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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⑲] 그의 묘
'나의 묘 '가 "씨앗학교"의 작은 분교라도 되어, 이 땅에 남게 되기를
2019년 07월 22일 (월) 12:37:59 이종섶 mybach@naver.com
   
▲ 표면을 30만 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줄딸기 씨앗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그의 묘
김응교

몸을 바수어 과수원 만들고
살리는 죽음을 가르치는 씨앗학교


씨앗이라는 것은 참 오묘합니다. 그 작은 알갱이에서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풀과 나무가 자라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풍성한 열매가 맺히기 때문입니다.

김응교 시인은 이 씨앗을 학교라고 말하는데요.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소나 공간이 있어야 하고, 가르치는 행위와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씨앗"도 역시 그러해서 "몸을 바수어 과수원 만들고/살리는 죽음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몸을 바수어 과수원 만"드는 것은 씨앗의 삶이요,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살리는 죽음을 가르치는" 것은 씨앗의 가르침이요, 그 가르침에서 나오는 배움이라고 하겠습니다.

삶과 가르침, 또는 행위와 가르침이 하나 되지 않거나 서로 다르다면 좋은 학교가 되기는커녕 학교라고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모름지기 참된 학교란 그 두 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 두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져 세상 속에서 나타나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씨앗을 통해 말해지는 이 학교는 "몸을 바수"는 실천이 있고 "살리는 죽음"에 대한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데요. 이 얼마나 고맙고 거룩한 학교인가요. 그런 학교로서의 "씨앗"은 우리에게 "곡물"이 되기도 합니다.

곡물을 포옥 고아 체로 걸러낸 맑은 시
한 수저씩 떠먹으며 버티는 목숨

멀리 별빛으로 떠 있는 시를 고아서
체로 걸러낸 걸쭉한 미음

김응교 시인의 「끼니」를 읽으면 이런 "곡물"과 이런 "맑은 시"를 떠먹고 싶습니다. 이런 "별빛"과 이런 "미음"을 떠먹고 싶습니다. 동시에 윤동주 시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끼니」는 윤동주의 서시를 이어받고 이어가는 시이니까요. 윤동주 역시도 "씨앗학교" 학생으로서 "몸을 바수"었고 "살리는 죽음을 가르"쳐주었으며, 죽음으로 말하는 "그의 묘"는 우리에게 “씨앗학교"가 되었으니까요.

   
▲ 표면을 30만 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복분자 씨앗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김응교 시인의 시 두 편을 읽으면서 윤동주까지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고 주먹이 불끈 쥐어집니다. 가슴에는 씨앗의 마음이 담겨 있고, 주먹은 씨앗을 닮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의 묘' 하나입니다. 부디 '나의 묘'가 "씨앗학교"의 작은 분교라도 되어, 이 땅에 남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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