입술에서" 태어나 "너의 하늘로 헤엄쳐가는" "언어" 또한 다시 돌아와야 "언어"일 것입니다.

   
▲ ⓒ부천타임즈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마음으로 갔다가 거기서 죽어버리면 돌아올 수 없겠지요. 내 마음에서 내 입을 거쳐 나가는 물고기일지라도 그것이 "언어"가 아니라 악어(惡語)라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집어 물고 뜯는 수렁으로 만들어버리겠지요.

그래서 "언어"가 희귀종이자 천연기념물일까요. 내가 보내는 "언어"도 내가 받아들이는 "언어"도 모두, 1급수 마음을 서식지로 삼아 더욱 번식하면서 세상을 기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내보낸 '언어의 치어'가 다른 사람 마음속 깊은 바다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날 정 깊은 어미의 "언어"를 보게 될 테니까요.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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