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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다스리는 비결은 "아픈 만큼 상처를 노래"하는 것
[이종섶의 詩장바구니-33] '나흐트 무지크'
2019년 10월 28일 (월) 12:17:56 이종섶 mybach@naver.com
   
▲ ⓒ부천타임즈


나흐트 무지크
김진열


하늘과 땅을 잇는 비가 내리는 날

골목에 파르르 줄 끊어진 기타

추락의 몸짓에도 꿈이 있었을까

떨어지는 빗방울은 울림통 위에 톡톡

밤이 깊어지면 누웠던 몸 일으켜

물의 율동이 어우러진 마이너 합주

통각을 잊기 위한 몸놀림이다

흠뻑 젖은 몸으로 불협화음을 이루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갈래 갈래의 춤

빗줄기 강해지면 감정은 골이 지고

잦아들면 그리운 음색으로

목울음 짙게 토해내는 세레나데

과격한 선율들이 천천히 힘을 거두고

풀어놓은 밤바람을 듣던 굽은 골목

저만치 무료했던 안마소 간판이 깜빡인다

아픈 만큼 상처를 노래했고

깊어진 흉터는 공명통이 되었다

*나흐트 무지크 : 모차르트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에서 인용.

   
▲ ⓒ부천타임즈

"골목에" 버려진 "기타"가 있다. 줄이 끊어졌는데도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면 "추락의 몸짓에도 꿈이 있었을" 터. "하늘과 땅을 잇는 비가 내리는 날" 기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울림통"을 "톡톡" 건드리면 "하늘"의 기운을 받아 못다한 연주를 해보려는 듯, 땅에서 겪었던 아픔을 하늘에 호소하려는 듯, "누웠던 몸 일으켜"한 음 두 음 소리를 내며 "물의 율동이 어우러진 마이너 합주"를 한다.

버려지고 끊어진 상처가 사뭇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깊었을 것이다. "통각을 잊기 위한 몸놀림"에서 나오는 소리는 "흠뻑 젖은 몸으로 불협화음을 이루"는 데다가 "빗줄기 강해"질수록 "감정은 골"까지 더 깊이 패지만, 빗줄기가 "잦아들면 그리운 음색으로" 변해 "목울음 짙게 토해내는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아직도 연모하는 것인지, 버린 주인에 대한 애증을 여전히 드러내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선율이다. 어쩌면 그 둘 다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과격한 선율들이 천천히 힘을 거두고" 연주를 끝낼 즈음, "밤바람"이 "굽은 골목"에 연주를 끝낸 무대의 막처럼 불어온다. 관객의 박수 대신 "무료했던 안마소 간판"만이 연주를 잘 들었노라고 "저만치"에서 "깜빡인다".

그렇게 줄이 끊어진 채로 버려진 기타는 "아픈 만큼 상처를 노래했"다. 그 노래를 부르는 힘으로,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로 인해 더욱 "깊어진 흉터는 공명통이 되었다".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느껴지는 통각의 상처나, 떠오르기만 해도 온몸이 부르르 떨릴 수밖에 없는 통각의 기억은 가슴을 저밀 듯 참으로 아프다. 그런데 그 아픔이 부러지는 흉터의 자리가 되어 자신을 조각내거나 깨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픔을 받아들여 울려주는 자신의 공명통으로 삼는다.

아픔과 상처는 다스리기 힘들다. 비 오는 밤이면 불현듯 되살아나는 통각의 가시가 된다. 그런 아픔과 상처를 다스리는 비결은 "아픈 만큼 상처를 노래"하는 것이다. 상처를 한탄하지 않고 '노래하는'것이다.

아픈 만큼 노래하라, 상처가 공명통이 될 때까지! 아픈 그대를 위해 연주하고, 상처받은 그대를 위해 노래하는 뮤지션의 라스트 콘서트 포스터 문구다.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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